누가 로빈 윌리엄스의 죽음을 욕되게 하는가

[엔터미디어=듀나의 영화낙서판] 로빈 윌리엄스의 자살 뉴스가 마이클 브라운의 죽음과 같은 보다 비극적이고 큰 문제를 가리고 있다는 PZ 마이어스의 글을 읽었다. (http://freethoughtblogs.com/pharyngula/2014/08/12/robin-williams-brings-joy-to-the-hearts-of-journalists-and-politicians-once-again/)

이런 주장이 왜 나오는지는 알고 있으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비슷한 태도로 로빈 윌리엄스의 죽음을 애도하면서도 세월호 희생자들을 벌써 잊어버린 것 같은 트위터 타임라인에 대한 불평이 있다. 나 역시 왜 주장이 나왔는지 알고 있으며 이해한다.

하지만 로빈 윌리엄스의 죽음을 애도한 사람들이 단지 그 이유만으로 이중잣대를 가진 위선자라는 말을 듣는 것은 부당하다. 누군가의 고통에 슬퍼하고 죽음을 애도하는 것은 공감능력을 가진 사람에겐 당연한 일이다. 당연히 세월호 희생자나 마이클 브라운의 죽음에 슬퍼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로빈 윌리엄스의 죽음에 같은 반응을 보였을 것이다. 오로지 한쪽의 죽음에만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면 오싹할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윌리엄스의 죽음을 애도하는 사람들의 성향을 하나하나 파악할 생각은 들지 않는다.

로빈 윌리엄스가 부유한 백인 남성 유명인사라고 해서 그의 고통을 가볍게 볼 생각 역시 들지 않는다. 당연히 그는 세상 대부분의 사람들보다 넉넉한 삶을 살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의 고통이 가벼웠다는 말은 되지 않는다. 정신적인 고통과 육체적인 고통을 일대일로 비교할 수는 없으며, 전자의 경우는 우리가 쉽게 판단하고 저울질 할 수 없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한다. 정신력으로 극복 따위의 이야기는 꺼내지도 말기 바란다. 정신적인 고통은 정신적으로 극복할 수 없기 때문에 정신적인 고통인 거다.

로빈 윌리엄스의 죽음은 비극적인 죽음을 맞은 수많은 다른 코미디언들의 이름들을 떠올리게 한다. 레니 브루스, 존 벨루시, 크리스 팔리. 요절하지 않았다고 해도 우울증, 약물이나 알코올 중독으로 고통 받았던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특히 혼자서 마이크 하나만 무기로 삼고 관객들을 상대해야 하는 스탠드업 코미디언의 경우 스트레스는 엄청나다. 성공한 코미디언의 즉흥적인 공연에서 조울증의 성향을 읽어내는 사람들도 있다. 로빈 윌리엄스 역시 예외는 아니다. 코미디란 정신적 문제점과 고통을 먹으며 자라나는 예술인지도 모른다.

그의 스탠드업 공연을 접하지 못한 한국관객들도 윌리엄스를 일단 코미디언이라 생각하지만 정작 그들이 기억하고 향수하는 영화 대부분은 드라마다. 이들 중 가장 인기가 있는 영화는 그가 이상주의자 교사로 나오는 <죽은 시인의 사회>이다. 필자는 국내에서 <발데마르의 선택>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허드슨 강변의 모스크바>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올리버 삭스를 모델로 했던 신경학자를 연기했던 <어웨이크닝>, 자신이 잃어버린 성배를 찾는 기사라고 믿는 노숙자를 연기했던 <피셔 킹>도 잊을 수 없다. 평범한 영화라고 생각하지만 그가 200살을 산 로봇을 연기한 <바이센테니얼 맨>도 기억에 남는다. 아, 물론 아내를 잃은 심리학자로 나오는 <굿 윌 헌팅>도 있다. 그는 악역과 악역에 가까운 어두운 인물들도 많이 연기했다. <스토커>, <인썸니아>와 같은 영화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배우 로빈 윌리엄스의 가치는 이 광범위한 감정을 그리는 데에 있어서 코미디언의 기반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보여주었다는 데에 있다. 여기서 코미디언이란 단순히 웃기는 사람이라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한 편의 코미디가 완성될 때까지 코미디언이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거치는 모든 것들을 포함한다. 로빈 윌리엄스는 그 기반으로 우리의 두려움과 고통, 희망과 절망 그밖의 모든 인간적 소용돌이를 놀랄만한 친밀감을 통해 보여주었다. 이 모든 것들을 접하며 함께 세월을 보낸 사람들이 그의 죽음에 애도하는 것이 그렇게 이상한 일일까.

그의 명복을 빈다.

칼럼니스트 듀나 djuna01@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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