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출근’ 직장에 대한 막연한 로망과 정당화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tvN <오늘부터 출근>은 최근 특정한 실제 상황으로 들어가는 관찰카메라의 직장 버전이다. MBC <일밤-진짜 사나이>가 군대로 간 연예인들과 거기서 고생하는 장병들 간에 벌어지는 이야기를 관찰한다면, JTBC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는 다시 고등학생이 된 연예인들을 관찰한다. <오늘부터 출근>은 회사에 입사한 연예인들을 카메라가 따라다닌다.

관찰카메라의 힘은 ‘공감’에서 나온다. 카메라가 좀 더 근거리로 들어가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속속들이 포착해서 보여주기 때문에 “나도 저랬는데...”하는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시청자들을 끌어들인다. 물론 리얼 상황이기 때문에 웃음의 포인트는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다. 그래도 공감이 주는 재미가 충분하다면 관찰카메라는 성공적일 수 있다.

그런데 <오늘부터 출근>은 처음 기획단계에서의 기대감보다 훨씬 못 미치는 결과물을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이 관찰카메라가 다른 ‘실험’들에 비해 보고 싶은 욕구가 볼수록 상쇄되기 때문이다. <오늘부터 출근>이 다루고 있는 첫 직장으로서의 대기업은 물론 취업을 꿈꾸는 청춘들에게는 로망이 될 수도 있지만 보통의 직장인들에게는 굳이 다시 확인하고 싶지 않은 불편한 현장이 될 수도 있다.

이른바 ‘집중 근무 시간’에 조금 돌아다녔다고 불려가 “놀러 왔냐”는 지청구를 듣거나, 회식 자리에서 마치 군대처럼 윗사람을 찬양하고 술을 마시게 한다거나, 잔 하나를 놔도 윗사람이 먼저이고 아랫사람이 나중이라는 식의 여전한 상명하복의 직장문화를 재확인하는 것은 씁쓸한 일이다. 심지어 아직도 생수통 담당 직원이 따로 정해져있다는 건 여전히 비합리적인 직장문화의 단면을 보는 것만 같다.

점심 식사 후에 결제가 가능한 사원증 카드를 모아 하나를 뽑아 커피를 쏘는 문화는 ‘직장 내에서의 소소한 즐거움’처럼 묘사되어 있지만 왜 차 한 잔 마시는데도 그런 식의 ‘강제 복불복’을 해야 하는 지는 이해하기가 어렵다. 또 아침마다 한꺼번에 출근하다 보니 엘리베이터 앞에서 긴 줄을 기다려야 하는 것도 합리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직장이 군대의 조직생활과 다르지 않다는 이야기는 직장인들이 공감할만한 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굳이 다시 TV로 확인하고 싶은 이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군대는 그나마 ‘나라를 지킨다’는 명분이라도 있지만 직장은 개인의 생존을 위한 선택이라는 점에서 군대가 주는 느낌과는 다르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프로그램이 위화감과 불편함을 주는 건 마치 대기업의 이러한 조직문화를 ‘당연한 일’처럼 여겨지게 하고, 출연자들이 그 안에서 ‘적응해 나가는 것’을 하나의 지상과제처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과연 우리네 대기업의 조직문화는 모두가 따라야할 합리성을 갖고 있을까. 조직은 저렇게 빡빡해야 굴러간다는 식의 경영적 마인드가 내재된 느낌은 이 프로그램에 그저 공감해 키득대고 웃을 수 없는 불편함을 만들어낸다.

대기업 취업에 대한 막연한 로망, 하지만 결코 만만치 않은 빡빡한 조직문화, 그래도 거기에 적응하고 버텨내려는 직장인들... 이것이 모두 당연하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봉급을 주는 직장이 제시하는 이러한 문화가 거기서 생활하는 직장인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있을까. <오늘부터 출근>이 불편한 것은 직장인들의 애환은 들어있지만 그것을 막연한 로망과 정당화로 보여주는 것에서 비롯된다.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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