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L코리아’, 왜 반대심한 강용석을 굳이 출연시켰나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제작진한테 들으니 강용석이 호스트로 나온다고 했을 때 반대가 심했다고 하더라. 나도 사실 딱히 강용석을 싫어하진 않는데 굉장히 좋지도 않다. 뭔가 애매하다.” tvN ‘SNL코리아’의 신동엽은 이런 이야기로 프로그램의 문을 열었다. 한 사람을 호스트로 초대하는 형식의 ‘SNL코리아’ 오프닝 치고는 이색적인 멘트가 아닐 수 없다.
이것은 ‘SNL코리아’의 강용석 출연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주는 논란에 대한 부담감이 상당하다는 것을 이 프로그램 제작진들이 이미 알고 있었다는 걸 말해준다. 그도 그럴 것이 강용석의 방송출연을 바라보는 시청자들은 도대체 왜 강용석에게는 이렇게 많은 ‘기회들’이 주어지는가에 대한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
실제로 이 방송이 나가고 나서 그 불편함이 그간 이 프로그램이 쌓아왔던 호감을 비호감으로 만들어버렸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강용석 출연에 대한 불만이 심지어 그와 함께 한 시간 동안 호흡할 수밖에 없는 신동엽이나 유세윤에게까지 번지고 있다는 건 이 선택이 가진 무리함을 잘 보여주는 일이다.
강용석은 예전에 ‘SNL코리아’에 출연한 적이 있으니 제작진과의 그만한 친분이 있다는 것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또한 한 번 출연한 인물이 또다시 출연한다는 것에 어떤 자연스러움이 있었을 수 있다. 하지만 호스트로 마치 금의환향하듯이 프로그램에 들어온다는 건 지금 현재 강용석에 대한 대중들의 정서를 마치 이 프로그램이 정면돌파 하려는 듯한 인상마저 준다.
‘SNL코리아’는 강용석이 가진 논란의 이미지를 상당부분 활용하는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꾸렸다. 즉 유세윤이 강용석의 학생시절로 분해 보여준 콩트에서 “용석이가 낮에 술을 먹고 방송반 여학생에게 모욕적인 말을 했다”며 실제 강용석의 아나운서 비하발언 사건을 언급하는 대목이 그렇다. 유세윤은 여기서 “왜 그랬을까. 난 본성이 쓰레기”라고 셀프 디스 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즉 셀프 디스란 타인에 의한 질책을 스스로 함으로서 그 질책을 사전에 막는 의미도 들어가 있다. 강용석이 JTBC ‘썰전’을 통해 방송인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건 그 앞에 김구라를 세워 일종의 강용석 ‘셀프 디스’를 해보였기 때문이다. ‘당하는 이미지’가 ‘고소하고 공격하던 이미지’를 덮어버리는 이미지 세탁은 바로 여기서 생겨난다.
유세윤이 개로 분장해 호스트와 일대 일 토크를 나누는 ‘자수구찌쇼’에서 무슨 일을 하냐는 유세윤의 질문에 강용석은 “변호사도 하고, 정치도 하고 방송이나 강연도 하고 있다. 하지만 난 하고 싶은 게 따로 있다. 대통령이 될 거다.”라고 말했다. 유세윤은 “대통령이 되려 하는 건 꼬마들이 하는 것”이라고 했지만 강용석은 강연 가면 많은 사람들이 “대통령 나오면 찍어준다”고 했다며 “대통령 꿈이 점점 가까워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셀프디스가 강용석의 방어용이라면 자화자찬은 공격용이다. 논란이 불거졌고, 거기에 대해 여전히 대중들이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강용석은 심지어 그 논란의 소지까지 방송 이미지로 만들어 활용하는 대담함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대중들이 갖고 있는 부정적인 정서까지 셀프디스와 자화자찬으로 넘어가려는 지점은 여전히 불편함을 남긴다. 그것은 마치 대중들을 너무 쉬운 존재로 바라보고 있다는 듯한 뉘앙스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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