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제작진의 노고, 칭찬받아 마땅한 이유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등굣길이 활기차다. 점점 높아지는 시청률에서 알 수 있듯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의 분위기는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 학교로 간 연예인들이 처음부터 뜨거운 주목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여러 출연자들이 함께하는 과정 속에서 장난 끼 많은 큰형 성동일과 야자까지 하면서 모범생이 되고픈 윤도현, 잘생겨서 분위기가 좋아지는 남주혁의 캐릭터가 갖춰지고 일본 학원물 만화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좌충우돌’ 강남이 합세하면서 비로소 신나는 등굣길이 완성됐다.

이 프로그램의 첫 번째 재미는 다 큰 어른이 다시 학생이 되어 학교로 간다는 설정이다. 어느 날 갑자기 학생 신분으로 학교에 간다는 다소 어이없는 상상은, 20여 년 전 주성치 영화 <도학위룡>이나 올해 개봉한 미국 코미디 영화 <22 점프스트리트> 시리즈에서 볼 수 있듯 동서를 막론하고 먹히는 상상이다.

다른 채널에서 자녀들과 <아빠 어디가>를 찍고 있는 성동일이 교복에 책가방을 메고 헐레벌떡 뛴다. 다른 진짜 학생과 차별 없이 지각 벌칙으로 엎드려뻗쳐를 하고 수업시간에 한눈팔다 ‘동일이 뒤로 나가!’라는 불호령에 고개를 떨군다. 락커 윤도현은 누구보다 순한 학생으로 수업에 충실하고, 역대 출연자 중 가장 거물인 박명수는 자신의 이름에 걸맞은 퍼포먼스를 보여주겠다는 당초 포부와 달리, 한명의 급우로서의 존재감만 발현 중이다. 신성한 수업시간엔 유재석이라도 어쩔 수 없는 거다.

학교로 돌아간다는 설정은 모든 세대에게 각자의 눈높이에 맞는 정서를 제공한다. 학교에서 멀찌감치 떠나온 사람들에게는 추억을, 현재 학창시절을 관통하는 학생들에게는 ‘연예인이 우리 학교에 온다면’ 이라는 상상을, 또 다른 측면에선 요즘 학생들의 생생한 모습을 지켜보면서 세대차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을 포함한 모든 관찰형 예능에는 공통 미션이 있다. 반복되는 일상을 타계할 볼거리를 찾아내야 한다. 처음엔 신선하지만 지속가능성에선 늘 의문부호가 따라다니는 게 관찰형 예능의 특징이다. 많은 관찰형 예능이 처음엔 시끌벅적했다가 갈수록 관심도 줄어들고 웅성거리는 소리도 잦아든다. 방송 자체가 마치 일상 일과처럼 변하는 것이다. 그리곤 절벽을 맞게 된다. <학교 다녀오겠습니다>가 흥미로운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이 프로그램은 회가 거듭할수록 점차 안정되는 동시에 힘이 생기고 있다. 애초에 기획부터, 실제로 대중의 사랑을 받기까지 기존 관찰형 예능들과는 조금 다른 흐름과 전략으로 가고 있다.

연예인들이 학교에 가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는 동시에 늘 똑같은 학교생활을 벗어나는 방법을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는 찾았다. 끊임없는 변화해서 지루해질 틈을 없앴고, 신선한 기운을 공급했다. 짧은 주기로 학교를 옮겨서 계속 분위기를 바꿔주고, 새로운 출연자들을 계속해서 수혈한다. 그러면서 출연자의 특성에 따라 달라지는 그림들을 보여준다. JTBC의 자체 발굴 스타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였다. <마녀사냥>의 허지웅에 이어 <비정상회담>의 에네스와 줄리안을 투입해 <마녀사냥>과 <비정상회담>의 재미를 토요일에 한 번 더 느끼게 했다. 한국사람 보다 더 한국학생 같은 에네스와 줄리안의 행동이나 발표를 통해 수업에 참여하고 싶은 줄리안과 그런 친구의 나서는 모습이 당황스런 에네스의 반응은 우리네 교실 풍경의 판박이였다. <비정상회담>을 볼 때의 놀라움이 이어진 것이다.



계속된 변화 속에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이 바로 강남이다. 그가 들어옴으로써 학교는 떠들썩하게 변했고, 비주얼 멤버였던 남주혁은 꾸러기 콤비가 되어 함께 사고치고 다니기 시작했다. 그 전까지는 연예인들이 학교에 적응하는 과정이 재미 요소였다면 강남이 등장하면서 출연자 자체가 재미가 된 것이다. 출연자들은 학생이 ‘되는’ 것을 넘어서 장난을 치는 '학생'의 레벨로 올라간 것이다. 윤도현이 음악시간에 학생들을 이끄는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이다. 괜히 식당에서 본 수갑을 찼다가 경찰서를 찾아가야 하는 사고를 일으키고는 감히 땡땡이를 친다. 연예인이라서 특혜를 누리는 게 아니라 그냥 자유분방한 헤어스타일처럼 생각하는 학생이 나타난 것이다. 물론, 예의는 엄청 바르기에 욕먹을 짓은 안 한다.

제작진은 그런 정신없는 강남을 바로 붙잡았다. 학교는 강남의 에너지에서 가능성을 보았고, 대세로 자라나는 그를 감싸준 울타리가 됐다. 이 프로그램이 열어놓은 가능성이 예능 대세로 클 수 있는 환경이 됐다.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는 학생을 기르고 발전시키는 진짜 학교의 기능을 행한 것이다. 그 덕분에 학생의 눈부신 성과에 힘입어 학교(<학교 다녀오겠습니다>)의 위상도 높아졌다. 그래서 점점 높아지는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의 인기를 예능 대세 강남의 활약 때문이라고 간단하게 말할 수 없다. 관찰형 예능에 대해 고민하고 나름의 해법을 찾아낸 제작진의 노고가 모여서 만들어진 결실인 것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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