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대첩2’ 우승자보다 음식이 궁금했던 기이한 쇼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3개월의 대장정 끝에 <한식대첩2>가 막을 내렸다. 우승자보다 등장할 음식이 더욱 궁금했던 이 기이한 서바이벌쇼는 결승전에서도 날선 대결 대신 한상 푸짐하게 차려내며 따뜻하게 끝났다. 우승자의 인터뷰가 아닌, 준우승을 한 전남팀의 웃고 즐기는 모습으로 마무리한 것까지 완벽했다. 읽어보거나 기억하는 독자들은 극히 드물겠지만 지난주 칼럼에서 자세히 언급했던 삶의 연륜이 느껴지는 음식과 사람에 대한 존중, 구수한 참가자들의 입담, 심사위원과 참가자들이 들려주는 식재료 정보 및 요리 팁 등이 대첩을 이끌어낸 원동력이었다.

삼시세끼 일상식을 차려낸 최종전에 등장한 음식만 해도 굴미역국, 바지락자박이, 전복죽, 애호박 새우젓찌개, 쑥부쟁이나물, 바지락칼국수, 양파전, 배추겉절이, 육전, 쑥개떡, 묵은지, 버섯닭전골, 꽃게시래기지짐, 무청쇠고기국, 호박고지돼지볶음, 참게매운탕, 금풍생이구이, 홍어삼합, 세발나물무침 등이다. 이 귀하고 좋은 재료로 만든 최고의 요리 전문가들의 솜씨를 TV로밖에 볼 수 없어 눈은 호강하되, 마음은 심란했다.

최근 요식업이 문화 산업의 첨병이 되고 요리에 대한 인식도 많이 바뀌었다. 그렇다고 해도 중장년층 출연자들이 등장하고, 트렌디한 파인다이닝이 아닌 전통 한식만을 다루고, 서바이벌의 후벼 파는 긴장감이 부족한 이 서바이벌쇼가 많은 사랑을 받은 건 요리 그 이상의 무엇이 이 프로그램 전반에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음식이 담아내는 사람들, 마음 편안한 따뜻함과 분위기를 만든 사람들에게 애정을 느끼기 때문이다.

최근 관찰형예능에 필수코스인 먹방의 방향을 유심히 살펴보면 <한식대첩2>가 의도와는 별개로 얼마나 트렌디한 정서였는지 알 수 있다. 요즘 예능에서 등장하는 먹방을 보면 예전 데프콘이나 윤후의 먹방 신드롬이나 아프리카TV의 BJ들이 컴퓨터 앞에서 먹는 것과는 조금 달라진 양상을 확인할 수 있다. 맛깔나게 먹는 것도 좋지만 <룸메이트><헬로이방인>과 같은 프로그램은 물론이요, <나혼자산다>도 함께 김장을 담그는 것처럼 먹는 건 함께한다.

<즐거운가><삼시세끼> 등을 보면 사람들이 함께 둘러앉아 직접 기르거나 수확한 건강한 음식을 나눈다. 직접 기른 유기농 채소나, 텃밭의 재료를 활용한 소박한 밥상을 펼쳐낸다. 그렇게 차려낸 밥상에서 차려낸 이의 숙련도는 문제가 아니다. 맛있는 음식, 먹음직스런 밥상에 대한 인식의 전환인데, 비싼 재료와 화려한 요리솜씨보다 소박하더라도 건강한 밥상의 기본과 함께 먹는 사람의 존재가 더 중요해졌다.

<한식대첩2>는 건강하고 싱싱한 재료들로 최상의 전통 요리로 한상을 차려내면서 이런 먹방 트렌드의 질을 높였다. 연예인들의 먹는 모습을 보고 뇌파가 동조하는 차원을 넘어서 우리 주변의 좋은 식재료들과 요리 자체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렇게 맛있다는 금풍쟁이나 권투 글러브처럼 털이 달렸다는 참게의 존재를 알게 되고, 좋은 바지락을 알아보는 방법을 익히고, 굴미역국을 끓이는 포인트를 한수 배운다. 출연자들은 경쟁을 앞두고 티격태격하지만 쌍심지 켜지는 갈등이 아니라 투닥임에 가깝다. 서로 위하는 배려는 그런 와중에 무심하게 피어난다. 심사위원들도 한입 베어 물고 평가하지 않고 조리과정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차려낸 음식을 맛나게 음미한다.

이처럼 <한식대첩2>는 서바이벌이지만 식구가 존재했다. 서로 경쟁하느라 맛볼 순 없지만 재료와 조리법을 궁금해하며 그 맛을 기대했다. 마지막 최종전에는 탈락했던 참가자들이 대거 스튜디오의 방청석을 찾아 응원하기도 했다. 시청자들은 구수한 아주머니들에게 몰입했고, 심사위원들의 해박한 지식과 식견에 귀를 기울였다. 함께 어우러지고, 함께 나눌 수 있는 음식인 한식은 그렇게 사람들을 모여들게 했다. 굉장히 전문적인 분야를 다루는 서바이벌쇼지만 많은 세대와 다양한 사람들이 관심을 가진 건 이처럼 사람과 음식이 같은 상에 차려졌기 때문이다. <한식대첩2>는 요리가 아니라 소중한 것들을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기회였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올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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