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세 가득한 스타셰프 최현석이 웃기는 진짜 이유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절대적 영향력은 줄고 있지만 공식은 있다. 비교적 전문적인, 그래서 변방이라 할 수 있는 케이블이나 종편의 전문 채널에서 활동하면서 이름을 조금씩 알리고 <라디오스타>같이 한 시간 동안 집중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공중파 예능 토크쇼에 출연해 인지도를 대폭 증폭한다. 강남이나 이규한도 그런 경우고, JTBC 예능의 허지웅, 곽정은, 그리고 최근의 ‘비정상’ 멤버들도 그렇다. 종편과 케이블이 공중파 시청률을 앞지르는 일이 다반사지만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알린다는 측면에선 공중파의 영향력이 여전하다.

그래서일까. <냉장고를 부탁해>의 기둥인 최현석을 <라스>에서 보니 반가웠다. 구름판을 제대로 구르길 바라는 심정이랄까. 여기도 셰프, 저기는 먹방, 건너가면 맛집 이야기 등등 과식 수준에 이른 요리 예능의 시대에 최현석은 전문가이면서 기존 방송에서 소구되지 않은 배경을 가진 요리사라는 점에서, 남자들에게도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색다른 캐릭터를 가진 셰프라는 점에서 기대하게 되고 응원하게 된다.

지난해 말부터 뜨기 시작했지만 사실, 최현석 셰프는 방송을 꽤 오래한 방송인이다. 함께 출연한 배우 서태화가 잘 정리했듯, 20~30대 여성을 타겟으로 삼고 CJ의 전폭적 지원을 받는 올리브TV에서 발굴하고 활동한 외국 출신(이들은 이름 자체가 외국명이다) 요리사들이 1세대 스타셰프라면 최현석은 순수 국내파이면서 영향력 면에서 변방인 푸드TV의 간판스타였다. 2011년부터 자신의 이름을 내건 방송을 해왔고, 얼마 전부터 <올리브쇼> <한식대첩> 등을 통해 요리채널의 메이저인 올리브TV로 넘어왔다. 그리고 JTBC 예능인 <냉장고를 부탁해>를 통해 강력한 웃음 펀치를 날리면서 요리채널을 벗어난 인지도를 얻었다. 최현석의 요리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고 있음은, 그의 레스토랑을 예약해보면 알 수 있다.



최현석의 매력은 앞서 말한 올리브TV가 선호‘했던’ 셰프들과 결이 다른 데서 나온다. 그는 한없이 가볍고 폼을 잡는다. 허세가 많아 허셰프라는 별명을 가진 것에서 알 수 있듯, <라스>의 MC들이 지적한 것처럼 겸손은 아예 모른다. 최근엔 방송이나 매체에 등장하는 장인 셰프들이 워낙 많고, 이들의 마케팅 기반은 주로 외모, 연예인과의 친분, 해외 경험 등이 주를 이룬다. 누군가에겐 동경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지점이지만 한때 의상 디자이너들이 등장했을 때 그랬던 것처럼 이런 요리예능 과식의 시대엔 그것들이 개성이 되기 힘들고, 그 세련됨이 본질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만들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 즐겁고 웃기게, 하지만 승부는 요리로 보는 최현석의 본질은 <냉장고를 부탁해>와 딱 맞아떨어졌다.

망가진다는 표현보다, 오히려 멋을 과도하게 추구하면서 ‘셰프’라는 단어에 입혀진 거장, 장인의 이미지를 스스로 희화화한다. 굳이 가게 상호가 박혀 있는 앞치마를 유수 대련하기 전처럼 한다든지, 모두가 의아해하는 촐싹거리는 퍼포먼스, 그리고 그 이유를 진지하게 후학 양성과 업계 이미지 제고라고 비장하게 말한다. 그런데 포인트는 그 다음에 있다. 엄청나게 웃기고 꽤나 연예인 같지만 알고 보니 구력 20년의 정통파 요리사라는 맥락이다. 연예인과의 친분도, 화려한 해외 경험 따위는 필요 없다. 그의 대표 유행어인 “필드에서” 보내온 시간에 대한 평가가 그의 허세를 웃음으로 물들게 한다. 호감은 그렇게 싹이 튼다.



<라스>와 같은 시간 방송된 tvN의 <수요미식회>에서는 통용되는 ‘셰프’라는 단어에 대해 꼬집었다. 요리사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 함께한 말이라 분명 의미가 있지만, 요리사, 주방장이라 부르지 않고 셰프라고 할 때는 매스컴이 만든 환상이 깃든 것도 맞다. 요리연구가 홍신혜는 해외에서 유학하고 와서 양식을 요리하면 ‘셰프’고 한국에서 한식을 공부하고 하는 자신은 그냥 ‘아줌마’다고 했고, 수많은 저서를 가진 이탈리아 유학파 요리사 박찬일은 그 말 자체도 잘 안 쓰는 어색한 말이라서 주방장이나 요리사라 불리길 바란다고 했다.

최현석은 셰프라는 단어에 들어간 ‘허세’를 갖고 놀 줄 아는 유일한 요리사다. 권위는 정형돈과 김풍을 만나면서 땅에 떨어졌지만, 그에 대한 호감은 그 몇 배로 치솟게 됐다. 그의 허세는 그의 경력으로 설명이 되기 때문에 유머가 된다. 그래서 귀엽다는 생각도 들고 구김 없는 웃음을 줄 수 있다. 요리사에 대한 인식을 셰프라 불리면서 바꿨다면 최현석은 그 셰프에 붙은 군더더기와 오해들을 정형해낸다. 그래서 최현석은 예능의 트렌드로서 셰프가 아닌, 자신의 매력으로 시청자들에게 다가온 첫 번째 스타셰프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즐겁게 활동하길 기대해 본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BC,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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