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동갑’, 사제관계는 사라지고 억지만 남았다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공중파임에도 1%대 시청률을 꾸준히 기록하는 <띠동갑내기 과외하기>를 본 것은 순전히 이태임 때문이다. 그녀가 이슈를 끌기까지 이 프로그램은 대부분의 시청자들에게 관심의 대상이 전혀 아니었다. 당연히 TV예능을 보고 최대한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야 하는 이런 글을 쓰는 입장에서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솔직히 글을 시작하면서 걱정부터 앞선다.

이태임 효과는 없었다. 여전히 1.7%. 지난주와 같은 저조한 시청률이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이태임 자체가 나오지 않으니 대체 뭐가 문제였냐고 관심 갖고 한번 지켜보려던 사람들도 정재형의 호주 서핑여행기 혹은 엄정화, 천정명 등 친한 연예인 친구 자랑에서 그냥 지쳐 나가 떨어졌을 것이다. 어쨌든 지난 주 인터넷 여론의 중심에 있었던 <띠동갑내기 과외하기>는 원치 않은 노이즈마케팅으로도 불을 지피지 못했다.

<띠동갑내기 과외하기>가 파일럿으로 호평을 받았던 부분은 ‘실행’이 아닌 ‘관계’에 대한 기대였다. <꽃보다 할배>의 할배들을 이미 경험했기 때문에 세대차에서 오는 간극을 갈등이 아닌 관찰과 알아가는 즐거움으로 받아들일 토양 위에서 싹 텄던 것이다. 요즘 애들이라고 말세가 아니고 어르신들도 노회한 어른이 아니다. 우리와 똑같은 시절을 살았던 인생 선배이자 지금도 청춘의 순수와 열정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나름 사랑스럽고 따뜻한 감정에 대한 기대였다. 그런데 방송이 거듭될수록 ‘띠동갑’ ‘버킷리스트’라는 콘셉트는 사라졌다.

대신 웬만해선 하지 않는 의미 없는 연예인의 고군분투기만 남았다. 예를 들어 요리를 못하던 남자 신동엽과 성시경이 집에서 해먹을 수 있는 요리를 배운다는 콘셉트처럼 설명 가능한 목적의식이나 끄덕일만한 당위가 없이 무언가를 배운다고 한다. 그것도 굳이 띠동갑에게 배우면서. 버킷리스트는 진정성을 담보하지 못한다. 혹은 설명을 잘 못한다. 그러다보니 실력이 일취월장하는 것을 지켜보며 재미 같은 걸 느낄 수가 없다.



아무리 스페셜이라고 해도 트로트 그룹은 어떤 목적의식이 있어서 배우는 게 아니라 방송이라서 하는 게 눈에 보인다. 실제로 이들이 트로트를 왜 배워야 하는지가 설명이 안 되니 그 과정의 어려움이나 어떤 발전을 도모해서 어떻게 될지 전혀 궁금하지 않다. 그러니 홍진영이라는 믿을 만한 구원투수를 투입했다는 것 이외에 지켜 볼 이유가 없다. 바로 이 심리적 흐름이 <띠동갑내기 과외하기>의 총체적 문제다.

제주도 해녀에게 물질을 배우는 이재훈의 경우 물질하는 장면보다 아침에 승마하는 장면이 더 많이 나왔다. 뭐, 또 언급하게 되는 데 짝도 잃었다. 예고를 보니 여자 게스트가 매주 찾아오는 듯 하다. 이제 띠동갑과 과외라는 콘셉트가 아예 사라져 버리게 된 것이다. 종합격투기를 배우는 정재형 편에 이르러서는 제작진의 중심과 균형이 무너졌다. 선생과 제자인 송가연과 정재형 사이에 교감이 없고 그 빈자리를 정재형의 라이프스타일과 인맥으로 채운다. 여자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 현장의 반응과 달리 밤 11시에 야식의 유혹과 맞서 싸우는 피곤하고 날카로워진 시청자의 선택을 받기는 무리다. 결정적으로 MBC는 올리브TV가 아니다. 정재형의 매력을 내세워서는 후포리 장모님과 유재석, 김구라 등과 맞서기 어렵다.



진행이 될수록 이 프로그램의 콘셉트는 사라지고 억지만 남았다. 무언가 배우는 것보다 그 외의 장면들이 더 많은 나가고 심지어 띠동갑 사제의 관계는 대부분 무너졌거나 발전하지 못했다. 인생의 버킷리스트를 지워가는 대리만족의 쾌감, 특별한 관계에서 오는 의외의 따스함은 글로 써서 보여줘도 느끼기 힘들 정도다. 요즘 토크쇼든, 무엇이든 시청자들은 꽤나 직접적이어야 재미를 느낀다. 그저 바라보는 연예인들의 이야기는 큰 사랑을 받기 어렵다.

권상우와 김하늘의 로맨스가 빛을 발한 건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이다. 지금의 <띠동갑내기 과외하기>는 그때 그 시절의 공식을 꺼내 들고 2015년의 예능 대 전투에 참전한 꼴이다. 감정이 머물 틈을 마련하는데 공을 들이지 않고 등장인물을 늘려 장면을 확보하려는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의미와 목적이 없는 연예인들의 가벼운 도전을 봐주기엔 시청자들의 선택지는 무척 다양해졌고 그 질은 높아졌다. 시청자들에게 이태임 문제는 방송과 상관없는 가십일 뿐이었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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