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2’ 서울 장면에 불평 많은 관객들에게

[엔터미디어=듀나의 영화낙서판] 드디어 영화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이 개봉되었고 우리나라 관객들의 관심은 서울 장면에 쏠렸다. 분량은 얼마나 될 것이며 어떻게 묘사될 것인가.

길이는 한 20분 정도 되었다. 너무 짧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촬영분을 고려하면 원래부터 딱 그 정도쯤 될 거 같았다. 이탈리아와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비중을 고려해보면 아무래도 빈약한 편이다. 우린 서울의 건물들이 처참하게 부서지길 바랐고 그런 걸 기대할 자격이 있다고 믿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 좋으라고 그 사람들이 미리 써 놓은 각본을 바꾸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리고 가상의 나라의 무대만을 제공했던 앞의 두 곳과는 달리 서울은 처음부터 서울이었다는 걸 잊지 말자.

이들 중 두 가지 불평이 눈에 띄고 이들은 자연스럽게 하나로 연결된다. 불평 하나는 서울을 멋있는 현대도시로 그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마 이들은 문래동이나 계원대 근처의 유치찬란한 간판들로 가득한 좁은 골목 묘사 같은 게 불만인 모양이다. 하지만 <어벤져스2>는 하이 서울 홍보물이 아니다. 그들에게 필요한 건 액션에 필요한 배경이다. 그리고 이 동네의 좁고 긴 골목들은 어벤져스의 추격 장면에 상당히 독특한 퀄리티를 제공해준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어벤져스2>에서 서울은 아주 알차게 활용된 편이다. 비중만 빼고 남아공과 이탈리아 촬영분과 다시 비교해보라. 번지르르한 세빛둥둥섬이나 상암동에서 번잡한 한강 다리를 거쳐 문래동과 계원대로 이어지는 서울의 그림은 (지리적 연결성 묘사는 다소 수상쩍지만) 앞의 두 나라보다 훨씬 입체적이다. 원래 도시란 멋있기만 할 수는 없다. 번지르르한 곳도 있고 지저분한 곳도 있고 그런 거지.

또 다른 불평 하나는 ‘우리가 그 고생을 하고 협조했는데’ 정작 보니 관광사업엔 별 도움이 안 된다는 푸념이다. 이것이야 말로 웃기는 생각이고 웃기는 기대이다. 이는 ‘<쥬라기 공원> 한 편은 차 몇 대 수출분량’이라는 90년대식 사고 방식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데, 21세기에도 아직까지 이러고 있으면 많이 민망하다.



<어벤져스2>의 한국 촬영에는 큰 의미가 있다. 하지만 그건 이 영화가 한국을 전쟁을 극복하고 성장한 최첨단 미래국가나 <어벤져스2>에 나왔으니 반드시 한 번 가보아야 할 관광지로 그렸기 때문이 아니다. 정말 그런 걸 의도하고 보여주었다면 그냥 웃겼을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서울이 아무런 인위적인 핑계없이 자연스럽게 <어벤져스2>의 우주에 통합되었다는 것이다.

많은 한국인들이, 한국이 세계의 눈으로 보면 거의 보이지 않는 곳이라는 사실을 깜빡한다. 다시 말해 <어벤져스2>의 서울 분량은 서울이 세계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이런 식으로 우리의 이미지가 조금씩 세계밖으로 확장되는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수많은 위대한 도시들을 떠올려보라. 그들 중 예쁜 관광산업 이미지만 갖고 있는 곳이 얼마나 되는가.

물론 더 멋있어 보이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서울이 영화 배경으로 아름다웠던 적은 별로 없었다. 이만희의 <휴일> 같은 영화를 보면 난 아직도 오싹하다. 1960년대 서울 시민들은 정말로 저 흉물스러운 콘크리트 똥덩어리를 집으로 여기고 살았구나. 홍상수처럼 서울의 구석구석에 숨어 있는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작가들도 있고 <감시자들>처럼 현대 도시 서울을 그럴싸하게 보여주는 영화도 있지만 대부분 영화 속 서울은 추하거나 무개성적이거나 가짜거나 이것도 저것도 아니다.

겨우 몇 달 작업한 할리우드 사람들이 이곳에서 무언가 놀랍고 아름다운 것을 뽑아가길 기대했다면 그거야 말로 무리한 요구이다. 그래도 서울의 지형지물을 제대로 활용한 SF액션물을 꼭 보고 싶다고? 번지수를 잘못 잡았다. 여러분이 봐야 할 건 <어벤져스>가 아니라 <바이클론즈> 시리즈다.

칼럼니스트 듀나 djuna01@empas.com

[사진=영화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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