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전’ 1부와 2부의 격차가 너무 크게 벌어지고 있다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스스로 ‘독한 혀’라 지칭하고 ‘전국민이 비평가가 되는 그날까지’를 외치며 시작한 지 2년이 지난 지금, 그들은 시청자들의 눈높이에 맞춘 신개념 이슈 리뷰 토크쇼로 자기 자신을 정의하고 있다. 김구라, 이철희, 강용석 삼각편대의 <썰전> 1부는 ‘독한 혀들의 전쟁’이란 효용이 여전하며 리뷰 토크쇼라는 정의에도 부합한다. 국내 정치 이슈는 물론, 팩맨 파퀴아오와 메이웨더의 세기의 복싱 대결부터 네팔 지진까지 국제 문제에서 시작해 이번 주는 상고법원을 다뤘듯 뉴스를 보고 드는 궁금증이나 새로운 용어들에 대해 개념을 설명하고 배경을 들여다본다. 이를 통해 뉴스가 이슈가 된 흐름을 보여준다.

뉴스의 전달을 넘어선 해석이 존재하고, 뚜렷한 견해를 바탕으로 한다는 점이 <썰전> 1부의 가장 큰 가치다. 정보, 개념, 견해를 바탕으로 한 판단이 존재해 시청자들도 판단할 수 있도록 한다. 아베의 방미 뉴스를 전하며 평화국가였던 일본을 군사권을 가진 보통국가로 미국이 인정해줬다는 뜻풀이를 해주고 일본과 미국이 최근 친해지게 된 중국과 미국의 패권경쟁과 지정학적 요인들이 얽힌 상황을 읽어준다.

미중 냉전으로 치닫는 동아시아의 정세의 흐름 속에서 우리가 깨닫고 대처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까지 짚어보고 윤병세 외교부 장관에 대한 비판과 박근혜 정부의 친중국 전략에 대해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문제제기까지 나아간다. 물론 TV조선, 채널A 등에 허를 찌르는 독점과 특종을 가미해 확고한 견해를 갖춘 시사프로그램들이 많이 있지만 정제된 정보와 입장차에서 오는 논리와 재미를 갖춘 정치시사 토크는 <썰전>이 유일하다. 국제정세에서 정치이슈까지, 예능 시청자에서 취업준비생까지 방송을 넘어 가장 재밌고 유익한 시사상식 교재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대중문화 비평이란 금기를 깨려고 했던 2부는 최근 가장 독한 혀였던 허지웅이 프로그램을 떠났지만 아무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예능에서 리얼이 재미의 근간이 되면서 방송과 일상의 경계와 제작진과 시청자 사이의 균형추가 점점 무너지고 움직일 때 TV에서 TV에 대해 이야기 한다는 것이 신기했다. 방송인들이 같은 방송인과 업계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자신의 견해를 밝힌다는 게 묘한 카타르시스가 있었다. 리얼의 끝은 여기에 있었다. 연예인 에피소드 및 근황 토크에 질린 예능 시청자들에게 <썰전>은 리얼한 새로운 재미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 1부와 달리 ‘수다’와 ‘비평’을 동시에 버렸다. 처음에는 분석하거나 호불호를 밝히는 거나 이슈를 언급하면서 시청자들과 눈높이를 맞췄다. 그런데, 봉해지거나 약해진 혀들은 피하거나 질문만 늘어놓기 시작했다. 이번 주 주제였던 ‘B급 정서’에 관한 분석은 사실 <라디오스타>가 게스트 조합할 때 이름 짓는 ‘무슨 무슨 특집’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도입만 그럴듯하게 했을 뿐 노라조와 배우 이용녀를 스튜디오에 모시기 위한 인사말에 가까운 장치였다.

<썰전>답게 게스트와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는 것도 아니고 노라조의 이혁에게 활동상의 어려움을 묻는 가장 보편적이고 지루한 질문과 리액션이 오갔다. YTN 뉴스에서 볼 수 있었던 평범한 근황토크였다. 다른 프로그램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분들을 만날 수 있다는 가치는 분명히 있지만 <썰전>이 걸어놓은 간판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용하다는 소문을 듣고 신점을 보러 갔더니 컴퓨터로 사주를 풀어주는 식이다. <해피투게더>에서 웃음끼를 뺀 홍보용 토크쇼고, <자기야>에서 일상의 내밀한 모습을 덜어낸 연예인 이야기다.



최고의 드라마라고 꼽거나, 시간이 아깝다는 말도 서슴없이 하고 <우결>에서 열애설이 불거진 직후 프로그램에서 직접 해명한데 대해 허지웅이 "어차피 뻥치는 프로그램인데 뭘 해명을 또 하나 싶더라. 웃긴다"고 말하는 이런 식의 것들이 보는 재미였다. 하지만 연예 이슈는 깊게 파고들지 않고, 주제 선정은 주변부만 건드리면서 삐딱하고 날선 긴장감이 사라졌다. 아무래도 복도에서 만나는 동료들을 방송에서 입에 올리고 그 칼날이 돌고 도는 것을 보면서 신나게 칼춤을 추기 힘들었을 거였다. 그래서 말은 아끼게 되면서 마이크를 객석으로 넘길 수도, 음악을 틀수도 없으니 게스트를 불러 질문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런 식이면 허지웅은 물론 김구라도 필요 없고 박지윤과 리액션이 좋은 패널 몇 명이 진행하는 편이 더 나아 보인다. 눈치를 보는 비평가는 가장 재미없고 때때로 위험하다. 1부의 강점을 2부가 심하게 깎아내는 중이다.

<썰전>은 수다를 위해 태어났지만 글로 풀어내기 어려운 프로그램이다. 2년 동안 다져진 출연자의 역할 분석을 이제와 할 수도 없고, 시사 이슈에 대한 진단과 견해를 연예 칼럼에서 다루는 것은 웃기는 일이다. 그렇다고 관성으로 흘러가는 쇼는 아니다. 아무도 할 생각조차 안했던 예능과 정치의 만남, 방송인들의 방송에 대한 비판이란 금기를 깨고 탄생했던 초기의 열광적인 반응은 잦아들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의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1,2부의 격차가 너무 크게 벌어지고 있고, 대중문화 파트에 대한 접근이 <한밤의 tv연예>같은 연예정보 프로와 같아지고 있고 이슈성은 더 떨어진다는 점이다. 수다가 사라진 <썰전>은 썰전이 아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그래서 시청자들도 수다를 떨기가 어려워졌다. 재미없다는 말을 반복하는 것 자체가 정말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JTBC]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