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회담’ 멤버들이 시청률 공약을 달성하려면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비정상회담>은 연계 프로그램을 가질 정도로 믿을 만한 브랜드다. 전현무, 유세윤, 성시경 등으로 이어진 전문MC진도 탄탄하고, 출연중인 외국인들은 식상해지기 십상인 일반인 출연자의 한계를 경신하는 중이다. 그런데 <비정상회담>은 몇 개월 전부터 고민에 빠진 듯하다. 외국인 멤버 교체에 대한 설을 비롯한 개편에 대한 스캔들이 때때로 불거졌다. 시청률만 놓고 보면 종편 치고는 여전히 훌륭하다고 할 수 있는 3%대이고, 멤버들 중 몇몇은 방송가에서 잦은 부름을 받고 있지만 화제성 면에선 예전 같지 않은 데다 시청률 또한 하락한 후 답보 상태기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재미와 정체성은 ‘의미’에서 나오지만, 기본적으로 잡아끄는 간판은 캐릭터를 기반으로 한 토크쇼다. 최근 자리 배치 등의 영향으로 얌전해지긴 했지만 샘 오취리와 줄리안이 수다를 떨고, 타일러는 똑 부러지고 탄탄한 논리를 갖춘 의견을 날카롭게 내세운다. 알베르토와 다니엘을 자신의 생각과 친구들의 생각을 정리하고 토론을 수습하는 역할을 하고, 장위안은 늘 두세 가지 이유를 들어 전쟁을 선포한다. 여기에 비교적 한국말이 서툴러서 더욱 귀엽고 순하게 보이는 기욤과 로빈, 블레어 등이 가세하면 모지고 열띤 토론도 둥그런 예능 토크쇼의 꼴을 갖추게 된다. 가끔 일리야가 단정적인 어법으로 전쟁에 참여하고 타쿠야와 수잔에게서 새로운 모습을 찾을 수 있지만 특별히 이런 틀을 벗어나는 예외 상황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우리 현실의 여러 문제를 세상의 다양한 눈으로 바라보는 건 여전히 훌륭하지만 이런 형국이 매주 반복된다는 데 문제가 있다. 매주 다른 주제를 놓고 토론을 벌이지만 이번 방송과 지난 주 방송의 차이점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그 원인은 캐릭터와 합(요즘 많이 쓰는 말로 캐미)의 소진이다.

그 예전 <미녀들의 수다>도 그렇고 <비정상회담>의 앞집 이웃인 <냉장고를 부탁해>도 그렇고 비전문 방송인 출연자가 고정으로 등장하면 일정한 시간이 지난 후 양산형 셀럽이라고 할 수 있는 셀러토이드와 셀러브리티 사이의 경계에서 심판을 받게 된다. 대중들은 쉽게 사랑을 준 다음에는 얼마나 식상해졌는가에 대한 혹독한 평가를 내린다. 대중은 늘 새로운 것을 원하고 신선한 것에 환호하기 때문에 등장이 아무리 화려하고 뜨거웠다고 할지라도 콘텐츠와 내공이 단단하지 않으면 혜성처럼 나타나 마찬가지로 혜성처럼 사라지기 마련이다. 지금 <비정상회담>은 그 경계에 서 있다.



이번 주 방송에서는 본격적인 토론을 시작하기 앞서 최근 주춤해진 시청률을 잡기 위한 G12들의 공약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다음 주는 본격적으로 자기 내부 점검의 시간을 갖는 토론을 벌인다고 예고했다. 세상사에 대한 가치와 시선도 중요하지만 자신들의 쇼가 처한 현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느냐가 더 시급한 당면 과제로 떠오른 것이다.

방법은 결국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늘 그렇듯이 출연진 교체를 통한 새로운 분위기 창출이다. 셀럽과 셀러토이드의 심판을 더 받기 전에 미리 정리하고 새로운 보기를 가져다 놓는다. 가장 확실한 변화를 주는 전통적인 방법이다. 물론 그러다 망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이긴 한데, 안 그래도 내릭막이라 판단되면 충분히 해볼 수 있고 최근 <진짜사나이2>처럼 반등하는 경우도 있다.

두 번째는 이번 주 진중권 교수와 함께한 토론에 힌트가 있다. <비정상회담>이 정말 유익하고 재밌는 프로그램이라 생각하는 이유는 이 청년들이 정답을 도출하기 때문이 아니다. 토론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인지도를 지닌 진중권 교수조차 발언은 고사하고 끼어들 타이밍을 빈번히 놓칠 정도로 격렬한 ‘토론 에너지’가 그 이유다. 한국어 실력이 부족한 멤버들도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고자 하는 뜨거운 열의는 이 프로그램에 몰입하게 만든다.



‘혐오주의를 혐오하는 나, 비정상인가요?’라는 어떻게 보면 당연시되고 ‘악당’이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는 주제를 놓고 ‘자유’의 개념에 대해서 격렬하게 토론을 하고 그러다 때때로 입장이 바뀌는 과정들의 긴장감은 최근 그 어떤 토론보다 흥미로웠다. 중간 중간 개념 정리와 경계를 만들어주는 진중권 교수는 논의를 더욱 유익하고 건설적인 방법으로 이끌었다. 어떤 주제를 놓고 찬반을 가르지 않고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함께 나누면서 사회적 가치에 대해 생각해보고 혐오주의와 자유의 개념에 대한 지식을 함양하게 할 수 있었다.

예능에서 웃음이란 여전히 제1가치이지만, 그 웃음이 단순히 코미디가 아니다. 여러 감정과 일상을 유익하게 만드는 과정 속에서 웃음이 윤활유처럼 쓰일 때 더 큰 시너지가 난다. <비정상회담>은 이번 주 토론에서 보여줬듯이 충분히 유익하면서도 유일무이한 장점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변화를 모색하는 <비정상회담>이 가장 참고해야 할 모델은 <진짜사나이2>쪽 보단 외식 사업가 백종원이다. 백종원은 신선함이 아니라 일상에 접목 가능한 콘텐츠라는 굳건한 뿌리를 구수한 재치로 달달하게 전달하며 큰 인기를 누리는 중이다.

<비정상회담>도 콘텐츠만 다르지 마찬가지다. 토론이란 콘텐츠를 웃음과 캐릭터의 매력이 감싸고 있다. 따라서 기존 토론 방식에 변화를 줘서 캐릭터의 합을 뒤흔들 필요는 분명 있지만 캐릭터의 매력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더 일상에 근접한 토론에 집중하는 것이 방법일 수도 있다. 초반 부흥을 이끌었던 에네스의 이탈, 줄리안의 부진 등은 늘 있을 수밖에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보고 나면 지식이 쌓이고, 일상의 양식을 얻어갈 수 있는 방향, 우리가 더 관심을 갖고 더 들어줄 이유를 가질 토론을 나누는 길에 대한 고민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한다. 토론이란 새로운 예능의 길을 개척했듯이 말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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