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선 하차 비난, 황석정 말고 제작진 향했어야

[엔터미디어=정덕현의 이슈공감] 김부선은 굳이 자신의 프로그램 하차에 대한 토로에 황석정을 공개적으로 거론해야 했을까. SNS를 통한 심경고백에 폭로 그리고 이어진 사과와 번복으로 지금 여론은 시끌시끌해졌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 22일 김부선이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서 시작됐다.

“녹화방송 두 시간 넘게 나타나선 늦어서 죄송하다는 사과 한 마디 없는 명문대 출신 여배우. 담당피디나 제작진은 시청률에 미쳐서 습관처럼 늦는 여배우 우쭈쭈 빨아대고 난 그 꼬라지 절대 못보고. 난 감히 위대한 명문대 출신 나이 한참 어린 후배에게, 새까만 후배에게 배웠다는 지성인이 녹화 늦어서 미안하다는 사과 한 마디는 하고 녹화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꾸짖었다가 졸지에 나만 ‘엄마’ 하차하란다.”

이 이야기에는 자신의 하차가 황석정을 꾸짖었기 때문이라는 뉘앙스가 깔려 있다. 하지만 과연 그녀의 하차가 이 황석정과의 일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 있을까. JTBC 측은 이것이 “프로그램 재편 과정의 일환”일 뿐 황석정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관계자는 2시간 지각이 메이크업 시간의 지각이었을 뿐 촬영에는 전혀 지장을 주지 않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이번 하차에는 김부선만 있는 것이 아니라 원기준, 김강현도 포함되어 있다. 이런 재편이 나온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엄마가 보고 있다>는 일반인 출연자들과 연예인들이 함께 나오는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일반인 출연자들의 이야기에 비해 연예인들의 역할이 애매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즉 인원이 많이 포진되어 있지만 그럴만한 역할이 별로 보이지 않았다는 것. 재편은 아마도 그런 이유에서 단행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김부선의 토로에 갑자기 ‘위대한 명문대 출신 나이 한참 어린 후배’라는 단어가 들어가면서 불똥을 이상한 방향으로 튀었다. 이 표현에는 ‘명문대 출신’과 ‘한참 어린 후배’ 속에 이미 감정이 들어가 있다. 게다가 이것은 대중정서를 자극할만한 부분이기도 했다. ‘난방 열사’로 불리며 대중적인 지지를 받아온 김부선이 꺼낸 이야기이기 때문에 파장도 커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무슨 일인지 김부선은 SNS를 통해 자신이 황석정을 거론한 것에 대해 공개적인 사과를 했다. “충분히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는 일임에도 잘됐다. 너 한 번 혼나봐라 이런 감정이 있었습니다. 선배라는 사람이 품어주진 못할망정 순수하고 착한 황석정 씨를 벼랑 끝으로 밀어버렸습니다. 황석정 씨 진심으로 미안합니다. 제가 지나쳤습니다. 용서바랍니다.”

선배로서 후배를 보듬는 모습을 보여준 것처럼 보였으나 이도 잠시 김부선은 또 이 사과의 말을 번복했다. “석정에게 사과? 다 거짓말입니다. 더 이상 착한 척 정의로운 척 하지 않겠습니다. 저 죽고 싶을 만큼 지금 괴롭습니다. 사실은 너무 아픕니다. 황석정 너 그렇게 살지 마라”라고 했던 것.

문제의 화살이 빗나가도 한참 빗나간 모양새다. 즉 김부선이 애초에 하려던 이야기는 자신의 하차가 부당하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그 이야기를 하면 되는 거였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황석정이 거론되었고 그러자 이 문제는 김부선과 <엄마가 보고있다> 제작진과의 문제가 아니라 마치 김부선과 황석정의 문제처럼 비화된 것.

제작진과 하차과정에서 어떤 문제의 소지가 있었다면 김부선은 그 문제의 화살이 제작진을 향했어야 한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황석정이 거론되고 또 폭로와 사과와 번복을 반복한 건 경솔한 처사라고 봐야 한다. 설사 지각을 한 번 했다고 해도 그것이 사적으로 지적될 일이지, 이 정도로 큰 공적인 파장을 일으킬만한 사안은 아니지 않나.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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