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밴드3’, 이럴려고 3년 만에 지옥에서 부활했나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방영 전부터 기대를 넘어 응원을 하고 싶은 프로그램이 있다. 3년 만에 지옥에서 부활한 <톱밴드3>가 딱 그런 프로그램이다. <톱밴드> 시리즈는 KBS가 내세우는 공익에 부합하는 예능이다. 그동안 소외된 밴드 음악에 빛을 비추는 다양성, 심장 박동을 다시 뜨겁게 만드는 청춘의 음악, 유행이 아님에도 자신의 길을 걷는 고독한 삶 등의 스토리에는 감동이 깃들어 있었다. 하지만 좋은 게 재밌는 건 아니다. 젊은 세대를 비롯한 대중에게 크게 어필하지 못하면서 기약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그런 이때 팝 뮤직신의 중심에서도 밀려나고 K팝이 장악한 국내에선 홍대 씬의 몇몇 감성적인 밴드를 제외하곤 아예 마이너한 아저씨 음악으로 치부 받는 밴드 음악을 다시 방송에서 펼친다니 대단한 사건이다. 제작진 스스로 자부심을 갖듯이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일이다.

사실 돌아오리란 가능성은 크게 없어 보였다. 서바이벌쇼에서 장르적 다양성은 힙합이 먼저 점유했다. 가수 및 아이돌의 등용문이 된 가창 서바이벌쇼의 뒤를 이어 지금은 랩퍼 서버이벌이 전성기를 맞이했다. 게다가 짧은 시간 안에 시청자들에게 매력을 전달하기 어려운 DJ까지 서바이벌쇼의 무대에 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슈퍼스타K7>를 택할 수밖에 없는 메탈밴드 피해의식은 방송용 가사에서 ‘TV프로그램이 없어졌는데 어쩌란 말이냐’고 외쳤다.

어쨌든 3년이란 공백 후 프로그램 성격과는 어울리지 않는 토요일 오전에 편성됐지만 그것만으로도 감지덕지였다. 기대를 품은 채 아스라한 햇살이 평온한 주말 아침을 간만에 록 스프릿을 충전한 채 맞이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피차 오해가 있는 듯 했다. 제작진의 관심은 기존 시리즈와 같이 록과 메탈에 기반한 밴드 음악과는 조금 동떨어져 있어 보였다.



기본적으로 밴드 음악이 광범위한 개념이지만 기대했던 것과 달리 너무나 소프트했다. 하드락이나 메탈이 아닌 밴드를 배타적으로 바라보는 게 아니다. <톱밴드>의 정체성과 지향을 노골적으로 <톱밴드>의 최고 히트상품인 장미여관에 두는 듯한 시선에 대한 불편함이다. 이는 장미여관을 심사위원으로 승격시켜 전면으로 내세운 프로모션에서부터 드러난다. 오프닝 자체가 이들의 성공스토리의 재연과 홍대 게릴라 공연으로 풀어냈고, 이들이 지난 3년간 거둔 승승장구와 예능에서 가진 대중적 인지도에 방송의 재미를 기대는 듯했다.

이런 의구심은 기존 심사위원인 신대철 외에 장미여관, <복면가왕>의 윤일상이 합류한 심사위원진에서 더욱 짙어진다. 그리고 줄줄이 출연한 밴드들은 대부분 장미여관처럼 코믹하거나 캐릭터가 강하거나 잘생기거나 예뻤다. 윤일상의 말대로 대중성에 대한 고려가 극대화된 그림이다.

그런데 3년이란 시간 동안 서바이벌쇼의 생태계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갈수록 점점 더 장르나 콘셉트가 확실한 방향으로 날을 벼려 자신만의 특장점을 살리고 전문성을 높이는데 <톱밴드>는 오히려 거꾸로 돌아간 듯하다. 예전의 날 선 평가 대신 초반부터 계속해서 기립박수를 친다. 대신 그룹사운드 출신의 심사위원끼리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느끼는 이야기가 사라졌다.



다양한 성격과 장르의 밴드가 출연한다면 그들이 어떤 다양성을 지니고 있는지 어떤 면에서 훌륭한지 심사위원들은 시청자들에게 소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관심의 문이 열린다. 게다가 무대 구성이나 진행 방식도 <슈스케>의 밴드부문 예선 심사와 별다른 바가 없다. 명색이 밴드 경연인데 아무리 저예산에다 예선이라도 소규모 클럽 수준의 조명하나 없는 것은 아쉬웠다.

이런 전략적 전문성 대신 대중적 인기가 높은 장미여관을 적극 활용하는 것을 보면 시청자가 누구일지 아직 판단을 못하거나 인정하기 싫은 듯하다. <쇼미더머니>나 <헤드라이너>는 어쨌든 해당 신의 분위기를 무대 위로 가져오기 위해 애를 쓰고 경연 주제도 그렇게 잡는다. 시즌1의 게이트 플라워즈나 시즌2의 해리 빅버튼처럼 아 요즘도 이런 밴드가 있구나, 이런 카리스마 있는 밴드가 있구나 하는 록 스피릿보다 이색적인 스타일로 히트한 장미여관의 사례를 목표삼아 방송에서 화제가 될 수 있을 법한 개성을 부각하는 접근은 그래서 불안 요소다.

밴드 음악이 인기가 없어서 시청률이 낮은 건 부정할 수 없는 전제다. 그러나 <톱밴드>의 시청률을 끌어올리는 방안으로 예능적 터치나 대중적인 노선을 택하는 것은 답이 될 수 없다. 그렇게 해봐야 이미 힙합에게 절대로 안 되고, 비교하기도 어려운 <슈퍼스타K>조차 목요일로 밀려난 상황이다.



인정하고 싶든 안 하든 <톱밴드>의 정체성은 귀환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끈질긴 생존 스토리여야 한다. 오늘날은 밴드 음악의 전성기 이후 시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근 주다스프리스트, 슬레이어, 메가데스 같은 대형 메탈 그룹들이 돌아오는 것을 보고 즐기는 정서 같은 데서 연대를 이끌어내야 한다. 서바이벌 경연은 이미 저무는 장르다. 특정한 정서적 기반 없이 노래와 좋은 음악만 갖고는 <복면가왕>의 흡입력을 따라갈 수 없다.

이제 겨우 1회를 접했지만 걱정이 앞선다. 아마도 마지막 기회일 것이라는 제작진의 절박함이 느껴진다. 하지만 조급함에 빠져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시장을 키우는 방법으로 더 많은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해 전반적으로 둥글게 만드는 법을 택할 것이 아니라, 다른 방송에는 없는 <톱밴드>만의 울타리를 먼저 만들어야 한다. 육중완의 웃음을 보려고 토요일 아침을 기다리는 시청자는 드물다.

어떤 사람이 <톱밴드>를 시청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음악적 다양성이나 밴드 음악 살린다는 당위는 예능 시청자들에게 먹히는 마케팅이 아니다. <톱밴드> 시리즈는 ‘록’의 부활처럼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는 일정한 구호와 굵은 선이 필요하다. 대중의 관심을 살 개성보다 밴드 음악다운 바이브가 절실하다. 출연자 및 심사위원단이 까탈스럽고 자존심 강한 록커다운 태도를 내려놓고, 서로 박수쳐주고 격려하며 제2의 장미여관의 탄생을 기다리는 것은 무기 없이 전쟁을 치르는 것과 같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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