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은 왜 인기만큼 이슈를 만들어 내지 못할까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잘 보고 있더라도 칼럼을 쓰기가 어려운 프로그램들이 있다. 시청률은 높아도 기사도 별로 안 쏟아지고 인터넷상에서 화제도 크게 일지 않는 예능 프로그램들이 대체로 그러한 프로그램들이다. 중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예능들이 대표적이고 주말 대작 예능 중에는 <1박2일>과 <런닝맨>이 그렇다. 이런 예능들은 일단 기본적으로 게임을 기반으로 진행하다보니 새로움이나 요즘 예능에서 중요해진 의미와 정서를 언급하기가 애매하다.
가령 <무도>는 각기 다른 특집에서 이런저런 의미를 찾아서 연결할 수 있고 <복면가왕>같은 경우는 캐릭터에 대해 쓸 수 있다. JTBC나 나영석 사단의 예능에서는 새로운 흐름을 읽을 수 있다. 하지만 <1박2일><런닝맨> 등은 그때그때 늘 재미는 있지만 지난주와 달라진 점이나 지금까지와는 색다른 흐름을 짚어낼 거리는 사실상 찾기 힘들다.
기왕 시작한 김에 변명을 더 해보자. 이번 주 <1박2일>에서 헨리가 “베스트”를 외칠 정도로 <가족오락관>에 오마주를 바친 게임들은 시청자들이 배꼽을 앗아갈 만한 몇 주 동안 최고로 웃긴 장면이었다. 하지만 이를 ‘어제 진짜 웃겼어’라고 글로 소개하고 말하는 것으로는 리뷰 기사의 범주를 벗어난 글쓰기가 힘들다. 특히 <1박2일>은 매주 화려한 게스트를 투입해 그나마 이슈거리를 자체 생산하는 <런닝맨>에 비해 시청률이 훨씬 잘나옴에도 불구하고 글로 풀어내기 더욱 더 어려운 예능이다.
<1박2일> 시즌3은 멤버구성과 역할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다. 제작진과의 ‘밀당’ 구도도 자리를 잡으면서 안정기에 접어든 지 오래다. <무도>는 특집으로 바보전쟁을 하지만, 이곳은 그것이 생활이다. 자기 스스로 자막으로 표현하듯 기본적으로 순수한 바보 캐릭터들이 왁자지껄 행진하는 곳이다. 그런 와중에 차태현처럼 넓게 볼 줄 아는 사람이 있고, 정준영처럼 나름 브레인이 존재하는 거다.
<1박2일>은 순수한 어린 아이들처럼 구는 멤버들이 게임을 하고, 복불복을 하는 과정에 우리나라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소개한다는 명료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가족이라기보다 장난꾸러기 중학생 친구 무리의 우정 여행을 보는 듯한 재미다. 얍삽한 김준호와 바보 캐릭터 김종민이 시너지를 내고 김주혁이 불쌍한 형, 데프콘이 파이팅을 더한다. 여기에 똘끼 및 브레인 역을 맡은 정준영과 중심추가 되는 차태현이 더해지면서 사실상 리얼버라이어티쇼의 기본 스토리라인인 멤버들의 관계망 형성은 애진작 끝났다. 이때부터 웃음은 단단해졌지만 글감은 떨어졌다.
<1박2일>은 멤버들 간의 시너지와 관계망 형성에 초점을 맞춘 시즌2의 실패를 겪으며 더욱 더 게임에 몰두하는 단순한 미학으로 승부를 보고 있다. 이미 리얼버라이어티의 문법이 낡게 보일 정도로 반복했다. 시즌1처럼 멤버들끼리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뭔가를 찾아가는 미션은 굉장히 정교하지 않으면 감동이나 정서적으로 자극하기 어렵다. 문제는 게임에서 나오는 웃음은 화제를 만들고 사람들이 관련된 글을 찾아 볼 만큼, 여운을 남기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는 새로움이란 차원에서, 그리고 게임이란 본질적 한계에서 오는 휘발성 때문에 그렇다. 이에 게임쇼의 단조로움을 극복하고 스토리라인을 보강하기 위해서 <1박2일>도 게스트를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료헤이와 김종민이 <1박2일> 역사상 남을 씨름 경기를 펼치고, 존박이 여러 ‘짤’을 생산할 정도로 활동적이었다고 해도, 료헤이와 차태현이 이번 주 하이라이트였던 고요 속의 외침 게임 중 ‘팬티지림’과 ‘팬티젖음’이란 지금 다시 생각해도 웃긴 초대박 웃음을 터트렸다고 해도, 결국 먹는 것과 자는 것을 놓고 벌인 복불복 게임일 뿐이다. 무척 재밌었다 이외에 다른 언급을 하기가 힘들다. 게임에서 복불복 이상의 의미나, 그 이상의 스케일이나 멤버들 간의 관계에 집중하는 거대한 미션을 새롭게 시작하지 않는 한, <1박2일>의 행보를 언급하고 의미부여를 하기가 쉽지 않은 이유다.
그러니 <1박2일> 제작진이나 출연진, 그리고 시청자들은 우선 어느 정도 안심해도 된다. 지금 순항하고 있고, 시청하고 있는 게 마이너한 프로그램이 아니란 뜻이다. 그런데 야구 중계를 해도 시청률이 낮은 코너에 밀리지 않는 방송이 될 만큼 더 높은 뜻을 품거나 선배인 나영석 사단의 프로그램처럼 되기 위해서는 극단의 게임쇼로 치닫는 <런닝맨>과 이제는 길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 바보 캐릭터의 향연이 아닌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질 때가 됐다.
현재 제작진은 KBS 예능국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1박2일>의 메가폰을 잡은 지 2년 째다. 이제 <1박2일>에서 웃음을 넘어서서 그들만의 월드를 구현할 수 있는 특별한 정서나 이야기와 같은 좀 더 세련된 예능의 길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높은 시청률에 안주하다가는 평소에 꾸준히 좋은 성과를 올리고도 종국에는 <프로듀사>의 명대사처럼 박수 받지 못하고 사라지는 또 하나의 사례가 될 수 있다. 웃음도 좋고 보면 재밌지만, 그 다음 주도 기다리게 만드는 끌림이 필요하다. 이제는 웃음을 넘어서서 팬덤을 갖추는 도전에 나설 때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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