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이 가짜? 그렇다면 미카엘이 ‘냉장고’에서 보여준 건

[엔터미디어=정덕현] JTBC 예능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 중인 미카엘 셰프에 대한 경력 논란이 갑자기 불거졌다. 한 인터넷 매체가 단독이라며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미카엘이 채무를 이행하지 않아 법원이 그의 출연료를 가압류했고 ‘전 조선호텔 셰프’라는 그의 경력은 가짜이며 실제로는 홀 서빙 직원이었다는 것이다. 기사는 조선호텔에 직접 사실을 확인했다는 내용과 <냉장고를 부탁해> PD와 나눈 문자메시지까지 공개하며 이 내용이 사실이라는 걸 강조했다.

미카엘 측에서는 즉각 반박자료를 냈다. 채무관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보도된 내용과는 사뭇 다르며, 경력이 가짜고 ‘무늬만 셰프’라는 말은 심각한 명예훼손이라는 것이다. 미카엘 측은 자신이 셰프임을 증명하는 경력증명서를 공개했고, ‘미카엘이 홀 서빙을 했던 직원’이라고 했다는 조선호텔의 레스토랑 지배인은 실상 미카엘이 근무하던 시절에는 일하지도 않았던 사람이라고 했다.

핵심 쟁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미카엘이 채무관계이고 다른 하나는 경력문제다. 채무문제는 미카엘 측에서 밝힌 바대로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보도된 내용처럼 일방적으로 돈을 갚지 않은 사안은 아니라는 게 미카엘 측의 이야기다. 채무관계의 문제야 당사자들의 이해관계가 있는 일이니 양측의 이야기와 정황증거들을 조금 기다려보면 다 드러날 수 있는 일이다. 이러한 돈 문제에는 다소 감정이 뒤섞여 증언만으로는 사실을 정확히 알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미카엘 논란에서 더 중요한 건 이 채무문제가 아니라 경력문제다. 만일 이 보도된 내용이 사실이라면 미카엘은 방송사를 속이고 대중들을 기만한 것이 된다. 그간 스타 셰프로서 어떤 권위를 부여받은 것이 사실이고, 이를 바탕으로 현재의 스타 셰프라는 위치에 올라선 것도 사실이다. 그러니 경력 자체가 거짓이라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그래서 미카엘 측이 경력증명서를 다시 발급받아 증명하겠다고 밝혔다. 경력증명서와 조선호텔 측의 명쾌한 증언만 있다면 이 역시 별 문제될 게 없는 사안이다. 시간이 해결해줄 거라는 점이다.

흥미로운 건 이번 사안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이다. 지난 번 맹기용 셰프 때 자질 논란이 벌어졌던 것과 비교해보면 너무나 다른 반응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대중들은 미카엘에 대한 신뢰를 보내고 있다. 설사 경력이 진짜든 가짜든 상관없이 그간 미카엘이 방송을 통해 보여준 그 요리 실력은 분명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즉 실력이 있으니 문제될 게 뭐냐는 반응이다.



사실 <냉장고를 부탁해>에는 전문 셰프만 있는 건 아니다. 홍석천 같은 연예인도 있고 김풍 같은 만화가도 있으며 박준우 같은 기자도 있다. 하지만 이들은 때로 요리 대결에서 전문 셰프들을 이기기도 한다. 즉 요리라는 것이 단지 라이센스를 갖고 있느냐 아니냐에 따라 그 실력을 가늠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취지와 의도가 이 프로그램의 출연진 구성에 이미 들어가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 프로그램에서 경력 논란은 실력이 실제로 수준 이하로 나타났을 때나 가능한 일이다. 몇 줄 적어 놓은 경력사항이 그리 대단한 권위를 부여하는 것도 아니고 단지 그것만으로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을 수도 없다는 사실이다. 미카엘은 분명 셰프 자격증을 갖고 있고, 3년 간 조선호텔에서 일했다. 여기에 경력증명서가 사실 그대로임이 확인된다면 이러한 논란을 제기한 측에서는 거기에 합당한 입장을 내놔야 하는 상황이다.

사실 대중들이 경력이나 학력을 의심하게 되는 것은 그것이 과도하게 내세워져 하나의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그것이 상업적으로 활용되는 것에 대한 거부감과 불편함에서 비롯되는 경향이 있다. 거기에는 스펙사회에 대한 혐오도 들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미카엘은 경력을 내세워 지금의 위치에 오른 건 아니다. 오히려 한 회 한 회 요리 실력과 특유의 성품을 선보임으로써 시청자들에게 신뢰받게 되었다. 대중들이 미카엘 허위 경력 보도에 대해 믿지 못하겠다며 대수롭지 않은 냉담한 반응을 보이는 건 그래서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