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보감’, 살벌한 흑주술 말고 달달한 멜로를 기대해

[엔터미디어=정덕현] 도대체 언제쯤 허준(윤시윤)과 서리(김새론)의 달달한 멜로를 볼 수 있을까. JTBC 금토드라마 <마녀보감>은 그 무엇보다 윤시윤과 김새론이라는 밝은 이미지의 연기자들이 펼칠 멜로 연기를 기대하게 만든 작품이었다. 하지만 그런 기대와 달리 드라마는 초반에 흑주술로 인해 생긴 끔찍한 운명을 비장하게 그려냈다.

연출과 미술에 들인 공은 확실히 느껴진다. 심도를 느끼게 해주는 장면들은 영화처럼 완성도가 높았다. 여기에 호랑이나 늑대가 등장하는 CG 부분도 무리 없이 잘 처리되어 드라마를 참신하게 해주었다. 하지만 이렇게 연출과 미술을 통해 들인 공이 시청자들에게도 제대로 전해졌는지는 의문이다.

아마도 조선시대의 실감나는 밤 장면들을 그대로 보여주며 동시에 CG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낮춘 조명은 자칫 장면 자체가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답답하게 다가올 수 있었다. 즉 예술적인 성취를 보여주기 위해 연출에 공을 들여 완성도를 높인 건 사실이지만, 그것이 대중적인 선택이었는지는 의구심이 남는다는 점이다.

이것은 드라마의 스토리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흑주술로 인해 얽히고설킨 관계들과 저주를 받은 서리가 허준의 도움을 받아 홍주(염정아)와 맞선다는 이야기는 그것이 조선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점에서 멜로와 복수극을 잘 엮었다고 보인다. 하지만 드라마는 허준과 서리의 달달한 멜로가 전면에 나오기보다는 그들이 각각 겪고 있는 고통에 더 시간을 많이 할애했다.

허옥(조달환)에 의해 죽음을 맞이한 어머니 때문에 복수심에 불타는 허준의 이야기와, 홍주로 인해 저주를 받은 채 결계를 치고 그 밖으로 나가지 못한 채 살아가는 서리의 이야기가 지금까지 드라마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것. 그러니 공들인 연출로 인해 어둡게 된 화면들처럼 이야기도 너무 어둡게 그려졌다.



다행스러운 건 이제 허준이 서리의 ‘인간 결계’가 되어 두 사람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이어지게 됐다는 점이다. 두 사람은 이제 함께 힘을 모아 홍주에 맞서야 하는 공동운명체가 되었다. 서리를 보호해주는 허준과 그런 허준에게 조금씩 마음이 설레는 서리의 관계는 드디어 이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들의 기대를 채워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하지만 두 사람의 멜로 역시 조금 어둡게 그려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저주받은 몸이라 자책하는 서리의 캐릭터가 너무 무겁게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애초에 윤시윤과 김새론이라는 캐스팅에서 시청자들이 기대했던 그런 멜로는 아닐 수 있다.

물론 드라마가 주제의식을 명확히 드러내고 엎치락뒤치락하는 스토리 전개로 정주행하는 건 잘못된 것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역시 드라마는 시청자들의 기대감을 채워줄 때 힘을 발휘하기 마련이다. 너무 어두운 흑주술과 저주가 어쩔 수 없이 이 드라마가 그려야 하는 것들이라면, 그 어두움과 무거움을 상쇄시킬 수 있는 건 역시 허준과 서리의 밝은 사랑이야기가 아닐까. 꽤 잘 만들어진 <마녀보감>이 대중들의 시선도 잡아끌기 위해서는 두 사람의 밝은 멜로가 절실하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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