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댄스 배틀 ‘힛 더 스테이지’, 요모조모 뜯어보니

[엔터미디어=TV삼분지계] ◾편집자 주◾ 하나의 이슈, 세 개의 시선. 각자의 영역을 가지고 대중문화와 관련된 글을 쓰고 있는 정석희·김교석·이승한 세 명의 TV 평론가가 뭉쳐 매주 한 가지 주제로 각자의 시선을 선보인다. 엔터미디어가 선보이는 새 코너 [TV삼분지계]를 통해, 세 명의 서로 다른 견해가 엇갈리고 교차하고 때론 맞부딪히는 광경 속에서 오늘날의 TV 지형도를 그려볼 수 있는 단초를 찾으실 수 있기를.

아이돌 가수들에게 노래가 아닌 춤으로 승부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그를 통해 <댄싱9>에서 한 차례 방문한 바 있는 한국 댄스 신의 오늘을 재조명한다. Mnet <힛 더 스테이지>가 가진 야망은 크고, 그 야망을 현실로 만드는 아이돌 가수들의 무대는 날로 진화한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열심히 준비한 무대를 제대로 보려면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무편집본을 따로 봐야하고, 오로지 춤으로 승부를 본다면서 경연 순서는 누가 눈물을 빨리 흘리느냐로 정하고, MC들은 춤에는 조예가 없어 보인다. [TV삼분지계]가 <힛 더 스테이지>를 요모조모 뜯어봤다. 셋 다 MC들이 불편하단 점만큼은 의견이 일치했다.



◆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힛 더 스테이지>는 기본적으로 아이돌 콘텐츠다.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거나 재도약이 필요한 아이돌들의 프로페셔널한 춤 실력과 열정, 노력을 부각해 새로운 캐릭터 및 정체성을 확립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따라서 아이돌 문화에 익숙한 시청자나 해당 아이돌의 팬들에겐 굉장히 흥미로운 볼거리가 되겠지만 한계 또한 명백하다. 아이돌 콘텐츠는 예능 전체를 놓고 봤을 때 꽤나 마이너한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힛 더 스테이지>는 이러한 아이돌 콘텐츠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아이돌 간의 댄스 배틀이 아닌 전문 댄서와 함께 팀을 꾸려서 펼치는 경연을 마련했다. 그러면서 스트리트 댄스 신의 스타부터 방송 안무가까지 다양한 장르와 분야에서 활동하는 국내 유명 댄서들을 한 자리에 모아 우리나라 댄스 신의 현재를 조명하는 판을 자연스럽게 깔았다. 엠넷의 장기 중 하나인데, 이미 <쇼미더머니>의 힙합, <헤드라이너>의 DJ 등 특정 문화와 씬을 이런 식으로 다뤄서 성공한 전례가 있다.



그런데 댄스신의 조명만으로는 한계를 벗어나기 부족하다고 생각했는지 전현무, 이수근의 MC진에 박나래, 이국주, 황광희 등 프로페셔널한 리액션이 가능한 전문 예능 선수들을 패널로 섭외해 무대 주변에 배치했다. 아이돌과 댄서가 춤을 열심히 추는 것처럼 이들도 자기 맡은 바 역할에 충실 한다. 그러다 보니 기획은 신선한데 결과는 어디서 본 듯한 그림이 나온다. <힛 더 스테이지>는 새로운 아이돌 프로그램이면서 전문 댄스 콘텐츠로도 인정받고 싶은데, 대중적으로 성공한 예능도 되고 싶은 거다.

이 정제되지 않고 충돌하는 욕망이 현재까지 그 누구도 완벽하게 만족하지 못하는 어중간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아이돌의 퍼포먼스도 프로그램 밖으로 튀어나올 만큼 화제가 되지 않고 있고, 댄스신을 <쇼미더머니>처럼 휘어잡지도 못했다. 패널과 MC진은 몇 안 되는 시청자들의 가장 큰 불만 사항이다. 예쁜 색이 많다고 다 섞으면 그냥 탁해질 뿐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 춤만으로 존중 받을 수 있는 무대, 그 존중을 깨부수는 MC

<힛 더 스테이지> 2회 우승자 호야는 첫 출연 당시 “데뷔한 지 6년이 됐는데 춤을 제대로 보여준 건 다섯 차례 정도”라며 춤 자체를 보여주고 싶은 욕망을 숨기지 않았다. 그럴 법 하다. 한국에서 댄스는 그 자체로는 좀처럼 무대의 주인으로 인정받지 못했으니까. 가수로 데뷔하기 이전에도 이미 위대한 춤꾼이었던 현진영은 가수가 된 이후에야 대중에게 자신을 선보일 기회를 얻었고, H.O.T.를 위시로 한 아이돌 가수들은 종종 ‘노래는 제대로 안 하고 춤만 춘다’는 이유로 비난의 대상이 되곤 했다. 대중에게 춤을 선보이려면 가수가 되어야 하는데, 막상 가수가 되면 춤에 치중한다는 이유로 욕을 먹는 딜레마.



<힛 더 스테이지>는 <댄싱9>이라기보단 KBS <불후의 명곡>에 가까운 경연 시스템을 채택해 탈락의 위험은 낮추는 대신 각자가 보여주고 싶은 춤을 양껏 보여줄 수 있도록 배려한다. 첫 경연에서 효연이 자신의 장기 대신 ‘이런 걸 보여주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선택한 댄스 스포츠나, 아직 실력을 100% 다 보여준 게 아니라는 필독의 여유도 이렇게 춤만 진득하게 보여줄 기회를 충분히 마련해 줬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런데 그러면 뭘 하나. 춤만으로 존중 받을 기회를 주는 쇼를 만들어 놓고는 자꾸 그 존중을 갉아먹는 일을 하는데. 조금만 생각해봐도 무대를 꾸리는 데 연극적 요소가 들어간다는 점을 알 만한 진행자들이, ‘사랑’을 주제로 무대를 꾸민 사람들에게 “정말로 마음이 있는 거 아니냐”는 식으로 몰아가기 바쁘고, 툭하면 분위기를 띄운답시고 여성 참가자들에게 섹시 댄스를 요구하는가 하면, 선이 고운 남자 댄서를 별종 취급한다. 독립된 예술로서 춤이 지니는 지위를 존중해주지 않는 MC들과 그에 맞장구를 치는 패널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 아수라장 속에서 매주 완성도 높은 무대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참가자들이 안쓰러워진다.

칼럼니스트 이승한 tintin@iamtintin.net



◆ 전문분야를 다룬 쇼를 진행하려면 공부가 필요하다

“발끝까지 감정을 실어 표현해보겠습니다.” 그룹 인피니트의 호야가 Mnet <힛 더 스테이지> 두 번째 경연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믿거니 하는 마음이었으나 현대무용이라는 익숙치 않은 장르에 도전한다기에 한편으론 걱정도 됐다. 그런데 웬걸, 춤 실력이며 남다른 의지와 근성이야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잘 소화해낼 줄이야. 뿐만 아니라 호야와 무대를 함께 꾸민 크루 최효진과 2점 차이로 2위에 오른 빅스타의 필독, 이 셋의 십년 우정도 돋보였는데 사실 필독의 춤 실력을 제대로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KBS <일말의 순정>의 모범생 오필독이? tvN <식샤를 합시다>의 택배원이? 어리바리했던 드라마 속 모습들과는 워낙 딴판인지라 감탄을 하며 볼 밖에.



MBC <복면가왕>에 이어 <힛 더 스테이지>가 또 한 차례 아이돌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을 깨 주리라 기대해보게 되는데 다만 한 가지 옥에 티라고 해야 되나? 보면 볼수록 아쉬운 점이 있으니 바로 진행자들의 자세다. 왜? 왜? 왜 전현무와 이수근인가. 예의 전현무표 깨방정 춤 때문에? 샤이니 춤을 따라했던 경력 때문에? 그럼 이수근은 또 왜? 답답한 노릇이다. <힛 더 스테이지>를 제대로 아우르자면 춤에 대한 일가견은 필수, 적어도 Mnet <댄싱 9>과 MBC <댄싱 위드 더 스타> 정도는 정주행을 했어야 옳지 않나. 두 프로그램에서 맹활약한 인물들이 등장을 해도 알아보질 못하니 까막눈이 따로 없지 뭔가. 부디 지금이라도 공부하세요!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59@daum.net

[사진= 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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