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media 주요뉴스

‘썰전’, 다음 회엔 유시민 작가 원톱으로 한 번 갑시다
기사입력 :[ 2016-11-04 17:07 ]


‘썰전’에 몰리는 관심에서 ‘나꼼수’의 기세가 떠오른다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최순실 게이트’의 유탄은 일개 예능칼럼에도 덮쳤다. 지난 한 주 동안 시청자들이 가장 기다린 프로그램이 <썰전>인 까닭에 예능을 주로 다루는 TV칼럼이지만 교양으로 장르를 정정한 <썰전>을 불과 2주 만에 또다시 언급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모든 TV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블랙홀처럼 집어삼켰다. 저녁에 방영되는 막장 드라마는 리얼 월드의 막장을 보도하는 뉴스에 가려졌고, 뉴스를 보며 분노하다 지친 대중들에게 10시 드라마의 판타지는 위로가 되지 못했다. 예능의 경우 박명수는 이럴 때일수록 예능인들이 힘을 내야 한다고 했지만 이번엔 웃음의 위로보다 분노가 더 필요한 상황이라는 걸 시청자들은 시청률로 말하고 있다.

평소 3~4%대를 기록하던 <썰전> 시청률은 지난주 게이트가 터지자 6%대로 치솟은 뒤, 특집을 예고한 이번 주는 무려 9%대를 돌파했다. 그 시간대 최강자인 SBS <백년손님>은 시청률이 6%대로 내려앉았고, MBC <미래일기>는 1.7%로 간신히 집계됐다. 지금 정국에서 대중의 관심은 예능이 아니란 말이다.

전원책 변호사는 이번 주 녹화 중 유시민과 김구라의 눈이 말똥말똥하다며 “신났네 정말!”이라며 농을 쳤다. 그러자 김구라는 “궁금하니까. 그리고 정말 많은 사람들이 물어 본다”며 <썰전>에 쏠린 세간의 높은 관심을 내비쳤다. 이 말과 시청률 상승폭은 시청자들이 <썰전>에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히 보여준다.

<썰전>을 비롯한 정치 토크쇼에 대한 기대와 재미는 정치와 사회에 대한 관심 혹은 불만을 바탕으로 한다. 돌이켜보자. 이명박 정부 시절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는 것 같은데 그게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겠고, 어디서 큼큼한 냄새가 나는 것 같은데 기존 언론이 말하지 못하거나 외면하던 이야기를 마이너 매체인 팟케스트가 대신 수행한 적이 있다. 당시 여의도 공원을 뒤덮을 정도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나는 꼼수다>는 시민들의 불만과 정치적 관심이 국민적 공분을 담아내는 공기 역할을 했다. 우리가 권력을 직시해야 한다는 학습효과를 남겼다.



이를 이어받은 <썰전>은 교양의 가치를 더했다. 정치사회 등의 시사 이슈들을 떠먹기 좋게 전달해줘서 지금 돌아가는 뉴스의 맥락과 지식, 시선을 넓히는 일종의 스타 강사 역할을 했다. 그래서 대중들은 옳을 말을 재밌게 들을 수 있는 유일한 강단에서 현실의 답답함을 해소하고, 변화에 대한 열망과 희망을 품었다. 국정 시스템이 붕괴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샤머니즘 스캔들’로 보는 것이 가장 이해 가능한 현 상황에서 <썰전>에 몰리는 관심은 과거 <나는 꼼수다>가 세를 불렸던 흐름을 떠올리게 한다.

그런 면에서 이번 특집은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시청자들은 속 시원하게 해줄 ‘한 방’을 기대했는데, 파이널 라운드 판정으로 끝나는 격투기 경기를 보는 찜찜함이 남았다. 물론, 대부분의 출연진이 서초동에 끌려갔던 <나는 꼼수다>처럼 가드를 내리고 파괴력 있는 펀치를 내라는 것은 아니지만, 보수와 진보 막론하고 시청자들은 이 상황을 진단하는 가장 바른말을 듣고 싶었다.

<썰전>의 기록적인 시청률 상승이 의미하는 바는 전원책의 서릿발 같은 단죄의 호통에 마음을 조금이나마 삭히고, 유시민 작가가 조목조목 이 사건을 뜯고 씹어주는 이야기를 들으며 머리는 더욱 차갑게 만들고 싶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무조건적인 반성을 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되는 청와대와 집권 여당과 검찰의 시나리오가 있다고 추측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보고, 그런 시나리오가 만약 있다면 <썰전>을 시청하는 것을 시작으로 브레이크를 걸고 싶었을 것이다. 시민의 투표권이 부정된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바로잡고 싶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김구라의 말처럼 3일 만에 90분으로 늘어난, 그것도 맥락 때문에 편집도 원활치 않은 정치 토크쇼를 기승전결을 맞춰 완성도 높게 만들어내긴 어려웠던 것 같다. 자막을 통해 ‘최순실 사건’이 아니라 ‘박근혜 게이트’임을 프레이밍하는 노력 등 역시나 훌륭한 점도 많았지만 기대했던 명쾌한 해석과 촌철살인의 견해가 성난 마음을 달래줄 정도로 와 닿지는 않았다. 워낙 많은 개별적 사안들이 퍼즐처럼 얽혀 있고 의혹이 의혹을 덮는 모양새로 혼란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보니 평소 <썰전>이 수행했던 곁가지를 쳐내고 본질을 바라보게 만드는 역할을 매끄럽게 해내는 데 어려움이 있었던 것 같다.

특히 막장 사건의 주인공이 박근혜 대통령이고, 올 단두대로 보내야 한다는 전원책 변호사는 중간에 맥락이 닿지 않게 야권의 정치 셈법을 논하며 비난하고, 핵심과는 거리가 너무나 먼 청와대 공간배치를 문제 삼았다. 이력이 불분명한 강남 땅부자 아주머니의 도움을 받아서 집무를 한 박근혜 대통령과 역대 대통령(일각에서 유능했다고 평가받은 대통령은 모두 야당 출신이다)의 지적 수준을 동일시하면서 안 그래도 복잡한 사안인데 전선을 흐트러트려 아쉬움이 남았다. 유시민이 말하는 정파를 초월한 거국내각론에 비춰봤을 때 현재 기습 개각이 의미하는 바를 시청자들이 생각해볼 틈이 필요했다.



<썰전>의 특집 방송 다음날 오전 대통령은 담화문을 발표했다. 받아들이기 따라 다르겠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 입사 자기소개서에서도 사라졌다고 들려오는 가족사가 담긴 감성 호소로 잘못은 갈무리하고 이번 혼란을 야기한 장본인이 혼란에 경제와 안보문제를 전가하는 듯한 내용이었다. 민감하고 본질적인 사과는 수사 중이란 이유로 덮어두었다.

<썰전>의 시청자로서 지난 밤 <썰전>이 지금까지 벌어진 미증유의 국정 농단과 이에 대해 대처하는 대통령과 정부 여당이 태도가 무엇을 말하는지 보다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잘못이 드러난 후에도 개각을 하고 담화문을 발표한 대통령과 이에 지지 성명을 낸 집권 여당, 포부와 달리 의혹을 낳는 검찰의 수사 의지를 보면서 시청률이 9%까지 치솟은 <썰전>이 체급을 올려야 할 때가 온 것은 아닌지 부담스러운 제안을 해본다. <썰전>은 우리 사회가 더 나아질 수 있다는 기대를 품게 하는 몇 안 되는 TV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JTBC]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Copyright ⓒ 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뒤로가기 인쇄하기 목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