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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를 이유로 정부가 당신의 사생활을 들여다본다면
기사입력 :[ 2017-04-20 15:01 ]


‘안보 vs 사생활’ 이분법의 사이

[엔터미디어=백우진의 잡학시대] “테러와 싸우기 위해 정부가 사람들의 통화 내용을 듣거나 이메일을 읽는 것이 허용돼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설문조사에서 이런 질문을 받으면 당신은 무엇이라고 대답할 것인가. 자신의 성향과 논리에 따라 “허용돼야 한다”거나 “허용되면 안 된다”고 대답할 공산이 크다. 이 두 가지 이외의 답변이 있을까?

제3의 답변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당신은 이 책에서 얻을 게 있다. 적어도 이 글을 읽을 이유가 있다.

저자는 이 질문에서처럼 ‘안보를 지키는 것’과 ‘사생활 침해’ 중 하나를 택하라는 틀은 사안을 단순하게 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설령 안보를 중시하더라도 사생활을 포기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정부가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거나 덜 침해하면서 안보를 지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즉, 안보와 사생활 둘 중 하나가 아니라 정부가 개인의 통화를 감청하거나 이메일을 들여다볼 때에는 사법 당국의 승인을 얻어 제한적으로 해야 하며 사후에 감독을 받는 절차를 거치도록 함으로써 사생활 침해와 그로 인한 피해의 소지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저자는 따라서 위 질문 중 한 갈래가 다음과 같이 수정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법원명령이나 사법적 감독 없이 국가안보국이 해외에 있는 테러 의심자와 미국에 있는 사람들 사이의 통화를 감청하는 것이 허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또는 이렇게 물어볼 수도 있다.

“국가안보국이 해외에 있는 테러 의심자와 미국에 있는 사람들 사이의 통화를 감청할 때 법원명령이나 사법적 감독을 의무적으로 받도록 할 경우 테러 대응의 신속성과 효율이 이를테면 약 10% 저하된다고 추정됩니다. 이런 측면을 고려할 때 테러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의심되는 통화를 감청하는 경우 법원명령이나 사법적 감독을 거치지 않아도 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까?”

정부 당국이 아니라 시민단체에서 같은 이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다면 질문은 다음과 같이 될 것이다.

“국가안보국이 해외에 있는 테러 의심자와 미국에 있는 사람들 사이의 통화를 감청할 경우 받아야 하는 법원명령이나 사법적 감독이 충분하다고 보십니까?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르는 사생활 및 인권 침해를 피하기 위해 사법 절차가 지금보다 더 강화되고 투명하게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저자가 이 책에서 여러 챕터에 걸쳐 다루는 다른 쟁점은 정부가 개인의 사적인 정보를 광범위하게 취득하는 활동이다. 만약 제한이 없다면 정부는 공공장소에서의 촬영과 녹음, CCTV 영상, 포털 사이트, 소셜 미디어 등에 노출된 자료를 활용해 개인에 대한 정보를 모을 수 있다.



정보의 양이 정확성을 보장하는 건 아니다. 정부가 개인정보를 잘못 분석해 애먼 사람을 공항에서 추가로 검색하고 항공기 탑승을 금지하고 심하면 체포할 수 있다. 그 애먼 사람은 당신이 될 수 있다고 저자는 경고한다.

또 정부와 정부의 구성원이 선하다면야 걱정할 일이 없지만, 현실의 정권이나 정부 관계자는 축적해놓은 개인정보를 왜곡하거나 유출함으로써 특정 인물을 궁지에 빠뜨리곤 한다. 가령 정권에 적대적인 개인이 저지른 사소한 잘못을 공개하거나 그가 창피해할 사실을 언론에 흘리는 것이다.

이런 가능성을 거론한 뒤 저자는 따라서 정부의 개인정보 취득에 대해 절차를 제한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데이터를 삭제해야 하며 정보를 악용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요약하면 개인정보에 대한 정부의 광범위한 취득과 활용을 제한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사생활 관련 법 분야를 연구하는 법학자로, 미국 조지워싱턴대학 법학대학원에서 가르친다. 저자의 주장에 동의하시는지. 나는 정부의 정보분석이 ‘잘못된 양성반응’일 경우 발생하는 개인 사생활 침해가 ‘추가 검색’ 정도라면 양해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항공기 탑승 금지와 체포가 엉뚱한 사람을 잡은 것이라면 그런 실수가 줄어들 유인으로 징벌적 보상과 담당 공무원 징계를 강화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겠다.

개인정보의 악용을 막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저자도 이 부분은 말하지 않는다. 정부가 특정 개인에 대한 정보를 뽑을 때에는 누가 왜 그렇게 하는지 기록을 남기고 위원회 같은 곳에서 계속 들여다보도록 하면 어떨까 생각한다.

흥미로운 대목은 자국 내 다른 나라의 스파이에 대해서는 사생활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건 별 논란거리가 아니지 싶다. 정보를 캐는 활동을 하는 스파이의 사생활을 존중하다보면 자국의 정보가 시쳇말로 털리고 말 테니까 말이다. 첩보의 영역은 범죄의 영역과 구분한다는 내용은 제7장에서 다뤄진다.

저자는 개인정보와 관련한 신기술에 대해 미온적이다. 그는 “데이터마이닝이 언젠가는 효과적인 안보 수단이 될 수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현재로는”이라고 단서를 단다. 또 홍채인증을 도입해 철석같이 믿었다가 구멍이 뚫리면 속수무책이라고 말한다. 이에 대해 나는 저자의 ‘양자택일 프레임’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데이터마이닝을 활용하느냐 활용하지 않느냐의 선택이 아니라, 활용하되 부작용을 최소로 줄이고 효과를 높이는 절차와 활용법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홍채인증도 마찬가지다. 홍채인증이 해킹이 될 경우에 대비하고 대응책을 마련해둬야 한다.

칼럼니스트 백우진 <한화투자증권 편집위원> smitten@naver.com

[사진=영화 <미션임파서블>스틸, 동아시아]

[책 정보]
대니얼 J. 솔로브 지음, 김승진 옮김, 숨길 수 있는 권리, 동아시아, 307쪽,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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