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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원하는 협치 예능 ‘세모방’, 그 성공 가능성은
기사입력 :[ 2017-06-12 14:36 ]


‘세모방’, ‘마리텔’ 실험정신에 ‘미우새’ 영리함 더했다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MBC 새 주말 예능 <일밤-세상의 모든 방송(세모방)>은 굉장히 흥미롭고 재밌는 예능인데, 잘 알려지지 않아서 안타깝다. 방송 전, 주로 박명수와 박수홍이 함께하는 새 프로그램으로 소개되거나 송해, 이상벽, 허참, 임백천과 같은 과거 방송가를 휘어잡던 경륜 넘치는 톱 MC진이 주말 예능에 전격 출연한다는 점이 부각됐다.

대선배들이 예능 일선으로 돌아온다니 뉴스거리이긴 하지만, 기대치가 낮은 메인 MC진과 국내외 여러 다양한 방송 프로그램 제작에 실제 참여한다는 기획 의도까지 겹쳐지면서 도대체 무슨 예능인지 좀처럼 감을 잡기 어려웠다. 게다가 1회에 가장 먼저 보여준 꼭지가 몽골에서 이런저런 고생하는 모습을 볼거리로 삼은 몽골 C1TV <도시 아들> 편이다보니 시청자들에게 매력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

정리하자면 <세모방>은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마이너한 실험정신을 계승하면서 <미운우리새끼>의 영리함을 얹은 예능이다. <마리텔>의 인터넷 1인 방송 자리에 세계 각국의 소규모 방송, 중소 케이블 채널이나 지역방송 프로그램을 넣으면 <세모방>이 된다. 그리고 <미우새>처럼 중장년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선생님급 MC진이 함께하는 스튜디오 토크를 따로 마련했다. 다양한 세대가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다양한 미끼를 던져놓은 셈이다.



<마리텔>은 지상파 예능이 방송 플랫폼 중 가장 언더그라운드라 할 수 있는 인터넷 1인 방송의 포맷을 차용하는 사고의 전환을 통해 일대 혁신을 일으켰다면, <세모방>은 실제로 타 방송사의 촬영현장에 MC들을 파견하고, 그 제작과정을 카메라 속의 카메라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담아낸다는 또 다른 전복적인 실험을 감행한다. MBC 예능국이 무려 제작비 0원인 리빙TV <형제꽝조사>나 무도회장을 촬영장으로 빌려 쓰느라 영업개시 전인 오후 4시까지 촬영을 마쳐야 하는 실버아이TV <스타쇼 리듬댄스> 등의 마이너한 중소케이블채널의 프로그램과 함께 방송을 제작하는 건 아무도 생각지 못한 그림이다.

박명수, 남희석, 박수홍, 헨리 등의 출연진은 MBC에서 출연료를 받지만, 연출 지시는 전적으로 해당 프로그램 연출자의 몫이다. 여기서 이른바 중앙무대와 변방 무대의 지휘가 뒤섞이면서 벌어지는 혼돈과 그간 알지 못했던 세계를 들여다보는 흥미, 활동 무대는 다르지만 같은 방송인으로의 연대의식 등이 신선한 재미로 다가온다.

가장 먼저 두각을 나타낸 코너는 조명이나 마이크 없이 구식 카메라 한 대로 베테랑 예능인 박명수를 휘어잡은 꽝PD의 1인 제작 방송 <형제꽝조사>다. 촬영 스텝이 PD 단 한 명인 열악한 제작 환경이지만 넘치는 열정, 엄격한 디테일, 즉석에서 대사까지 다 짜는 설정, 의견교환을 허용하지 않는 카리스마 넘치는 꽝PD와 생소한 방송환경에 놓인 투덜이 박명수의 바닷바람 같은 거친 우정 쌓기는 신선했다. 제작비 지원이 없기 때문에 다소 뜬금없이 등장하는 인간적인 PPL도 화제가 됐다.



슬리피와 오상진이 각자 아버지와 장인어른과 함께 댄스 경연대회에 참가한 실버아이TV <스타쇼 리듬댄스>는 아예 시청자들을 새로운 세계로 인도했다. 어쩌면 이제 5~6년 된 힙합 경연대회를 수십 년째 이 땅에 뿌리내린 사교댄스의 세계에 비유하는 것이 불경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일종의 중장년판 <쇼미더머니>의 세계로 초대한 것이다.

각자 고유의 색을 가진 레이블이 존재하고, 랩의 스킬이나 스타일이 발전 중인 힙합씬처럼 이 세계도 저마다 개성을 가진 문파와 다양한 스킬이 존재한다. 지난 40년 동안 단 1명의 제자만 두셨던 전설적인 해오화 선생님이 직접 사사하는 춤 세계, 몸이 느끼는 리듬을 절제시켜야 춤이 된다는 충남 당진의 대표 선생님의 절제댄스, 키보드 7개를 동시에 다루며 구수한 노래를 라이브로 들려주는 신스틸러 나운도 선생님 등 그동안 알아 뵙지 못했던 무림 고수들의 존재와 닉네임을 쓰는 춤꾼들의 에티켓, 어깨치기, 짝 잔발 등의 춤 기술들, 등산복에서 골프웨어로 진화한 업계의 패션코드 등 우연찮은 기회에 평소 재방송으로 즐겨보며 궁금했던 실버아이TV 채널의 뒷이야기를 엿볼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도 좋았다. <형제꽝조사>에 대한 증폭된 관심도 그렇고, <세모방>이 추구하는 상생의 취지가 통한 지점이다.



<마리텔>이 종영된 시점에 실험정신으로 무장한 <세모방>의 등장은 반갑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을 꿈꾸는 기획의도와 시선도 따뜻해서 좋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문화적 맥락을 한번 꼬면서 재미를 창출하는 예능 콘텐츠인데다, 마이너한 방송을 소재로 삼는 실험적인 면모들이 가장 무난한 예능들이 전쟁을 벌이는 일요일 저녁 시간에 약간은 버겁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런 점을 상쇄하기 위해 제작진은 베테랑 MC들을 모셔서 가족 콘텐츠임을 강조했지만, 이런 부분이 타깃 시청자들에게 다가가는 데 혼선을 초래하는 딜레마로 작용하고 있다.

2015년의 <마리텔>처럼 <세모방>은 새로운 콘셉트의 예능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킬 잠재력이 충분하다. 문제는 선명성이다. <마리텔>의 사례도 있다 보니 선택은 쉽지 않겠지만 타깃 시청자들에게 더 다가갈 수 있는 콘텐츠를 마련할 것인가, 아니면 더 많은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한 장치와 방법 마련에 초점을 둘 것인가를 빠른 시일 내에 선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취하려다 몽골 편처럼 프로그램을 한두 편 잘못 만나면 매력을 제대로 발산하지도 못하고 마이너한 방송으로 머물거나, 특색을 찾기 힘든 프로그램으로 흐지부지 될 수 있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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