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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예능 준비하고 있다면 ‘싱글와이프’ 제작진에게 배워라
기사입력 :[ 2017-07-07 18:18 ]


‘싱글와이프’, 제작진의 치밀한 준비로 탄생한 가성비 높은 예능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SBS의 새 예능 <싱글와이프>는 준비된 파일럿이다. 자사의 최대 히트작인 <미운우리새끼>의 또 다른 버전으로 일상 대신 일탈을, 중년 아들 대신 주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아내들이 육아, 살림을 벗어나 일종의 휴가를 갖고 남편들은 스튜디오에 모여서 이를 지켜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시청자는 또 이것을 바라본다. 그러면서 주부들에겐 대리만족과 공감을, 남편들에게는 다시 한 번 아내를 소중히 돌아보게 만드는 콘셉트의 관찰형 예능이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큰 기대가 없었다. 굉장히 익숙한 방식이고, 그동안 스타 부부나 연예인 가족의 일상과 살림을 엿보는 예능 프로그램도 무수히 많았다. SBS만 해도 앞서 언급한 <미우새>는 모자, <자기야-백년손님>은 사위와 장모, <아빠를 부탁해>는 부녀가 등장하는 프로그램을 꾸준히 내보내고 있고, 2014년부터는 아빠와 아이가 등장하는 육아예능이 지금까지 명맥을 유지하며 예능의 한 장르로 편입됐다. <싱글와이프>와 비슷한 시기에 시작해 동시간대 편성중인 MBN <졸혼수업>의 사례도 그렇고, 가족 구성원이 모두 등판하는 가운데 이제 ‘엄마’의 차례가 되었구나 싶었을 뿐 별다른 기대요소를 찾기 어려웠다.



그런데 몇 가지 ‘신의 한수’가 이런 낮은 기대를 훌쩍 뛰어넘었다. 우선 제작진이 “출연 인물이 방송 경험이 많지 않은 사람이길 바랐다. 그래야 많은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는데 주효했다. 인지도는 시청자들의 주목을 이끄는 최고의 수단인데 이를 포기한 것은 용기 있는 결정이었다. 주인공을 ‘연예인’이 아니라 방송과는 관련 없는 일을 하거나, 결혼 후 방송활동을 하지 않고 있는 다른 가족 구성원을 내세운 점은, 타깃 시청자인 주부들의 공감대를 마련하고 대리만족의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연예인 가정을 엿보는 재미도 주면서 어느 집이나 똑같은 풍경과 상황이 있고 엄마의 역할은 비슷비슷하다는 점을 부각하며 더 깊은 감정이입과 몰입의 여지를 마련할 수 있었다.

신선한 인물의 등장은 굳이 주부들이 아닌 다른 시청자 입장에서도 ‘의외성’ ‘새로운 캐릭터’를 만날 수 있는 기회였다. 방송에 익숙하거나 잘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캐릭터를 접하는 신선함은 어느 정도 진부하게 느껴졌던 설정의 벽을 넘어서는 힘이 됐다. 특히 뮤지컬 배우이자 배우 서현철의 아내 ‘우아한 럭비공’ 정재은은 최대 수확이었다. 쾌활하고 맑은 매력에서 나오는 사교성과 붙임성은 주부 공감대를 떠나서 누구나 웃을 수 있는 새로운 예능 캐릭터의 발견이었다. 일본 여행 중에도 꿋꿋이 우리말만 쓰면서 인력거꾼에게 “여기 벚꽃필 때 예쁘겠어요~”라고 한다든가, 식당에서 옆자리 일본인에게 건배 제의를 스스럼없이 하는 엉뚱한 모습, 캐리어 하나만으로 웃음 폭탄을 만드는 데 모처럼 꾸며지지 않은 예능 캐릭터를 만나 반갑고 즐거웠다.



그리고, 또 다른 신의 한 수는 남편이 여행 짐을 싸준다는 설정이다. 공감, 감정이입, 앞으로 전개에 대한 복선까지 여러 가지 열쇠가 됐다. 주부 시청자들의 경우 자기 상황에 대입해보는 가장 현실적인 감정이입 장치였다. 로망도 피어났다. 티셔츠 하나하나 진공포장하고 메모해 넣어준 이천희나, 새 옷을 사서 넣어주고, 서프라이즈 돈 봉투를 넣어준 김창렬, 서프라이즈 생일카드를 캐리어 제일 깊숙이 숨겨둔 서현철까지 사랑스런 부부의 모습은 부러움과 동시에 옆에 있는 사람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우기 충분했다.

아내가 홀로 떠나는 것이 아니라 같은 입장의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한다는 설정 또한 신의 한 수라 할 수 있다. 아무래도 <싱글와이프>는 인지도 낮은 출연진이 주인공으로 나서다보니 주목도가 낮고, 일상이 아니라 이벤트 속에서 캐릭터를 보여주기 때문에 쉽게 식상해질 수 있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그런데 등장인물을 친구와의 여행이란 설정으로 늘이면서 캐릭터와 에피소드의 폭을 확대했다.

볼거리 차원에서 이 설정은 많은 역할을 해냈다. 홀로 여행이 보여줄 수 있는 단조로움을 함께하는 엑티비티와 놀이, 대화로 해소했다. 이런 프로그램들은 늘 기획의도를 대화나 말로 전달하고자 하는 강박이 있는데, 김창렬의 부인 장채희 씨가 친구 가희에게 털어놓듯이 그간 감당해야 했던 아픔들과 같이 함께 살지만 남편도 몰랐던 이야기, 남편보다는 친구와 더 나누기 편한 이야기들이 다 이런 상황 속에서 나올 수 있었다.



그러나 3회 시청률이 대폭 하락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아직 정비해야 할 부분이 없는 건 아니다. 아내들의 여행은 신선해서 괜찮았고, 스튜디오 토크쇼도 MC를 맡은 박명수와 이유리의 호흡이 의외로 좋고, 박명수의 경우 본인의 삶과 겹치는 지점이 많은 예능이다 보니 매우 적극적이며 잘 이끌었다. 하지만 3회차 안에 네 커플의 이야기를 다 집어넣고, 또 웃음부터, 엄마, 아내로서 살아온 시간들에 대한 이야기와 아픔, 그리고 부부간의 사랑까지 희로애락의 모든 감정을 다 담으려고 하다 보니 결국은 ‘투 머치’였다.

일상이 아닌 여행을 3회에 걸쳐서 방송하다보니 신선함이 최대 강점인 캐릭터들에 대한 집중력과 관심이 급격히 떨어졌고, 유쾌한 가운데 부부의 사랑과 엄마, 아내의 소중함을 되돌아 볼 수 있는데 너무 눈물의 감정선들이 후반에 과도하게 들어오면서 프로그램의 템포를 떨어뜨린 것은 물론이고, 타깃 시청자를 대폭 확장할 수 있는 콘텐츠임에도 스스로 자기의 영역을 그었다. 잘 준비된 파일럿이었던 만큼 주부를 이야기하지만 오히려 타깃 시청자를 넓히는 전략을 고민한다면 그 누가 봐도 흥미로울 수 있는 또 하나의 대중 예능이 탄생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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