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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신잡’, 유시민의 문제제기에 기꺼이 동참하련다
기사입력 :[ 2017-07-08 10:19 ]


‘알쓸신잡’, 유시민이 분노한 시대착오적 낙화암 소개

[엔터미디어=정덕현] “지금 여러분이 이용하고 있는 이 강은 백마강으로 낙화암이라는 바위가 있는데 의자왕 20년에 백제가 당나라로 하여금 멸망할 때 적군의 노리개가 되기보다는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하여 이렇게 낙화암에서 삼천궁녀가 치마폭에 얼굴을 감싸고 백마강에 몸을 던져 정절을 지켰다는 이야기처럼 우리 민족사의 여인들은 백의민족이며 정절을 중요시하는 순박한 여인들로서 이러한 여인을 아내로 맞은 우리 남자들은 퍽이나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tvN <알쓸신잡>이 떠난 여행에서 낙화암을 둘러보는 유람선에 흘러나오는 안내방송의 내용에 유시민은 분개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의자왕과 삼천궁녀의 이야기 자체가 무려 1500년 간이나 ‘가짜 뉴스’로 내려오며 진짜 역사적 사실인 양 굳어져 가고 있던 사안이 아닌가. 역사란 팩트 그 자체가 아니라 승자의 기록일 뿐이라는 건 이제 누구나 다 인정하는 일이다. 이렇게 달라진 역사관이 존재하는데도 불구하고 낙화암을 둘러싼 의자왕의 이야기가 여전히 승자들의 윤색에 의해 지금까지도 그대로 믿어지고 있다는 건 너무나 시대착오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유시민은 사실 ‘백마강’이라는 이름 자체도 아픈 역사가 담겨 있다며 ‘조룡대’ 이야기를 꺼냈다. 용을 낚았다는 뜻을 가진 조룡대 이야기는 사실상 당시 당나라 장수였던 소정방의 관점으로 기술된 신격화된 무용담으로 지금껏 내려오고 있다는 것. 무왕이 용이 되어 지킨다는 그 강에 소정방이 백마를 미끼로 해서 그 용을 낚았다 해서 조룡대란다. 그래서 그 강의 이름도 백마강이라는 것. 어떻게 이런 식의 신격화된 해석들이 지금까지도 안내판에 버젓이 담겨 그 곳을 찾는 이들이 읽게 내버려두고 있게 된 것일까.



소설가 김영하는 기분 나쁜 일이지만 점령군 장군에 대한 숭배는 늘 있어왔던 일이라고 했다. 그래서 인천상륙작전을 감행한 맥아더 장군을 신으로 숭배하는 일이 지금도 존재한다는 것. 정재승은 그래서 “노병은 죽지 않는다”는 말로 농담을 섞어 아픈 현실을 꼬집었다. 과거에 역사로 기술되었다고 해도 현재의 관점에서 들여다보고 그것이 문제가 있다면 바로 잡아야 한다고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는 덧붙였다.

그런데 저 낙화암에 대한 유람선에서의 안내방송에 담긴 건 단지 역사적 사실의 왜곡 문제만이 아니었다. 갑자기 등장하는 ‘정절’ 이야기와 ‘백의민족’ 게다가 우스꽝스럽기까지 한 “이러한 여인을 아내로 맞은 우리 남자들은 퍽이나 행복한 사람들”이라는 소개는 너무나 시대착오적인 여성관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조선시대에나 먹힐 이야기가 지금도 버젓이 안내방송에 나오고 있다니...

사실 이런 일들은 우리네 현실에서 비일비재하다. 조금만 생각하면 거기 담긴 심각한 문제들이 드러나지만 관심을 주지 않기 때문에 문제조차 되지 않고 지나치는 것. 이에 대해 유시민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아무도 관심을 안 갖고 내버려두니까 있는 대로 그냥 흘러가는 거야. 누가 문제제기를 해야 바뀌어지지.”



<알쓸신잡>은 이런 사안들을 이미 저 강릉의 오죽헌에서도 발견한 바 있다. 신사임당의 이야기는 거의 없고 율곡의 이야기로만 가득 채워진 안내판. 조금 있는 신사임당 이야기도 그저 율곡의 어머니로서만 기록된 글들. 세상은 이미 바뀌었는데 그 세상 안에 들어차 있는 시대착오적인 생각들은 여전하다. 그 일상에 가득한 문제들을 계속 끄집어내 잘못됐다고 지적하는 일은 지금부터라도 우리가 해나가야 할 중차대한 일들이 아닐 수 없다.

사람들은 인문학을 그저 고전을 읽고 이해하는 것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것은 제대로 인문학을 경험하는 것이 아니다. 그 고전들이 현재에 어떻게 적용되고, 그래서 현재의 문제들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에까지 적용될 때 비로소 그 인문학은 효용성을 갖는 것이 아닐까. <알쓸신잡>이 그 많은 인문학을 소재로 하는 프로그램들과 다른 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현실의 문제들을 직접 발로 경험하며 끄집어내 문제제기를 한다는 것. 그래야 바로 잡을 건 바로 잡을 수 있다는 것.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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