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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곤, 터미네이터처럼 이 땅에 뚝 떨어진 예능 마초
기사입력 :[ 2017-11-17 14:06 ]


예능 주름잡는 이태곤의 허세가 전혀 불편하지 않은 이유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최근 예능에서 가장 재밌게 보고 있는 인물은 이태곤이다. 아이돌처럼 열성적인 팬덤을 가진 것도, 몇몇 영화배우처럼 신비주의를 내세운 신선함도, 유행이나 이슈를 선도하는 셀럽도, 최근 연기 활동으로 주목받는 것도 아니지만 그간 맡아온 굵직한 배역의 성향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개성과 낚시라는 취미 겸 특기를 살려 여러 예능에서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다.

이태곤이 예능에 전면 등장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3~4년 전 <나 혼자 산다>에서 나름 잘 차려진 집 안과 일상을 공개하면서 일상관찰 예능 시대에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그 당시에도 이태곤의 키워드는 낚시였다. 집 안에 장식된 값비싼 낚시 장비들을 비롯해 프로 낚시꾼에 버금가는 낚시 사랑은 곧 그의 일상이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갖추게 된 회 뜨는 법과 같은 생선 손질과 요리솜씨가 그의 마초적인 매력과 더해져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이태곤의 낚시 사랑은 지금처럼 여러 예능에서 조명을 받았는데, 그 중 한 편이 <정글의 법칙>이었다. 그리고 최근 방영 중인 <정글의 법칙>에 김병만의 빈자리를 대신해 오랜만에 돌아와 만새기를 낚고 능숙하게 회를 뜨는 등 다시금 맹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아예 예능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도 하고 있다. 이태곤은 반려견 관련 일상 관찰 예능인 채널A <개밥 주는 남자 시즌2>에 얼마 전 합류했다. 반려견과의 관계가 핵심이긴 하나, 크게 달라지지 않은 집 안 풍경과 변함없는 캐릭터로 돌아와 <나 혼자 산다>의 반가운 추억을 다시금 되살렸다.

물론, 오늘날 이태곤의 예능 전성기를 열어준 홈그라운드는 따로 있다. 그런데 텃밭이라고 말하기 조금 애매하다. 고정 출연도 아니고 게스트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빈번하게 출연하는 데다, 분량이나 하는 역할은 메인MC급이다. 본격 낚시 예능 <도시어부>에서 이태곤은 그야말로 시청자들의 호감을 화려한 챔질로 끌어올린다. 제작진은 이덕화, 이경규, 마이크로닷 보다 전문적 채비와 지식으로 썰을 풀어주고 고기도 잘 낚는데다 낚싯대를 한 팔로만 여유롭게 컨트롤하는 이태곤에게 낚시 사이보그라는 별명을 붙여주면서 멋진 모습을 부각하려 했다. 하지만 시청자들이 정작 빵 터진 건 그런 모습이 못마땅한 이경규가 붙여준 카바레 낚시꾼이란 별명이다.



카바레는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다. 낚시를 좋아한다는 연예인은 정말 많지만(정적인 아웃도어의 유행과 맞물리며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다) 낚시하는 이태곤이 예능 캐릭터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요즘 트렌드 따위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남성미와 자신감으로 무장한 쾌남의 기운 때문이다. 이태곤은 낚시든, 요리든 어떤 미션을 주든 그 특유의 저음으로 “뭐 스타일 알잖아요”라며 호언장담하고, 대부분 능숙하게 처리한다. 매사에 자신감과 여유가 넘치고 잡았던 폼만큼 결과가 올라오지 않을 땐 승부욕을 숨기지 않는다.

요즘 관찰형 예능이 늘어나면서 연예인들의 인간미를 도정해 재미와 공감을 만드는데 그 과정이 천편일률적이다. 이른바 초식남처럼 멋지고 화려한 외모와 직업을 가진 것과 달리 굉장히 정적이고, 완벽함과 달리 어설프고 순진한 모습을 드러낸다. 생활인의 면모를 강조해 별 다른 사람이 아니라 이웃이자 또래라는 일상성을 강조한다. 일종의 허당 에피소드로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며 친밀감과 공감대를 형성한다. 혹은 아티스틱한 면모를 통해 이미지 쇄신과 관심을 불러 모은다.



이런 시대에 이태곤은 불시착한 마초다. 가졌던 자신감만큼 변명과 해명의 기회도 늘어나고 있지만 허당의 인간미를 슬쩍 내비치는 폼이 아니라 그냥 열받은 거다. 어설프거나 모성애를 자극하고 싶은 마음은 눈곱만큼도 없다. 연예인 티, 주연 배우 티를 좀 내야 하고 분명 <도시어부>에서는 나이로는 막내급이지만 절대로 형님 소리를 쉽게 들을 수 있는 동생이 아니다. 불손함과도 거리가 멀지만 만만함과는 더욱 거리가 먼 형님 타입이다.

멋있게 회를 뜨고 싶은데 대선배 이덕화가 분홍색 방수 앞치마를 입히려고 하자 질색을 하는 게 이태곤이다. 말 한마디, 한마디 행동거지 하나하나에 아니, 목소리부터 허세 끼가 묵직하게 실려 있다. 괜히 카바레 이야기가 나오는 게 아니다. 일본어에서 파생된 은어로 표현해야 마땅할 그의 남성다운 기질은 불의의 사고를 당한 실전에서도 그대로 드러나며 진짜라는 인증을 마쳤다.



전혀 숨길 의사가 없는 잘난 캐릭터다보니 시기, 질투, 불평, 투정과 삐짐으로 요약되는 이경규와 환상의 복식조를 이룬다. <도시어부>의 흥행 주역은 누가 뭐래도 이경규인데, 이경규가 가장 편하게 뛰어놀 놀이터가 바로 이태곤의 옆이다. 나이 차가 나는 형과 동생이지만 이경규는 이태곤 앞에서 온갖 비매너를 보이고 “다른 데 가서 하면 안 돼?” “좀 두 손으로 하면 안 돼?”라며 끊임없이 견제하고 속을 끓인다. 이경규가 <도시어부>에서 날아다니는 것은 좋아하는 낚시를 하는 까닭도 있지만 지난 수십 년간 형님 예능을 하다가 일종의 재롱을 부리며 방송을 만들 수 있는 특수하고도 새로운 환경이 주는 환기 효과도 매우 큰 요소다. 따라서 이태곤의 존재 여부에 따라 <도시어부>의 재미는 크게 차이가 난다.

이덕화는 이태곤에 대해 “쟤는 재미난 애야.”라고 말했다. 이태곤이 웃음을 생산하는 인물은 절대로 아니지만 비현실적인 캐릭터가 이경규라는 맥락과 만나면서 시청자들을 낚는 예능인으로 각광받고 있다. 요즘 시대에 어울리는 셀럽의 특성, 예능 출연자의 덕목, 멘트 순발력 등과는 거리가 멀지만 요즘 세대에서 잘 찾아보기 힘든 남성다움과 자신감으로 무장한 이태곤은 마치 터미네이터처럼 갑자기 이 땅에 뚝 떨어졌다. 서부극 주인공과 같은 유니크한 캐릭터에 이경규의 활발한 안티라는 반사효과까지 더해지면서 굉장히 독특하게 다가온다. 불안한 시대에 나타난 마초 캐릭터는 오히려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인물로 각광받고 있다. 그의 허세가 전혀 불편하지 않은 이유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채널A,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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