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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밥 취급받던 ‘세모방’, 이런 극적 부활 누가 예상했을까
기사입력 :[ 2017-12-11 13:40 ]


‘세모방’의 변신, ‘한끼줍쇼’처럼 롱런할 가능성 높아졌다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MBC 예능 <세모방>은 좋은 취지에서 시작됐다. 지상파 예능 플랫폼을 빌려줘서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의 중소 방송사의 콘텐츠를 선보인다는 통 큰 기획이었다. 인터넷 1인 방송을 지상파 예능으로 끌고 들어왔던 만큼 기대가 되는 혁신적인 시도였고, 어떤 분야든 콜라보 작업이 낯설지 않은 요즘 시대에 알맞은 이야기였다. <무한도전>에도 진출한 ‘꽝조사’ 등 나름 히트작도 내놓았다.

그러나 좋았던 취지와 달리, 매번 방송 내용이 바뀌는 구성은 콘텐츠 수급 차원을 넘어선 문제를 야기했다. ‘세상에 이런 방송도 있어?’ 라는 신선함을 기반으로 하다 보니 한계가 뚜렷했다. 매번 바뀌는 방송 콘텐츠 특성상, 시청자들을 그 다음 주에도 불러 모을 울타리가 없었던 것이다. <마리텔>에 비해서 출연진의 역할도 한정적이고 일정한 커뮤니티를 이루는 것도 아니다보니 조금 고생한다 싶은 것 외에 시청자들과 딱히 정서적 교류를 할 여지도 없었다. 기대되는 소소한 이슈를 만들긴 했지만 기본 재미 요소가 일정하지 못한 탓에 결국 대대적인 변화와 함께 변방으로 밀려났다.



파업 후 <세모방>은 적은 예산으로도 재기발랄한 콘텐츠를 꾸준히 생산하고 있는 G BUS TV(경기버스 TV)와 함께 ‘어디까지 가세요?’라는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출연자들이 정해진 노선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종점을 찍고 돌아오는 ‘버스 레이스’를 펼친다. 무작정 타고 가는 것이 아니다. 버스에서 만난 승객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가 내리는 정차역에서 함께 내려 목적지까지 배웅해주고, 다시 근처 정류장에서 해당 노선을 이어서 타고 여정을 이어가는 시민 밀착형 구성이다. 경기도의 딸 키섬이 스타가 된 후 돌아와 만든 경기버스 TV의 이벤트성 콘텐츠를 야외 리얼버라이어티 예능으로 확장한 것으로 기존 프로그램에 스타들을 빌려주던 것과는 전혀 다른 접근이다.

경기 버스를 시작으로 지난주에는 대구의 한 노선버스에서 시민들과 ‘어디까지 가세요?’가 펼쳐졌다. 이 프로그램의 핵심은 레이스에 있는 것이 아니다. 대구를 찾아갔지만 동성로나 수성못, 앞산, 근대 거리나 김광석 거리 등 대구의 랜드마크라 할 만한 곳이 아니었다. 그 누구도 전혀 예상치 못한 지극히 일상적인 공간, 외지인들이 굳이 찾아올 이유가 하등 없는 말 그대로 ‘로컬’ 동네와 같은 뜻밖의 장소에 연예인들이 등장해 남녀노소 불문하고 우연히 마주친 시민들과 함께 정을 나누면서 방송을 만들어간다는 데 있다. TV 속에서나 볼 수 있는 사람이 갑자기 내 앞에, 그것도 버스 안이나 파티마 병원 앞에서 만나니 이렇게 특별할 수가 없다. 과거 <무한도전>이 거리로 나왔을 때의 충격적인 추억을 떠오르게 한다.



버스를 타며 시민들과 도란도란 나누는 소소한 이야기, 우연히 만나는 개성 강한 승객들과의 예기치 못한 만남은 웃음과 소소한 감동을 자아낸다. 학생들은 가방 속에 갖고 있던 초코파이로 반가운 마음을 건네고, 어르신들은 귤이나 커피는 물론, 한지공예품은 집에까지 데려가 김치를 한 보따리 싸주신다. 주상욱은 퇴근길에 친구와 회포를 푸는 승객에게 치맥을 대접하기도 했다. 시민들의 곁으로 다가가 살아가는 일상을 잠시나마 함께하고 여전히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따스한 정을 확인한다. 슬며시 미소 짓게 만든다.

사실, 시민들의 소소한 일상과 삶 속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간 예능이라니 그리 낯설지 않다. 이경규가 있어서 더욱 익숙한 그림이긴 하다. 나쁘게 말하면 아류라는 평을 받을 수도 있지만, 긍정적으로 보자면 이 프로젝트가 품은 정서의 대중성을 확인한 셈이다.



시민들의 일상 속으로 들어간 ‘어디까지 가세요?’는 <세모방>이란 타이틀을 압도할 만한 가능성을 보여줬다. 시청률은 큰 변화가 없지만 소소한 즐거움, 그리고 따스한 웃음이 깃들어 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만남은 시민들의 삶에 깜짝 선물이 된다. 이번에 함께한 트로트의 왕자 신유처럼 여러 연령대를 고려한 출연진 구성과 출연진들이 보다 얽힐 수 있는 몇 가지 예능 차원의 장치들을 더한다면 꽤 흥미로운 야외 예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무엇보다 프로그램 전반에 사람 좋은 느낌이 깔려 있다.

결국 언급한다만, <한끼줍쇼>의 롱런을 예상한 사람들은 많지 않다. 극히 단순한 구성에다가 방송이 거듭될수록 시민 참여도가 높아질 것이란 예상 때문이었다. 하지만 자연스러운 일상을 관조하는 관찰형 예능의 영향과 스토리텔링 기법이 발전한 오늘날, 시민 밀착형 예능이 가진 예상치 못한 볼거리는 무궁무진하다. 진정성을 비롯한 정서적 교감의 유지가 관건일 뿐이다. 그런 점에서 ‘어디까지 가세요?’는 다음 주를 기다리게 하는,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게 하는 힘이 있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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