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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민·오달수 콤비, 이몽룡과 방자처럼 역사적으로 남기를
기사입력 :[ 2018-02-16 07:25 ]


‘조선명탐정3’, 이건 순전히 김명민·오달수 캐릭터의 힘이다

[엔터미디어=황진미의 편파평론] △이 영화 찬(贊)△. (본문 중 영화 내용의 누설이 있습니다. 영화를 관람하실 분들은 참고 바랍니다.) <조선명탐정3 : 흡혈괴마의 비밀>는 8년간 이어온 퓨전사극 영화 조선명탐정 시리즈의 신작이다. 시리즈물이 귀한 최근 한국영화들 중 가장 성공한 조선명탐정 시리즈의 매력은 역시 캐릭터에 있다. 배우 김명민이 지닌 진지한 이미지를 살짝 비튼 허당기 가득한 캐릭터에 가끔씩 유려한 말투를 구사하는 김민의 캐릭터가 한국적인 정서에 잘 맞고, 은근한 새침함을 지니고 궁시렁거리는 서필(오달수)과의 캐미스트리가 좋다.

거기에 조선후기 사회 모순을 잘 보여주는 사건을 추리하는 과정도 흥미롭거니와 현대적인 물건을 조선시대 식으로 번안하는 잔재미도 빼곡하다. 여기에 가끔씩 터져주는 허허실실 몸개그도 허당의 맛을 더한다. 이만하면 명절용 가족영화로 상차림이 좋은 편이다. 이번에는 흡혈귀를 소재로, 이전 작품들에 비해 추리의 성격은 약화된 반면 퓨전의 성격이 강화됐다. 또한 서필의 비중이 약간 줄고 여성주인공의 비중이 늘어났다.



◆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흡혈귀 영화

한 사내가 무덤을 파고 불에 탄 시체에다 자신의 피를 흘려주다가, 무사에게 쫓겨 칼을 맞는다. 무덤에서 소생한 듯한 여인 월영(김지원)이 칼을 맞은 사내에게 “나를 아느냐?”고 묻는다. 30년 만에 강화도에서 열리는 공신들의 잔치 행사를 앞두고, 불에 타 죽은 의문의 시신들이 잇달아 발견된다. 사건을 의뢰받은 김민과 서필은 강화에 내려와 수사에 착수한다. 이들은 가는 곳 마다 월영과 계속 부딪힌다. 김민은 월영이 엄청난 괴력을 지닌 것을 알고 아예 힘을 합치기로 한다. 김민은 이 사건이 자신이 탐구해온 흡혈귀와 관련이 있음을 알게 된다.

김민이 흡혈귀의 존재를 떠올리기 전에, 관객이 먼저 흡혈귀의 존재를 알아챈다. 제목부터 도입 장면까지 영화가 “이것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흡혈귀 영화입니다”를 표방하기 때문이다. 조선시대의 흡혈귀라니, 퓨전의 느낌이 너무 강한가 싶지만 그렇다고 아주 생경하지는 않다. 이미 TV드라마 <기찰비록>(2010), <밤을 걷는 선비>(2015) <오렌지 마말레이드>(2015) 등에서 시도한 바가 있고, <조선명탐정2>에서 잠깐 흡혈귀를 등장시키기도 했으니까.

다만 이번 영화에서는 이전 작들에 비해 서양 흡혈귀의 특징을 그대로 인용한다는 점이 새롭다. 강한 힘과 뛰어난 감각을 지니고, 신체적 손상이 빠르게 회복되는 불사의 존재이며, 피에 굶주린 채 사람의 목을 물어 감염시키는 특징이 그대로이다. 여기에 불에 태워 죽여야 하는 것이나, 햇빛에 산화되는 특징도 같다. 뿐만 아니라 영화에는 과감하게도 스테인드글라스가 있는 이국적인 석조건물의 공간을 등장시키기도 하고, 은으로 만든 흡혈귀 사냥 무기나 후드가 달린 검은 도포를 입은 흡혈귀를 보여주기도 한다. 영화는 김민이 외국 서적을 탐독하여 서양민담에 등장하는 뱀파이어의 존재를 알고 있다는 전제하에 서구의 텍스트에서 형성된 흡혈귀의 특징을 무람없이 사용한다.



◆ 죄의식을 느끼는 뱀파이어=세도가의 자식

영화 <조선명탐정3>에는 뱀파이어 영화에서 내면적인 갈등의 핵이라 할 만한 죄의식의 문제도 등장한다. 즉 ‘무고한 자의 피로 목숨을 연명하는 자의 괴로움’이 언급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윤리적 문제는 뱀파이어만의 것이 아니다. 남의 목숨을 빼앗고 가문을 멸문시켜 자기 가문의 영달을 꾀하는 세도가 역시 뱀파이어와 마찬가지의 잔혹함과 이기심을 지닌 존재이다. 영화는 뱀파이어가 되었지만 죄의식을 느끼는 윤리적 주체와, 잔혹한 세도가의 자식이지만 아비의 죄를 알고 죄의식을 느끼는 존재를 겹쳐놓는다.

사실 조선시대의 양반은 백성들의 피를 빤다는 점에 있어서 뱀파이어와 다를 바 없는 존재였다. <조선명탐정3>는 이러한 비판의식을 개혁 세자의 죽음이라는 역모사건을 통해 우회적으로 드러낸다. 30년 전 세자는 “나라는 왕이 아닌 백성의 것” 이라는 신념을 가진 탓에 기득권 세력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 세자를 죽인 이들은 30년이 지난 뒤에도 권력을 유지하며 “양반도 군포를 내라”는 왕의 말에 “반상의 법도에 어긋난다”며 반발한다. 요컨대 양반은 백성을 수탈하고, 이러한 신분질서에 반기를 드는 세력은 왕세자라 할지라도 제거해버린다. 그리고는 사건을 조작해 정적의 가문을 멸문시킨다.

30년 전 억울하게 죽은 이의 영령들이 흡혈괴마가 되어 돌아온 사건을 수사하던 김민은 자신의 집안이 그 사건과 연관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흡사 영화 <혈의 누>가 연상되는 까다로운 선악의 구도가 아닐 수 없다. 선명한 권선징악의 구도에서 사건에서 한 발 떨어진 ‘선한 주인공’을 마음 편히 응원하면 되었던 1, 2편과 사뭇 다른 복잡성이 숨어있다. 하지만 영화는 이를 무겁게 끌고 가진 않는다.

문제의식은 던지지만 깊이 다루지 않고 마무리한다. 마치 뱀파이어의 찢어진 피부가 금방 아물 듯이, 벌어진 문제의식도 쉽게 봉합된다. 하지만 허허실실 김민의 존재가 조금 달라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명문가의 내놓은 한량 자식쯤으로 여겨지던 이전 시리즈와 달리, 역적의 자식이자 신분을 말소당한 존재로 왕의 비밀특명을 받아 활동하게 될 이후 시리즈에서 김민은 좀 색다르게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 효명세자와 박찬욱(?), 그리고...

영화 <조선명탐정3>를 보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대단히 불균질한 요소들이 잘 비벼졌다는 것이다. 이는 단지 서양의 뱀파이어 전설이 조선시대라는 배경에 잘 버무렸다는 뜻이 아니다. 영화에는 그보다 훨씬 많은 요소들이 버무려져 있다.

세자의 죽음이라는 30년 전 사건은 순조시대 효명세자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정조 사후 안동김씨의 세도정치가 시작되고 신분질서에 반기를 들었던 홍경래의 난이 일어났던 순조시대를 떠올려보자. 당시 효명세자의 죽음은 역사적인 변곡점으로 꼽을 만한 사건이다. 특히 순조의 명으로 18세에 대리청정을 했던 세자가 비변사를 장악하고 새로운 인재를 등용하는 등 개혁적 면모를 보여주었다는 점은 더욱 아쉬움을 남긴다. 대리청정 4년 만에 22살의 세자가 죽은 것이나, 그가 죽은 후 안동김씨와 풍양조씨의 권력다툼으로 왕권은 더욱 악화되었고 헌종-철종으로 이어지며 조선왕조가 몰락의 길을 걷게 되었다는 점은 효명세자의 죽음에 많은 상상을 덧붙이게 한다.

드라마 <구르믈 그린 달빛>은 효명세자를 모티브로 삼았지만, 로맨스에 치중하였다. 반면 <조선명탐정 3>는 효명세자의 죽음을 수구세력에 의한 타살로 보고 추리극의 형식을 통해 풀어낸다. 두 가문의 운명이 역전되는 것도 안동김씨와 풍양조씨의 알력을 연상시켜 흥미롭다.

사실 퓨전사극에서 굳이 실제역사를 집어넣을 필요는 없다. 다만 여기서 주목할 것은 ‘조선명탐정 시리즈’가 일관되게 품고 있는 어떤 기류에 효명세자의 죽음이라는 모티브가 걸맞다는 사실이다. 조선명탐정 시리즈는 정조 시대를 배경으로 조선후기 사회의 신분질서에 대한 비판과 함께, 자생적 근대의 판타지를 희화적으로 풀어내며 재미를 주었다. 신분질서에 대한 동요가 심하게 일어났던 순조시대에 조선사회 개혁의 마지막 기회였던 효명세자의 죽음이 조선명탐정 시리즈의 본령에 매우 부합하는 것이다.

순조시대의 괴사건을 수사하다가 과거의 역모사건을 알게 되고 자신의 가문이 연루되었음을 알게 되는 탐정의 이야기는 <혈의 누>가 제대로 보여주었지만, <조선명탐정 3>는 이러한 틀을 가져와 가볍게 가공하여 내놓는다. 영화에는 심지어 <올드보이>의 명장면에 대한 패러디도 곁들이고, <박쥐>의 결말을 연상시키는 장면도 등장시킨다. 곡예단과 왕의 특사가 되는 에필로그 등에서는 구한말 탐정물인 <그림자 살인>이 연상된다.

이처럼 여러 요소가 버무려져 있지만, 시리즈의 독자성을 잃은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이는 순전히 캐릭터의 힘이다. 명민하지만 의뭉스러운 김민과 가끔씩 상전을 놀려먹기도 하는 장난기 많은 서필은 매우 낯이 익다. <그림자 살인>(2009)의 콤비가 ‘홈즈와 와트슨’을 연상시켰다면, 김민과 서필은 ‘이몽룡과 방자’를 연상시킨다. 영화 <전우치>(2009)에서 ‘전우치(강동원)와 초랭이(유해진)’도 ‘이몽룡과 방자’의 자장 안에 있는 콤비다.

<조선명탐정>(2011)이 <그림자 살인>보다 나중에 나왔지만, 시리즈를 이어가며 대중의 사랑을 받게 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즉 유서 깊은 캐릭터를 모델 삼아 탐정물의 토속화에 성공한 것이 시리즈를 안착시킨 원동력이 아닐까 싶다. 시리즈가 이정도의 퀄리티를 유지해준다면, 다음 명절에도 조선명탐정 시리즈를 보고 싶다. 비단 예고한 좀비물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칼럼니스트 황진미 chingmee@naver.com

[사진=영화 <조선명탐정 : 흡혈괴마의 비밀>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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