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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티’, 시청자들이 끝까지 김남주 편을 드는 이유
기사입력 :[ 2018-03-02 17:46 ]


‘미스티’, 김남주의 격정 멜로 아닌 걱정 스릴러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진규의 옆구리tv] JTBC 금토드라마 <미스티>는 격정 멜로라고 홍보는 했으나 뚜껑을 열어보니 격정도 멜로도 아니었다. 홍보 시에는 비밀스러운 연인처럼 느껴졌던 케빈 리(고준)의 캐릭터부터가 그렇다. 첫사랑 남자로 등장한 그는 고작해야 주인공 고혜란(김남주)을 위협하는 대상에 불과했던 것이다.

<미스티>는 흥미롭게도 첫사랑이 얼마나 위협적일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흔치않은 작품이다. 성공한 남자에게 첫사랑은 여전히 그리운 추억으로 남는다. 허나 성공한 여자 앞에 나타난 첫사랑은 대개 그녀를 불안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첫사랑의 남자는 과거 미숙했던 시절의 그녀만을 기억한다. 하지만 과거의 그녀만을 알고 접근하는 남자 앞에서 현재의 성공한 그녀는 오히려 공포를 느끼는 경우가 많다.

<미스티>의 경우는 그 과정이 좀 더 복잡하다. 케빈 리의 등장은 여러 모로 고혜란을 뒤흔들기는 한다. 극 초반 케빈 리는 고혜란이 자신의 위치를 굳건히 할 수 있는 회심의 카드처럼 등장했기 때문이다.



고혜란은 JBC 방송국의 메인 뉴스를 진행하는 앵커다. 누구나 선망하는 언론인이지만 속사정은 늘 위태롭다. 그녀의 자리를 젊은 후배 한지원(진기주)이 호시탐탐 노린다. 더구나 같이 손발을 맞춰야 할 보도국 뉴스나인 팀장 오대웅(이성욱)은 고혜란을 끌어내리기 위해 갖은 애를 쓴다. 종종 고혜란의 편을 드는 보도국 국장 장규석(이경영)은 능구렁이 9단이라서 속을 알 수 없는 남자다. 고혜란을 지지하지만 시청률을 확보하지 못하는 고혜란을 언제라도 매몰차게 쫓아낼 수 있는 인사이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고혜란은 결국 뉴스나인 메인 앵커 자리를 한지원에게 빼앗길 위험에 처한다. 고혜란은 한국의 모든 미디어가 집중하고 있는 케빈 리와 단독 인터뷰를 따내겠다고 승부수를 던진다. 하지만 공항에서 만난 처음 만난 케빈 리는 그녀를 뒤흔들고 당황하게 만든다. 알고 보니 케빈 리는 무명시절의 고혜란과 함께 했던 부부나 마찬가지였던 옛 남자 이재영이었다. 그런데 성공한 그 남자 옆에 그녀의 고교 동창인 서은주(전혜진)가 아내로 서 있다. 그 뿐이 아니라 고혜란은 남편 강태욱(지진희)과의 관계가 만족스럽지 않은 상황이다. 사회적으로는 볼품없지만 뜨겁고 저돌적이었던 첫사랑 케빈 리 이재영은 고혜란의 추억 속에서는 여전히 매력적인 존재로 남아 있다.



이 추억 속의 남자는 현실로 돌아와 고혜란의 뉴스나인에 출연하며 고혜란의 입지를 다져주기도 한다. 하지만 고혜란은 첫사랑에게 고마운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불안함을 느낀다. 이재영이 그저 골퍼로만 성공했을 뿐 인격적으로 성숙해진 남자는 아니라는 걸 금방 눈치챘기 때문이다. 더구나 고혜란은 성공을 위해 이재영을 버린 과거가 있었다.

<미스티>는 이처럼 격정 멜로가 아니라 한 시간 내내 여주인공 고혜란의 걱정 스릴러가 펼쳐진다. 계속해서 고혜란이 현재의 자리에서 미끄러질 법한 상황들이 닥쳐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드라마는 고혜란이 위기의 상황들을 본인만의 전략으로 헤쳐 나가는 과정들을 흥미진진하게 보여준다. 그게 <미스티>의 묘미다.

다만 고혜란의 방법들이 모두가 박수를 보낼 만큼 도덕적이거나 훈훈한 선택지는 아니다. 고혜란은 경쟁자인 한지원과 케빈 리가 함께 있는 자리를 은연중에 만들어 두 사람을 단숨에 불타오르게 한다. 이 장면을 사진으로 찍게끔 만들어 한지원과 케빈 리를 동시에 처리한다. 이후 케빈 리는 태국 현지촬영에서 의도적으로 고혜란을 유혹한다. 고혜란은 케빈 리를 밀어내며 겨우 벗어나지만 이런 그녀의 모습 역시 사진에 찍혀 이후 케빈 리가 고혜란을 위협하는 수단이 된다. 그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고혜란은 본인의 차 안에서 케빈 리를 만나고 그에게 첫사랑 시절을 이야기하며, 원치 않으면서도 굴욕적으로 그와 입을 맞춘다.



그렇더라도 <미스티>의 시청자들은 대부분 처음부터 끝까지 고혜란 편을 들게 된다. 그건 고혜란을 연기하는 김남주의 완벽한 스타일링 덕을 보긴 했지만, 꼭 그래서만은 아니다. <미스티>는 성공한 여자 고혜란이 유리천장 밑에서 어떻게 버티는지를 은연중에 까발려서 보여준다. 남녀에 상관없이 성공의 정점에 오른 이들은 늘 그 위치에서 미끄러질 위험을 안고 산다. 하지만 고혜란은 여자라는 이유로 늘 추문과 스캔들의 대상이 되고, 나이에 대한 빈정거림을 들으며, 남녀 모두에게 질투의 대상이나 술자리의 안줏감이 된다.

드라마는 이 상황에서 고혜란이 알고 보면 착한 여자라거나, 라는 식으로 고혜란의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시키는 촌스러운 방법을 쓰지 않는다. 대신 미디어의 속성을 잘 아는 능력자, 그 능력자가 현재의 불리한 상황을 유리하게 반전시키는 순간들을 그려낸다.

완벽한 스타일링의 고혜란은 늘 또각또각 걷는다. 지금 그녀의 머릿속엔 온갖 걱정 스릴러로 정신없지만 그 걱정을 얼굴에 드러내는 대신 재빠르게 해결책을 찾아 걸어간다. 아마도 불안한 떨림은 늘 주머니 안쪽에 감춰둬 남들이 보지 못하는 두 손에 드러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남들에게 들키지 않으려는 떨리는 두 손에 이 드라마의 진짜 리얼리티 역시 숨어 있다.

칼럼니스트 박진규 pillgoo9@gmail.com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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