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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어부’·‘썰전’ 되고 ‘블랙하우스’·‘해투3’는 안 되는 이유
기사입력 :[ 2018-04-20 16:10 ]


예능은 여전히 토크에 목마르다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채널A 예능 <도시어부>가 낚시 방송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들의 매력은 좋아하는 취미를 공유하는 것을 기본으로 그 위에서 펼치는 세 명의 캐릭터쇼 혹은 입담에 방점이 있다. 이들이 주고받는 이야기를 다듬는 제작진의 미장 솜씨도 주로 이런 부분에서 빛을 발한다.

만약 낚시의 매력을 선보이는데 초점을 맞췄다면, <세모방>에서 반짝 했던 ‘꽝조사’처럼 관심은 받을 수 있겠다만 <우리동네 예체능>이나 몇 편의 농구 예능이 그랬듯 짧은 성장 스토리의 한계와 하위문화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추락한 스포츠 예능과 별반 다른 길을 걷지 않았을 거다. 낚시 이후 등장한 여러 취미 예능이 겪는 어려움도 여기에 있다. 다시 돌아온 올드스쿨 레저, 볼링을 다루는 <전설의 볼링>이나 국내 최대의 인프라와 인구를 지닌 취미인 등산을 다루는 <산으로 가는 예능>은 모두 타깃도 구체적이고 새로운 볼거리와 시도임에도 불구하고 대중의 관심을 사지 못하고 있다.

광활한 스케일을 선보인 뉴질랜드에서 돌아오자마자 <도시어부>는 지상렬과 함께 충남 태안의 천수만으로 비교적 소소한 민물낚시를 떠났다. 한때 바그다드 랩이나 다양한 춤 같은 것도 선보인 바 있지만 지상렬의 매력은 역시나 입담에 있다. 지난 십 수 년 간 이곳저곳에 홀연히 나타나 좌중을 흔들어놓는 지상렬식 입담은 이경규, 이덕화, 마이크로닷의 절묘한 트라이앵글 안에서 요동을 쳤다. 부정맥, 높은 요산수치 등을 수시로 언급하는 지상렬의 이른바 ‘메디컬 개그’에 이덕화는 낚시하기 곤란할 정도로 웃었고, 오랜 기간 방송을 해온 이경규에게도 절대 밀리지 않으며 티격태격하는 호흡을 선보였다. 덕분에 뉴질랜드 특집과 현격한 스케일의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에는 별다른 변동 없이 동시간대 통합 1위를 기록했다.



그런가하면 공분을 쌓을 만한 주제와 인물이 등장한 JTBC <썰전>도 시청률이 소폭 상승했다. 돌아오는 정치의 시즌을 맞이한 데다 유시민 작가와 박형준 교수의 대화가 처음보다 점점 더 구도 상 균형을 맞춰가면서, 대화 속에서 들려주는 이야기에 더욱 귀를 기울이게 한다. 즉, <썰전>의 기반인 토크쇼가 가진 힘이 다시 올라오고 있다. 물론, 유시민 작가의 캐릭터가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는 덕분이다. 지금까지 방송가에 등장한 인문 베이스의 강사, 학자, 혹은 요리사 등과 다르게 콘텐츠와 캐릭터가 고갈되는 길을 걷지 않고, 오히려 신뢰가 두터워졌다.

반면, MBC는 마의 목요일이란 저주를 겪는 중이니 언급 않더라도 본격 토크쇼를 내세운 유서 깊은 KBS <해피투게더3>나 기존과 다른 시사콘텐츠라는 포부를 내세운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가 겪는 어려움도 마찬가지로 토크의 부재와 부진에서 찾을 수 있다.



<블랙하우스>는 <썰전>과 같은 시사토크 프로그램의 다음 버전이 되리라 기대가 컸다. 김어준은 시사토크라는 양식을 만들어낸 인물인 만큼 그가 보여줄 새로운 시사 프로그램은 어떨까하는 기대감은 상당했다. 하지만 기존의 토크에서 방점을 취재나 섭외로 옮긴 시도는 지금까지 그리 좋은 성적을 얻지 못하고 있다. 왜냐하면, 보다 직접적으로 파고들고 판 위에서 선수로 활약하겠다는 포부에 비해 특종이나 단독보도 등의 전투력이 크게 발휘되지 않기 때문(어렵기 때문)이다. 최대 히트 상품이 강유미인데, 기존 취재 관행이란 맥락을 무시하는 데서 오는 청량감은 있지만 반복될수록 첫 모금의 감흥만큼은 못한 게 사실이다.

그러면서 새롭다고 했지만 새롭지 않은, 주고받는 대화가 사라진 ‘토크’가 더욱 뼈아프게 다가온다. 김어준의 캐릭터가 가장 빛을 발하는 무대는 토크다. 그러나 파트너들이나 토크를 다루는 방식이 기존 활동한 프로그램과 별반 다르지 않으면서 ‘재미’라는 차원에서 급격하게 바람이 빠지는 중이다.



<해피투게더>는 매우 전통적인 스튜디오 토크쇼다. 모두가 둘러앉아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는데 유재석이란 우리나라에서 가장 완벽하고 정형화된 틀을 가진 진행자가 이를 조율한다. 전체를 내려다보고 그 누구도 소외 안 되게 끄집어내고, 스스로 웃음을 창출하지 못하는 출연자들에겐 캐릭터와 상황을 부여해준다. 그렇게 에피소드 토크로 이어지다가 고정출연진들을 꾸짖는 것으로 웃음을 양념치는 양식이다. 이런 정형화된 틀을 흔들고 깨줄 때 유재석도 흥이 나고 재치를 부리고 다소 흐트러지며 재미가 생산되는데, 편한 호흡 측면에서 함께하고 있는 ‘조동아리’나 박명수는 유재석의 틀 안에서 너무나 안온함을 맛본 인물들이라 유재석의 틀을 흔들 에너지가 전혀 없다. 전현무는 자신만의 왕국에선 깐족거림부터 진행까지 에너지 넘치는 활약을 하지만 유재석이란 틀 속에서는 칼집에 있는 칼과 같다.

게다가 평창 올림픽 특수가 한참 지난(그 사이 1990년대 복고 특집 등을 하다가) 이 시점에 메달리스트들과 당시의 감흥을 나누는 유통기한이 지난 섭외를 유재석의 정형화된 스타일로 풀어 가다보니 새로 만난 가족과 밥 한 끼 나누며 주고받는 대화나 바다와 저수지에서 팔팔 뛰는 토크의 매력을 따라갈 수 없다. 스튜디오 안에 있어서가 아니라 시청자들이 딱히 듣고 남는 것이 없다는 측면에서 죽은 토크쇼다.

토크쇼가 사라지거나 시대에 뒤쳐졌다고 생각지 않는다. 단지 다루는 주제나 방식이 현격히 달라졌을 뿐이다. 예능이든 시사프로그램이든 토크는 여전히 방송 콘텐츠에서 재미를 뽑아낼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이고 강력한 요소이지만, 그 버전과 양식에 변화를 줘야 한다는 것이 신흥 격전지로 떠오른 목요일 성적표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채널A, JTBC, SBS,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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