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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언어영역, 어법 문제 추가 절실하다
기사입력 :[ 2011-11-15 16:43 ]


- 국어 제대로 사용하고 계십니까?

[엔터미디어=백우진의 잡학시대] 학교에서 영어를 10년 넘게 배우고도 언어로 구사하는 이가 드물다.

난제 중의 난제다. 이 문제를 일으킨 주요 요인이 영어 평가 방식이다. 공부하는 내용은 시험에 맞춰진다. 시험지로 단어와 문법, 독해력만 평가하는데 누가 말하기·듣기·읽기·쓰기를 익히겠는가!

이런 괴리는 영어에만 있는 게 아니다. 실제 따로 공부 따로라는 점에서는 국어도 별반 다를 바 없다. 국어를 20년 넘게 배우고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이가 숱하다. 이 문제 또한 국어 공부의 성취도에 점수를 매기는 방식이 잘못 된 데서 비롯됐다고 본다.

2012학년도 대입 수학능력평가시험의 언어 영역을 보면, 단어 문제 몇 개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내용 파악 여부를 가리는 문제다. 국어는 매우 쉬운 언어이기 때문에 어법을 익혔는지는 따로 묻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서일까? 수능과 별도로 논술에서 가려낼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일까?

어법에 맞지 않는 우리말 사례는 차고 넘친다. 그런 사례는 또 점점 흔해진다. 이를 바로잡고자 우리말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쓴 책이 서가를 가득 채운다. 나도 그 서가에 <글은 논리다>는 책을 하나 추가했다.

내가 보기엔 알고도 일부러 엇나가는 게 아니라 몰라서 틀리는 사례가 많다. 여기에 제동을 걸기에 ‘우리말 바로 쓰기’ 책은 역부족이다. 수능의 언어 영역 시험에 어법 문제를 넣어야 한다. 또 비중 있게 반영해야 한다.

최근 본 사례를 두 건 소개한다. 하나는 청소년이 많이 보는 과학 매거진에서 읽었고, 다른 하나는 1990년대 중반에 대학 교수의 이름으로 번역된 책을 다시 읽다가 마주쳤다.

# 깜짝 꼬꼬면 파티가 열렸습니다. 빨갛지도 않는데 살짝 매콤하고 훨씬 담백한데?

# 그들은 우리나 미국인보다도 과학혁명에 대해서 깊은 통찰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두 문화 사이의 간격은 우리 경우만큼 넓지는 않는 것 같다.

물론 독자께서는 틀린 부분을 금세 찾아내셨으리라. 그러나 많은 사람이 틀린다. 저런 어이 없는 실수를 하지 않도록 하려면 어법을 시험 문제에 넣어 자주 떠올리도록 해야 한다.

‘빨갛지도 않는데’를 “빨갛지도 않은데’로, ‘넓지는 않는 것’을 ‘넓지는 않은 것’으로 써야 한다. 고작 ‘는’과 ‘은’ 차이가 아니다. 우리말의 과학적인 어법과 관련된 부분이다.

아래 문구를 살펴보자.

독 짓는 늙은이-----그 늙은이가 지은 독
물을 끓이는 주전자-----끓인 물
파는 물건-----판 물건

동사를 ‘동작이 이뤄지는 데’ 쓰면 어미로 ‘는’이 붙는다. 동작이 이뤄진 데 쓰면 ‘은’이나 ‘ㄴ’이 온다. 이는 ‘이뤄지는’과 ‘이뤄진’에서도 확인된다.

같은 이치로, 상태를 나타내는 형용사가 명사를 수식할 때에도 어미가 ‘은’ ‘ㄴ’으로 바뀐다.

아름답다-----아름다운
멋지다-----멋진
슬프다-----슬픈

‘않다’에서는 용례가 갈라진다. ‘않다’는 두 가지다. 하나는 보조 동사고, 다른 하나는 보조 형용사다. ‘밤이 깊었는데도 쉬지 않고 일하다’에서는 보조 동사고, ‘냄새가 향기롭지 않다’에서는 보조 형용사다. 따라서 ‘쉬지 않는 사람’이고, ‘냄새가 향기롭지 않은 와인’으로 써야 한다.

위의 사례에서 ‘않다’는 모두 보조 형용사이므로 ‘않은’으로 써야 한다.

글을 쓰면서 많이 틀리는 대목이 ‘알맞은’ ‘걸맞은’이다. ‘알맞는’ ‘걸맞는’으로 잘못 쓰기 쉬운 단어들이다. 헷갈리게 된 요인은 ‘맞다’라는 단어에 있다. ‘맞다’는 동사로도 형용사로도 쓰인다. ‘틀림이 없다’는 뜻의 형용사로 쓰일 때는 ‘맞은’으로 어미가 바뀌어야 한다. 그래서 ‘알맞은’과 ‘걸맞은’이 맞다.

위에서 언급한 두 필자도 이런 어법을 다 알지만 오타를 낸 것이면 좋겠다. 대학 교수가 번역한 책을 계속 읽다가 나는 다음 문장과 맞닥뜨렸다.

‘당치도 않는 이야기다.’


칼럼니스트 백우진 <안티이코노믹스><글은 논리다> 저자 cobalt@joongang.co.kr


[사진=DA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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