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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을 넘는 녀석들’ 제작진의 영민한 틈새전략, 뭐가 달랐나
기사입력 :[ 2018-05-19 13:45 ]


전통적인 방식으로 승부를 하는 여행 예능 ‘선을 넘는 녀석들’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반도 국가라고 교육을 주입받았지만 우린 지난 60여 년간 문화적, 지리적으로 완벽한 섬나라였다. MBC의 20부작 여행 예능 <선을 넘는 녀석들>은 바로 이 선상에서 출발한다. 우리에겐 생소한 국경을 넘는 여행이란 설정으로 이웃과 얼굴을 맞대고 사는 나라를 찾아가 당면한 글로벌한 이슈에 대해 체감하고, 잘 몰랐던 세계 각국의 역사문화를 배운다. 현재진행형인 트럼프 장벽 이야기를 다룬 멕시코와 미국 국경, 오랜 역사적 앙금과 인류가 저지른 대재앙의 현장을 찾아간 프랑스와 독일 국경 여행 등 지금까지 전개되어온 여행 예능의 방향과는 전혀 다른 맥락과 볼거리로 시청자들 앞에 나섰다.

여행 예능을 주류 예능 콘텐츠로 격상시킨 <꽃보다 할배><꽃보다 청춘> 시리즈는 여행의 로망을 일상을 벗어난 특수한 상황과 동행과의 관계망 속에서 펼쳐지는 캐릭터물로 표현했다. 여행 중 마주하는 예기치 못한 에피소드들을 헤쳐 나가는 과정에서 캐릭터의 인간미를 발견하는 재미가 있었다. 그리고 <뭉쳐야 뜬다> <배틀트립> <짠내투어> 등 최근 여행 예능들은 시청자들과 공유할 수 있는 즐거움이 핵심이다. 방송 촬영상의 편의, 연예인의 재력을 모두 리셋하고 일상적인 우리네 여행의 모습과 비슷한 볼거리와 예산, 여행 준비 과정 등 실질적인 정보 제공을 통한 공감대를 마련했다. 혹은 이런 설정을 극대화해 여러 가지 결핍 속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한 미션 수행의 장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더 나아가 영화 같은 이야기를 전하기도 한다. <윤식당><비긴어게인><효리네 민박> 시리즈 등은 머무는 여행, 현지인들의 일상 속으로 들어가 섞이면서 여행의 색다른 모습과 로망을 선보였다. 일반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여행의 형태는 아니지만 새로운 삶의 가치를 찾아가는 여정과 그 소소한 일상은 ‘노멀 크러시’ 혹은 ‘소확행’으로 대변되는 사소함의 힘, 여유를 만끽하는 삶과 같은 라이프 스타일의 지향과 판타지를 담아내는 여행 예능이 트렌드를 이루고 있다.

그런데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떠나지만 여행 예능이 아니라 탐사 예능이라고 부제를 단 <선을 넘는 녀석들>은 이런 대열에서 이탈한다. 익숙한 관광 명소 위주로 설민석이란 유능한 가이드와 함께하는 가장 전통적인 여행을 선보인다. 예능이고, 김구라, 유병재 등 예능인이 등장하긴 하지만 웃기려는 장치는 전무하다. 대신 실제로 국경을 넘으면서 관련한 배경 설명을 듣고, 장벽에 대한 멕시코인들의 생각을 접하고, 국경을 이웃 마을 가듯 넘나드는 젊은 독일인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국제 이슈와 해당 지역의 역사에 대해 알아가는 견문을 넓히는 여행이다.



여행의 방식도 고전적이다. 김구라, 이시영, 설민석, 유병재 등의 고정출연자와 함께 매 여행지마다 새로운 게스트가 여행을 떠난다. 이들은 국경과 함께 역사적으로 이야기할만한 거리가 있는 곳을 찾고 해당 이야기를 나누는 것에 집중한다. 숙소를 찾거나 목적지까지 가기 위해 출연진들이 생존 본능을 활용하거나 조합의 묘를 내세우는 요즘 여행 예능과는 거리가 있다.

역사 강사로 합류한 설민석은 파리에서는 유명한 관광지를 둘러보며 나폴레옹과 마리 앙투와네트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상식들을 바로 잡고, 이곳이 어떤 역사적 유적이고 어떤 문화적 함의를 갖고 있는지 알려준다. 아우토반을 직접 체험하고, 베를린에 가서는 예술과 힙스터를 먼저 만나기보다 나치의 참상을 목도하고 다시금 되새긴다. 모두 TV에서 수차례씩 다뤄졌던 이야기지만 유명한 역사 강사와 함께하는 소규모 문화 패키지여행을 따라다니는 듯한 재미가 있다.



<선을 넘는 녀석들>은 요즘 예능, 요즘의 문법과 라이프스타일 제시 등과는 선을 달리하는 전통적이어서 오히려 돋보이는 기획이다. 16부작으로 기획했지만 반응이 좋아 20부작으로 늘렸단 소식도 들려오고, 금요 격전지에서 5%대 수준의 준수한 시청률도 기록하고 있다. 틈새전략이 나름 통했다고 볼 수 있는 지점이다. 다만, 유익함을 알리기 위해서, 그리고 예능 차원의 재미를 보강하기 위해서는 출연진 구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설민석 이외에 가장 큰 활약을 보인 멤버들은 게스트로 참여한 타일러, 다니엘 같은 외국인 출신 방송인들이었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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