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싱하이’, 춤에서 더 잘 보이는 10대들의 표정들

[엔터미디어=정덕현] 가끔 길거리를 걷다가 마주치는 10대들의 얼굴을 본 적이 있는가. 대부분은 무표정하고 어떤 경우에는 어둡게 느껴지는 얼굴들이 많다. 무언가 중압감에 짓눌려 있는 듯한 그 얼굴들, 그 이면에는 얼마나 많은 하고픈 말과 짓고 싶은 표정과 하고 싶은 몸동작들이 숨어 있을까. 아마도 KBS <댄싱하이>가 보여주려는 것이 그것이 아니었을까. ‘10대들의, 10대들에 의한, 10대들을 위한 댄스 배틀’을 내세우고 있지만 배틀을 떠나 춤에 담긴 그들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건 아니었을까.

만일 그렇다면 <댄싱하이>는 이미 그 기획의도를 만족시켰다고 볼 수 있다. 2회에 걸쳐 10대 출연자들이 보여준 건 단지 그 놀라운 춤 실력만이 아니라, 그들 자신들의 숨겨진 표정들이었으니 말이다. 강원도에서 왔다는 이른바 ‘감자 왁킹 댄서’ 오동교는 마치 동자승 같은 모습과 ‘전원일기’ 배경음악이 어울리는 시골 느낌 물씬 풍기는 면면으로 등장했지만, 막상 음악이 나오자 돌변했다. ‘난 괜찮아’라는 노래 가사에 딱 어울리는 재치 가득한 표현들과 표정들이 코치들을 열광하게 만들었다. 일순간 ‘감자’, ‘동자승’의 이미지가 깨져버리고 대신 주체할 수 없는 흥을 가진 춤꾼의 얼굴을 거기서 발견할 수 있었다. 어딘지 끈적한 느낌마저 주는 능숙함에 소년 특유의 풋풋함이 동시에 얹어진 그런 표정.



웃을 때 드러나는 덧니가 너무나 매력적인 로킹댄서 송찬이는 보이시하면서도 귀여운 오렌지빛 의상과 절도 있는 춤 그리고 표정의 삼박자가 제대로 맞아 떨어지며 좌중을 유쾌한 몰입감에 빠뜨렸다. 송찬이가 <댄싱하이>라는 프로그램에 최적화되어 있다는 느낌을 주는 건, 놀라운 춤 실력만이 아니라 그 동작과 얼굴 표현 자체를 통해 그가 어떤 인물이고, 무엇을 얘기하려는 지 고스란히 드러내주고 있어서다. 10대들의 댄스 배틀이란 그런 점에서 농익은 춤은 아니지만, 보다 순수하게 그들 자신들을 표현하는 것에 더 집중하게 만들었다.

13살이라는 가장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10대들의 투표에서 최고 점수를 받은 박시현은 이미 잘 알려진 영재였다. 그저 평상시의 모습은 어린 소녀였지만 무대에서 춤을 출 때는 파워풀한 모습으로 돌변했다.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한 춤 실력이었지만, 더 놀라웠던 건 그것이 짜서 가져온 춤이 아니라 즉석에서 추는 ‘프리스타일’이었다는 점이다. 춤을 통한 표현에는 나이가 전혀 상관되지 않는다는 걸 이 놀라운 10대는 보여줬다.

같은 로킹댄서라는 점 때문에 송찬이가 약간의 라이벌 의식을 갖고 있는 송예림은 아주 평범한 소녀처럼 보였는데 무대에서는 마치 한 편의 ‘연극무대’를 보는 것 같은 놀라운 표현력을 보여줬다. 춤 실력과 함께 표정 연기 그리고 넘치는 에너지로 모두를 압도시킨 것. 코치 중 한 명인 리아 킴은 기립박수를 치며 “무대에 압도된 것만 기억난다”고 극찬했다.



일산에서 혼자 춤을 춘다고 자신을 소개한 김민혁은 앉아서 시작한 춤을 통해 손동작만으로 모두를 집중시키게 만들었고, 그렇게 절제된 춤에서 점점 고조되어 공중으로 몸을 새처럼 띄우는 소름 돋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마치 날개를 가진 새가 되고픈 그런 마음이 느껴지는 그 대목에서, 심지어 내성적으로까지 보이는 이 어린 친구가 가진 ‘더 높이 날고픈 마음’ 같은 걸 읽어낼 수 있었다.

사실 춤 실력으로만 보면 기성 프로들까지 아울렀던 <댄싱9>과 비교할 수는 없을 게다. 하지만 10대들이 이처럼 놀라운 실력을 갖고 있고, 또 그 실력을 통해 자신의 숨겨진 다양한 얼굴들과 표정들을 드러낼 수 있다는 걸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댄싱하이>의 가치는 충분하다 여겨진다. 그 끼 가득한 표정과 동작들이 주는 감동의 실체는 바로 우리가 흔히 길거리에서 마주는 그 무표정을 깨고 나온 10대들의 진면목에 있을 테니.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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