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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확행’ 김준호·서장훈·이상민의 짠내에 의구심이 드는 까닭
기사입력 :[ 2018-09-21 14:28 ]


‘무확행’, 숱하게 봐왔던 급조된 여행 예능과 뭐가 다른가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위로의 기본은 공감이다. 그래서 나와 다른 세상에서 고민 없이 살 것 같은 연예인의 사는 모습이 우리네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걸 확인시켜주는 관찰형 가족 예능이 끊임없이 잘 되는 거다. 실제로 친구들과 둘러앉아 누가 누가 더 최악인가를 다투는 한탄 배틀 속에서 피어나는 짠내는 짧은 순간이나마 그 어떤 위로의 말보다 효과가 좋은 피로회복제다.

SBS 새 예능 프로그램 <무확행>은 바로 이 길 위에 있다. 2018년의 유행어 소확행을 차용한 프로그램 제목에서 어느 정도 읽을 수 있듯이 남들 눈에는 무모하고 다소 무식해 보일지 몰라도 각자 자신들만의 ‘확실한 행복’을 찾아 떠나는 처절한 리얼 로드쇼라고 한다. 그리고 탁재훈, 이상민, 서장훈, 김준호 등 4명의 이혼남과 공개 연애를 했던 이상엽까지 연예계 대표적인 돌싱‘남’을 캐스팅해서 프로그램의 정서와 방향을 설정했다.

여기서 남성이라는 성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방송에서 돌싱 여성은 대체로 생활력이나 재기에 포커스를 두고 다루는 반면, 돌싱 남성은 감성적으로 접근한다. 혼자서 밥은 제때 해먹고 사는지 짠하다는 식의 모성애가 깃든 정서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그리고 이 정서는 이혼과 부도의 아픔, 혼자 사는 적적함 등을 잊고 행복을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는 <무확행> 방정식의 상수가 되고, 이 여정에 시청자들이 동참할 수 있도록 마련한 감정이입의 통로가 된다.



첫 회부터 전략적으로 내세운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혼자 살게 된 김준호의 집에 모인 멤버들은 이혼, 부도 등 불행을 전시하면서 짠내를 증폭시켰다. 심지어 서로 한 프레임 안에 들어가는 것을 염려하면서 멋쩍어했다. 그러다가 돌싱 서열을 정리하고, 냉장고 정리를 못했을 때 밀려오는 우울감이나 혼자 파스 붙이는 노하우, 일 이외에 만남이 전무한 일상의 무료함 등을 공유하면서 혼자 살기 때문에 겪는 짠내 토크 배틀을 이어갔다. 그러면서 “이런 사람들도 웃을 수 있다면”이란 서장훈의 말처럼 행복을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임도 끊임없이 환기했다.

허나 1회 김준호 집에서 펼쳐진 토크를 보면서 들었던 솔직한 감정은 동조가 아니라 저들은 스스로 진짜 불행하다고 생각할까? 라는 의구심이었다. 캐릭터와 커뮤니티의 성격을 너무 작정하고 만들려는 인상이 강했다. 실제로 있는 모습 그대로가 아니라, 정해진 콘셉트에 맞추려는 노력이 주는 어색함이다. 그리고 이야기는 바로 포르투갈로 이어졌다. 왜? 라는 물음을 가질 틈도 없었다. 그 다음엔, 캠핑카라는 또 다른 설정이 나왔다. MBN 인기 프로그램 <집시맨>도 그렇고, 인스타그램의 #Vanlife를 봐도 그렇고 캠핑카 여행은 많은 사람들의 대표적인 인생 로망인데, <무확행>에서는 서장훈의 끊임없는 불평과 불편에서 보듯이 출연진에게 깜짝 공개된 예능 특유의 고난 미션으로 작용한다. 돌싱과 행복과 포르투갈과 캠핑카, 방송 촬영이 아니고서야 불가능한 이 조합의 논리를 제작진은 너무 쉽게 생각하고 넘어갔다.



2회에서는 이상민의 피리피리 고추 농장 견학기와 스케줄 탓에 뒤늦게 합류한 김준호의 행복 찾기 에피소드가 펼쳐졌다. 농장 견학은 전형적인 이색적인 볼거리 체험이었다. 얼마나 매운지 맛보고 따뜻한 정을 느끼면서 음식을 나눈다. 그리곤 부호를 만나는 것이 행복이라는 김준호는 포르투갈 최대 부호를 만나겠다며 정장까지 차려 입고 와서 무작정 돌진하는 지극히 예능 방송 타입의 무모함을 서보였다. 이런 무례함과 그로 인한 짧은 미팅과 공장 견학이 돌싱의 짠내와 어떻게 연결되는 행복 스토리인지 모르겠지만 처음부터 과정들 전체가 너무 콘셉트와 설정에 맞춰 움직이는지라 행복에 대해 생각하거나 느낄 여지가 없었다. 이들이 왜 행복을 찾는 여정을 포르투갈로 떠났는지, 더 나아가 그토록 부르짖는 짠내가 실제 하는 것인지조차 의문이 들었다. 짠내라는 정서를 부각하면서 시작했지만 행복 찾기의 진정성을 느낄 수 없는 이유다.

시종일관 이어지는 짠내 발산과 애잔함의 포장, 자기 연민 등으로 칙칙하고 우울한 그림이 흥미 요소가 될 것으로 제작진은 판단했겠지만 너무 콘셉트가 과해서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돌싱들이 행복을 찾고 싶다는 것까지는 이해하겠는데, 포르투갈 캠핑카 투어를 하면서 소소한 자신의 행복을 충족한다는 솔루션이 앞서 착즙한 짠내와 그리 잘 연결되지 않는다. 심지어 한국 관광객이 많이 찾는 식당에서 홍보성 먹방도 이어지고, 길 위에서 펼쳐지는 남자들의 여행은 돌싱, 짠내라는 포장지를 벗겨내고 보면, 그동안 숱하게 봐왔던 급조된 여행 예능과 비슷한 꼴이다.



그래서 <무확행>을 보면 KBS2 <하룻밤만 재워줘>가 떠오른다. 확실한 콘셉트는 있지만 진정성과 리얼리티가 떨어지는 여행 예능. 출연자들이 아무런 준비도 없이 촬영차 떠나온 티가 너무나 많이 나는 여행 예능은 시청자들에게 외면을 받기 십상이다. 더 이상 TV에서 해외를 구경시켜주는 것으로 재미를 이끌어낼 수 있는 시대는 아니기 때문이다. 칙칙하고 우울한 모임이 관심을 끌 순 있겠지만 여행의 과정에서 다른 예능과 다른 그림과 재미를 찾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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