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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탐’, 우아하게 섬뜩한 이지아와 너무나 인간적인 최다니엘
기사입력 :[ 2018-09-26 15:26 ]


‘오늘의 탐정’, 이지아·최다니엘 귀신 연기의 새 장을 열다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진규의 옆구리tv] 시청률 3%를 겨우 넘는 KBS 수목드라마 <오늘의 탐정>을 히트작이라고 말하기는 애매하다. 하지만 생령을 등장시켜 추리물과 호러물, 오컬트를 오가는 매력을 꾹꾹 눌러 담기는 했다. 더구나 이 미묘한 듯 다른 장르를 섬세하게 오가는 미장센의 매력이나 영리한 촬영기법도 매력적이다. 다만 이야기의 불친절함은 <오늘의 탐정>이 가지고 있는 약점이자, 어쩌면 강점이다.

작가는 이 드라마의 새로운 캐릭터인 생령의 원인과 생령과 귀신 사이의 차이점에 대해 설득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생령의 본체인 인간의 육체는 긴 세월 식물인간으로 병실에 누워 있다. 그리고 깊은 밤이면 그 육체에 들어 있는 한 많은 생령이 깨어나 인간세계를 돌아다닌다. 그리고 인간의 죄의식을 자극해 그를 자살의 구렁텅이에 빠지게 만든다.

그 서사의 끈을 따라가다 보면 <오늘의 탐정>은 분명 공들인 드라마로 보일 여지가 충분하다. 반면 복잡한 끈을 중간에 놓아버린 시청자에게 <오늘의 탐정>은 어디로 갈지 길을 잃어 마냥 지루한 작품으로 다가올 가능성도 높다. 물론 생령이 나타날 때마다 심장을 들었다 놨다하니 마냥 지루하지는 않겠지만.



결과적으로 <오늘의 탐정>은 생령에 대해 설명하지 않아도 충분히 공포감을 자아내는 데는 성공했다. 거기에는 지금까지의 귀신들과는 다른 유니크한 매력을 보여주는 두 귀신 배우 덕이 크다.

<오늘의 탐정>은 사실 생령 선우혜(이지아)의 분위기가 많은 지분을 차지한다. 빨간 원피스를 입고 기괴한 자살현장마다 나타나는 이 묘한 여인은 그 등장만으로 보는 이들을 소름끼치게 만든다.

특히 이지아는 머리만 길게 풀어헤쳤을 뿐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귀신과 다르다. 피부색은 창백하지만 피를 흘리거나 혀를 길게 내밀지 않는다. 처녀귀신 하면 떠오르는 부스스한 긴 머리카락과도 다른 것이 나름 트리트먼트도 잘 되어 있다. 거기에 단정한 붉은 원피스, 가녀린 팔목의 그녀는 귀신보다 동화 속 여주인공 같은 모습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단정하고 신비로운 분위기 때문에 공포의 분위기는 배가된다. 더구나 이 배우 특유의 나긋나긋한 목소리와 속내를 알 수 없는 눈빛이 어우러지면 공포스러운 생령의 완전체가 탄생한다. 엽기 앨리스, 호러 백설공주, 오컬트 신데렐라 같은 느낌이 이 생령을 통해 그려지는 것이다.

최근 배우 이지아는 그녀만의 독특한 연기 캐릭터를 만들어갔다. 다른 여배우들이 발랄함이나 억척스러움으로 승부할 때 이 배우는 교양 있고 섬세한데 음침한 분위기의 연기를 자신의 카드로 내세운다. tvN 드라마 <나의 아저씨>의 강윤희 역할에서 조금씩 보여준 이 카드는 <오늘의 탐정>의 생령을 통해 만개한 느낌이다.

또한 귀신과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피지컬의 최다니엘 역시 <오늘의 탐정>을 통해 본인의 연기 변신을 보여준다. <오늘의 탐정>에서 최다니엘은 국내 최초로 등장하자마자 죽어서 귀신이 된 남자주인공 이다일로 등장한다. 하지만 풋내기 귀신 이다일은 어깨 넓은 피지컬과 달리 지극히 나약한 귀신의 면모를 보여준다. 귀신을 볼 줄 아는 정여울(박은빈)의 목소리를 빌리지 못하면 아무런 존재감도 없으며, 생령 선우혜에게 당하기만 하는 나약한 유령인 것이다.



비록 버럭 소리 지르는 연기가 안 되는 단점이 거슬리지만 최다니엘은 <오늘의 탐정>에서 힘없는 유령 특유의 무기력함을 잘 그려낸다. 특히 이런 귀신의 경우 너무 코믹하게 그려지기 쉽지만, 최다니엘은 코믹함과 정극의 비례를 잘 조정하면서 귀신 남자주인공의 존재감을 각인시키는 데 성공한다. 감정 없는 귀신이 아니라 감정만은 남아 있는 귀신인 것이다.

더구나 이다일이 악한 귀신을 빨아들여 헐크 같은 귀신으로 변신하면서부터는 왜 귀신 역할에 울퉁불퉁 근육질은 아니지만 뼈대의 피지컬이 좋은 이 배우를 택했는지도 설득되는 면이 있다.

이처럼 <오늘의 탐정>은 이지아, 최다니엘 두 배우를 통해 새로운 방식의 귀신 연기를 그려낸다. 피를 뚝뚝 흘리거나, 인간의 살을 파먹거나, 너무 길게 트림 소리를 내지 않아도 이지아의 우아한 귀신은 충분히 섬뜩하다. 산 사람 아닌 귀신 남자주인공이지만 최다니엘의 귀신 연기는 인간적인 귀신 연기의 롤모델 같은 것을 보여준다.

칼럼니스트 박진규 pillgoo9@gmail.com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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