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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백’은 억울하다, 왜 굳이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나
기사입력 :[ 2018-10-18 14:06 ]


‘미쓰백’, 약점만큼 강점도 충분한 영화이기에

[엔터미디어=듀나의 영화낙서판] 시카고 트리뷴의 영화평론가였고 로저 이버트의 텔레비전 프로그램 파트너였던 진 시스켈은 아무리 좋은 영화라도 아이들을 위기에 빠트리는 장면이 나오면 감당하지 못했다. 분명 이는 영화평론가로서 핸디캡이었겠지만 이를 뭐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시스켈은 아마 이지원 감독의 <미쓰백>도 감당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 영화의 두 주인공 중 한 명인 여자아이 지은(김시아)은 영화가 시작되면서부터 온갖 끔찍한 일들을 다 겪는다. 그 중 대부분은 아버지와 아버지의 여자친구가 가하는 물리적 폭력으로 보기가 매우 힘들다. 감독이 이 장면을 찍을 때 배우 김시아의 정신적 육체적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했음을 보여주는 자료를 온라인에 공개하지 않았다면 감상은 더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과연 관객들이 이 장면들을 꼭 봐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은 남는다.

중간중간에 주인공 미쓰백/백상아(한지민)를 도우러 나서는 형사 정섭(이희준)의 활용도 그렇게 맘에 들지는 않는다. 이희준의 연기에 문제가 있었다는 건 아니고 그가 나쁘거나 짜증나는 사람이라는 건 아니다. 실제 세계였다면 주변에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것으로 안심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미쓰백>이라는 영화에서는 계속 걸림돌이 된다. 너무 많이 나와 주인공 백상아로부터 러닝타임을 빼앗는다. 백상아와 지은이 위기에 빠질 때마다 개입해 드라마와 액션을 끊어먹는다. 상아에 대한 그의 이성애적 관심을 탓할 수는 없지만 (어떻게 그러겠는가, 한지민인데) 그의 애정은 관객들과 상아 사이를 가로막는 경향이 있다. 관객들이 직접 이 캐릭터를 평가하고 친근감을 쌓고 사랑하는 과정 앞을 막고 서는 것이다.



신경 쓰이는 부분은 이외에도 많다. 예를 들어 나는 후반부 두 여자의 격투신이 그렇게 맘에 들지 않았다. 나에겐 이 장명이 당연한 우선순위를 지극히 K 무비적인 방식으로 뒤튼 것처럼 보인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일단 아이 옆에 있는 것이기 때문에. 등장인물들의 성별이 바뀐다고 이 K 무비 감성이 특별히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많이들 성별을 바꾸면 신선할 것이라고 믿는 대부분 암청색 영화들이 그렇다. 그걸 너무나도 선명하게 보여준 한준희의 <차이나타운>을 왜 다들 안 본 척하고 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이렇게 불평을 하다가도 이게 과연 얼마나 의미가 있는 일인지 의심하게 된다. 이런 불평이 먹히려면 <미쓰백>이 올해 나온 다른 영화들과 동등한 조건 하에서 만들어지고 감상되어야 한다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 나에겐 그 확신이 없다.

앞에서 나는 정섭의 캐릭터가 눈치 없이 지나치게 많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그는 나오지 않거나 여자였다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가 없었다면 영화가 나올 수 있었을까? 이지원 감독이 투자자들에게 주인공을 남자로 바꾸면 투자가능성이 높아졌을 거라는 말을 들었다는 인터뷰를 읽은 뒤로는 확신이 더 떨어진다.



우리가 이 영화를 객관적으로 보고 있는지에 대한 확신도 없다. 대부분 한국 관객들(남자뿐만 아니라 여자들도 포함된다)은 여자가 주인공인 영화엔 관심을 주지 않거나 기계적으로 낮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자신을 페미니스트로 정체화한 관객들은 더 관대할까? 그렇지도 않다. 이들 중 상당수는 이런 영화들에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 <미쓰백>의 아동학대 장면에 민감하게 반응했던 사람들이 과연 지난 몇 년 전부터 동안 꾸준히 나온 알탕 영화들의 여성혐오, 외국인 혐오, 호모포비아 기타 등등에 과연 그만큼 날카로운 칼날을 들이댔는지는 잘 모르겠다. “나는 그랬다”는 답이 아니라는 걸 다들 아시리라 믿는다. “우리 편이니 더 엄격해야 한다”는 더더욱 말이 안 된다.

<미쓰백>은 기울어진 운동장의 불완전한 조건에서 불완전하게 만들어진 영화이다. 그리고 신경 쓰이는 것만큼이나 좋은 부분도 많다. 한지민과 김시아는 모두 훌륭한 연기를 보며주며 그만큼이나 좋은 연기 커플이다. 기계적인 모성애 코드를 억지로 들이밀지 않으면서 두 상처받은 영혼의 연대를 그려내는 이야기 흐름에는 울컥하는 면이 있다. 나는 이 영화가 감정 과잉의 멜로드라마라는 걸 굳이 지적할 생각은 없다. 그건 단점이 아니라 그냥 장르이기 때문에.

아마 영화가 더 자유로운 조건 하에서 만들어졌다면 더 나았을 것이다. 아마 전혀 다른 영화가 나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굳이 그 만약에 집착하며 이미 충분한 장점이 있는 실제 영화를 객관적인 척하며 낮게 볼 필요는 없는 것이다.



칼럼니스트 듀나 djuna01@empas.com

[사진=영화 <미쓰백>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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