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media 주요뉴스

‘쇼미더7’ 뜬금없이 불어 닥친 마미손 열풍, 뭐가 문제였을까
기사입력 :[ 2018-11-12 11:57 ]


Mnet에게 묻는다, ‘쇼미더머니’는 계획대로 되고 있는 건가?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지난 9일, 2개월간의 치열한 여정을 끝내고 Mnet 오디션 프로그램 <쇼미더머니 777>의 막이 내렸다. 역대 최다 지원자 수 1만 3천여 명, 두 배로 업그레이드된 상금 2억 원을 비롯해 시즌 제목도 777로 붙이는 등 판을 대폭 키웠다. 참자가의 수준은 모든 시즌을 통틀어 가장 수준이 높았다는 평을 받았고, 프로듀서진을 흥분시키는 완성도 높은 공연으로 많은 화제를 불러 모았다. 그렇게 치열한 대결 결과, LA에서 온 나플라가 2억 원의 잭팟을 터트리며 레인맨이 됐다. 그런데 방송 직후 흥미로운 일이 벌어졌다. 이목이 집중된 건 우승자 나플라나 함께 결승에 오른 루피나 키드밀리가 아니라 1차 예선에서 탈락한 마미손이었다.

뜬금없이 불어 닥친 마미손 열풍은 방송을 갖고 노는 새로운 즐거움과 우리나라 힙합의 여전한 시장 크기와 <쇼미더머니> 시리즈의 불완전성을 의미한다. 계획대로 되고 있다며 방송에서 탈락 직후 유튜브에 채널을 파고, 우리나라 힙합씬에서 특히 유행하는 트랩을 흉내 내다 한국 힙합 망해라라고 소리치는 분홍 복면맨이 무대 위로 등장하자 관객과 시청자들은 환호했다. 결승 경연은 이 분홍 복면 괴한의 무대 앞에서 빛이 바랬다. 이는 데이터로도 나타난다. 결승후보인 나플라, 키드밀리 등을 제치고 마미손의 이름이 포털 사이트 검색 순위 1위에 올랐다. 방송 후 <쇼미더머니 777> 음원 중 가장 많은 인기를 끈 곡도 마미손의 ‘소년점프’다.



이런 현상은 마미손 캐릭터가 갖고 있는 방송과 실제와 가상 기믹을 넘나드는 유튜브 시대의 유희라는 측면도 있지만, <쇼미더머니 777>의 식상함에 대한 불만이 우회적으로 분출된 영향이기도 하다. 나플라의 우승은 1차 예선에서 더 콰이엇이 “나플라에게 고마워해야 할 것 같다. 처음으로 전 국민이 TV를 통해 진짜 높은 수준의 랩을 듣게 된 순간인 것 같다”라고 말할 때부터 이변의 여지가 없었다. 제작진은 나플라의 독주를 전복할 만한 스토리텔링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오히려 EK사태라 부를 만한 이해하기 힘든(그날 관객들을 제외하고) 난감한 경연 결과로 인해 <쇼미더머니 777>의 허술한 투표 방식과 경연 시스템의 한계가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분명 경연인데, 평가 대상이 출연자가 아니었던 거다.

<쇼미더머니 777>의 가장 큰 매력은 나플라, 루피를 비롯해 EK, 차붐, PH-1, 슈퍼비, 키드밀리 등등 씬에서 활약하지만 대중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개성 넘치는 실력파 랩퍼들의 열전에 있었다. 그래서 경연자가 점차 추려지고, 프로듀서로 참여한 VMC레이블이 조기 탈락하면서 다양성이 사라지고 경쟁 구도가 어그러지면서 재미가 줄어드는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했다. 이는 <쇼미더머니> 시리즈가 매번 결승전이 가장 재미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경연을 앞세운 예능이라면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출연자의 매력을 쏟아내게 하고 대결 구도에서 긴장을 자아내게 만들어야 할 텐데 <쇼미더머니> 시리즈는 부실한 골조를 두고 화려한 인테리어를 뒤 덮는 전략을 또 한 번 반복했다. 콜라보라는 허울 아래 박재범, 개코, 지코, 비와이, 도끼 등등 최고의 랩스타와 CJ산하 힙합 레이블의 스타들을 모두 다 불러냈다. 무게 중심이 경연자에서 피쳐링진으로 치우치는 순간 잔치는 식상해졌다. 이런 전략은 경연 무대를 찾은 관객들과 일부 힙합 팬들에겐 즐거운 볼거리일 수 있겠으나 방송 콘텐츠 자체의 파급력을 축소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두 달간 수많은 신곡이 프로그램을 통해 탄생했으나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은 히트곡은 마미손의 곡 이외에 없다. 엄밀히 말하면 이조차 쇼 밖에서 만들어온 곡이다.



지금까지 <쇼미더머니>시리즈는 한국 힙합 시장은 양적 성장을 이끌어왔다. 그러나 지난 시즌부터 <쇼미더머니>가 건재함에도 불구하고 힙합 씬의 분주한 에너지는 둔화되는 듯한 현상이 나타났다. 둘 사이 괴리도 생겼다. <쇼미더머니 777>은 남달리 높은 수준의 참가자들로 인해 분위기가 매우 뜨거웠지만, 시청률은 지난 두어 시즌보다 1% 더 떨어진 1%대 중반을 벗어나지 못했다. 실질적 파급효과를 확인할 수 있는 음원 시장에서도 지난 시즌들에 비해 턱없이 저조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몇 년 전 한국 힙합처럼 <쇼미더머니>도 그들만의 리그가 되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가 된다.

모든 프로듀서들이 방송 중 한 두 번씩 언급한 용어가 있다. ‘쇼미더머니용’이란 말이다. 기존 음악적 성취나 출연자들의 성향과 달리 이 쇼에 먹히는 무대와 곡이 따로 있다는 거다. 그리고 이들은 경연용 무대를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런 무대는 함정이 있다. <나는 가수다>와 같은 경연 프로그램들을 보면 과장되고 자극적인 편곡과 유명 게스트로 화제를 모으려는 인스턴트식 경연용 곡들이 결국 어떤 말로를 걷게 됐는지 멀지 않는 곳에 유사 사례가 있다. <쇼미더머니 777>은 나플라, 루피라는 확실한 스타와 수준 높은 곡들, 공연 무대를 배출했지만 프로그램 밖에서 대중적으로 히트한 곡은 아쉽게도 없다.



우승 경쟁과 아무 상관없는 마미손의 곡이 뜨거운 관심을 받는 건 뻔하지 않기 때문이다. 장난스럽긴 하지만 <쇼미더머니>와 한국 힙합에 대해 정면으로 쳐다보는 새로운 태도가 재밌기 때문이다. 이번 시즌 초중반까지 시청자 입장에서 설렜다. 그러나 경연이 거듭 될수록, 결과나 무대는 뻔해졌고, 기대할 구석이라곤 깜짝 피쳐링이 누군지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 결승 무대에서 초대 손님인 마미손이 대히트를 친 것은 탈락한 EK가 더 큰 반향을 일으킨 것과 마찬가지의 맥락이다. 이미 너무 많이 겪은 길들여진 방식의 힙합이 아니기 때문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net]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Copyright ⓒ 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뒤로가기 인쇄하기 목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