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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석 PD가 다시 입증한 원조의 위엄 ‘스페인 하숙’
기사입력 :[ 2019-04-01 17:21 ]


‘스페인 하숙’ 나영석 사단이 만든 동화 같은 예능의 세계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나영석 사단의 신작 <스페인 하숙>이 매회 시청률을 경신하고 있다. 7%대로 시작한 시청률은 매주 상승하며 3회 만에 9%로 올라섰다. 이번 시리즈에 대한 기대보다 보고 난 이후의 만족도가 더욱 높다는 방증이다. 이런 수치와 추이 자체도 대단한 성적이지만 매년, 매 시즌 새롭게 선사하는 나영석 사단의 판타지가 2013년 여름부터 계속 업그레이드되면서 꺼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놀랍고 굉장하다.

지난주 첫 방송된 차승원과 유해진 버전 <삼시세끼> 확장판인 <스페인 하숙>은 사실, 그리 새롭게 할 이야기할 거리가 많지 않다. 우리가 아는 익숙한 풍경과 관계, 그리고 인물이 등장한다. 배정남이 나영석 사단에 새롭게 합류했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슬로라이프라는 주제의식과 정서, 볼거리와 판타지 제조 방식 모두 크게 달라진 바가 없다. 해외의 아름다운 작은 마을에서 팝업숍을 일궈가면서 반복되는 육체노동을 통해 찾는 보람, 일상의 소소한 순간에서 마주하는 행복은 <윤식당>에서 두어 차례 본 것이고, ‘차줌마’의 놀라운 요리 능력과 싱거운 가운데 진하게 우러나오는 유해진의 인간미가 어우러지는 밥상은 <삼시세끼>에서 오래도록 즐겼던 거다.



나영석 PD는 제작발표회에서 “<삼시세끼>를 외국에서 하면 어떨까 얘기하던 게 커져서 결국 스페인에서 손님들에게 따뜻한 끼니와 잠자리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만재도와 고창에서 좋은 추억을 선사했던 차줌마와 유해진의 시골 이야기가 그 사이 새롭게 대박이 난 <윤식당>과 만난 셈이다. 차이가 있다면 <윤식당>이 무언가 로망을 건드리는 활력이 있다면, <삼시세끼>의 확장판인 <스페인 하숙>은 세 남자의 이야기를 그저 바라보고 지켜보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아지고 편안한 맛이 있다.

<스페인 하숙>은 라이프스타일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영하고, 주도했던 여타 시리즈들과는 다르게 굳이 새로운 트렌드를 제안하지 않는다는 점이 오히려 눈길을 끈다. 배경으로 삼은 산티아고 순례길부터가 여행 예능의 홍수 속에서 크게 눈길을 끄는 여행 아이템이 아니다. 산티아고 순례는 우리나라에서도 10년 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방송으로 따져도 지난해 말 GOD 멤버들이 JTBC <같이 걸을까>를 통해 이 여정을 소개한 바 있다.



그럼에도, 산티아고 순례길에 위치한 작은 마을 알베르게에서 전해오는 이야기에 빠져들게 되는 것은 ‘ASMR’ 관련 유튜브를 하염없이 보게 되는 정서와 비슷하다. 일상을 단순화하고 절박함을 절제한 슬로라이프는 팍팍한 현실에 쉼표가 되어 느릿한 일상의 평안을 선사한다. ‘세계 속의 뜻밖의 한국’은 차안대를 두르고 눈앞의 쳇바퀴를 굴리기 급급한 삶을 벗어나 시야를 틔어주는 간접 기회를 제공한다. 무엇보다 이 모든 것을 좋은 사람들이 서로서로 배려하고 위하는 관계 속에서 펼쳐내니, 소소한 가운데 행복이 피어난다. 바로 이 지점이 나영석 사단의 판타지가 가진 소박하지만 끊을 수 없는 매력이다.



<스페인 하숙>의 핵심은 여기에 있다. <윤식당> 이후 매우 다채로운 유사 프로그램이 생겨났다. 그러나 원조의 매력을 여전히 따라오지 못하는 이유는 ‘좋은 사람’을 보여주는 노하우와 스토리텔링의 차이에 있다. 촘촘하게 깔린 수십 대의 카메라는 인간적인 진솔한 매력과 감정을 담아내는 데 동원된다. 외국인 손님이 왔을 때 유해진의 당황해서 안절부절 못하는 얼굴 표정과 심정을 다양한 앵글로 타이트하게 잡고, 막상 영업을 시작했는데(촬영을 시작했는데) 손님이 오지 않자 초조해하는 모습을 실내 천장에 설치된 카메라로 분주한 몸짓을 지켜보고 바닥에 설치된 카메라가 클로즈업한 발걸음을 통해 초조함과 긴장을 전달한다. 인간적인 면모를 속속들이 담아내는 이런 촬영기법과 이를 편집해서 만드는 스토리텔링, 그리고 이국적인 풍광을 더욱 돋보이게 만드는 인테리어는 나영석 사단의 슬로라이프 판타지를 펼쳐나가는 원천 기술이다. 설정은 단순하지만 그 방식은 그리 간단하지 않은 셈이다.

그래서일까. <스페인 하숙>은 그 이외의 많은 것을 채워 담으려 하지 않는다. 제작발표회에서도 굳이 신선한 부분을 강조하지 않고, 여행객들의 기구한 사연도 없으며, 동네 사람들과 맺은 관계도 우리는 스페인 지역 방송의 뉴스가 인터넷에 퍼지면서 정확히 알게 됐다. 그 대신 따뜻한 밥 한상과 함께하는 사람들이 주는 따뜻함이란 익숙하지만 소중한 것들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되뇌는 데 집중한다. 그 덕분에 연예인들이 멀고도 먼 이국땅에서 열흘 남짓 영업하는 알베르게 이야기에 쉽게 거부감 없이 빠져든다.



<스페인 하숙>은 다시 한번 우리네 현실에서는 쉽게 마주할 수 없는 삶의 방식과 풍경을 보여주고 평화로운 일상을 간접경험하게 한다. 그런 차원에서 순례길 알베르게는 마블유니버스의 세계관이나 원더랜드처럼 나영석의 월드가 펼쳐지는 또 다른 세상이다. 이들은 매번 비슷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다시 빠져들고야 마는 동화 같은 예능의 세계를 구현했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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