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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세상’ 제작진의 우직한 뚝심에 시청자들 화답했다
기사입력 :[ 2019-05-26 11:03 ]


‘아름다운 세상’, 비지상파 드라마들 호평 받는 또 하나의 이유

[엔터미디어=정덕현] 이 정도면 뚝심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자신감이라고 해야 할까. 종영한 JTBC 금토드라마 <아름다운 세상>은 사실 너무 진중한 주제의식과 어두운 분위기 탓인지 초반 시청률에서도 화제성에서도 그다지 주목받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그래도 흔들리지 않고 뚝심 있게 하고자 한 이야기를 끝까지 밀고 나갔다. 조금씩 시청자들이 그 드라마의 진심을 알아보게 되었고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시청률도 서서히 올랐고 드라마도 화제가 되었다.

결국 2.1%(닐슨 코리아)로 다소 저조하게 시작했던 시청률은 꾸준히 상승해 마지막 회 5.7% 최고시청률을 기록하며 마감했다. 중요한 건 결코 쉽지 않은 이 드라마의 이야기를 끝까지 완성도 높게 추구해 마무리했다는 점이다. 학교폭력으로 인해 다툼이 있었고 그래서 사고로 추락한 한 아이의 이야기는 그러나 사적인 복수의 차원을 넘어서, 제대로 된 진실규명과 사법정의가 이뤄지는 것이 진정한 ‘아름다운 세상’을 향해 나갈 수 있는 길이라는 걸 보여줬다.



학교 옥상에서 떨어진 아들이 자살로 위장되고 심지어 성폭력 범죄를 저질렀다는 누명까지 쓰게 되는 그 충격을 그 부모가 어떻게 견뎌낼 수 있을까. 연루된 이들에 대한 복수심이 생길 수밖에 없는 일이다. 하지만 박무진(박희순)과 강인하(추자현)는 서로를 의지해가며 이 난관들을 헤쳐 나가고, 그들이 하는 일이 사적 복수가 아니라 좀 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선택들이라는 걸 되새긴다.

그래서 말미에 이르러 박무진과 강인하는 아들의 추락과 누명에 연루된 두 아이들을 구해낸다. 아들 선호(남다름)를 집단적으로 괴롭히게 만들었고 추락사고의 원인이 되기도 했던 준석(서동현)은 죄를 저지르고도 벌을 받지 않은 자신을 용서하지 못한다. 그래서 건물 옥상에서 뛰어내리려 하지만 박무진은 그것이 진정으로 용서받는 길이 아니라고 말하며 그를 구해낸다. 또 강인하는 준석의 아버지 오진표(오만석)에게 성폭력을 당하고 이것이 두려워 가해자로 선호를 지목했던 다희(박지후)를 껴안고 “너의 잘못이 아냐”라고 말해준다.



박무진과 강인하는 아이들은 잘못이 없다는 걸 확인시켜주고, 이 문제들이 결국은 어른들의 잘못이라는 걸 명백히 한다. 이로써 죄를 지은 어른들 때문에 아이들까지 죄의식 속에 살아가지 않게 만들며, 죄가 있다면 벌을 받고 이를 뉘우치며 살아가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는 걸 아이들에게 보여준다. 어쩌면 이것은 이 드라마가 우리 사회 전체에 던지는 가장 큰 메시지일 게다. 수많은 사람을 죽게 만들고도 그만한 벌을 받지 않은 채 버젓이 멀쩡하게 살아가는 이들을 보며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할 것인가. 그런 아이들이 갖게 되는 실망감, 분노, 좌절, 무력감 등은 과연 우리에게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게 만들 수 있을까.

시작은 소소했지만 결말은 단단했던 <아름다운 세상>이라는 드라마가 가능했던 건 애초의 그 의도들을 흩트리지 않고 끝까지 멀어 붙일 수 있어서다. 이런 행보는 여러모로 지상파 드라마들이 초반 부진을 ‘기획’이라는 명목 하에 개입해 이리저리 뒤흔들기도 했던 행보들과는 사뭇 다른 면모가 아닐 수 없다. 시청률에 못 미치면 대본을 고치고 무리하게 캐릭터의 설정을 바꾸거나 심지어 분쟁이 일어나 주인공 배우가 바뀌는 사태까지 벌어지곤 했던 게 지상파 드라마가 한때 해왔던 행보들이다.



물론 지금은 지상파도 시대적 요구에 의해 콘텐츠 완성도에 집중하려는 노력을 하는 추세지만, 여전히 시청자들에게는 그 많은 논란들이 잔상처럼 남아있는 게 사실이다. 일단 편성을 했으면 충분히 하려는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내버려두는 것. 어쩌면 비지상파 드라마들이 최근 몇 년 간 약진한 가장 큰 비결이 아닐까.

최근 종영했던 tvN 드라마 <자백> 역시 단적인 사례가 아닐 수 없다. 그 복잡하고 어려운 이야기를 이 드라마는 한 번도 한 눈 팔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일필휘지하듯 밀어붙였다. 16부가 한 편의 영화처럼 꽉 짜여진 완성도를 가진 놀라운 작품이 탄생할 수 있었던 건, 다름 아닌 그것이 허용되는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리스크가 크지만 완성도를 위해 내버려둔 결과는 좋은 작품으로 돌아왔고 결국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게 되었다.

다소 시청률이 저조하다 하더라도 끝까지 이야기를 밀어붙일 수 있다는 건 드라마들이 그저 재미만이 아니라 진중한 메시지를 담아낼 수 있는 중요한 기반이 된다. 비지상파 드라마들은 그런 기반 아래서 세상에 대한 진지한 질문들을 던져왔고, 거기에 시청자들은 화답했다. 지금의 비지상파 드라마들이 갖게 된 위상은 바로 이런 한 걸음 한 걸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아름다운 세상>은 그 또 하나의 예가 되는 작품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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