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스’, SF인데 휴먼 혹은 신파의 향기가
‘앨리스’, 시간여행보다 주목되는 이별, 재회, 모정

[엔터미디어=정덕현] 이제 우리도 SF 소재의 드라마를 시도하는 시대에 들어선 걸까. SBS 새 금토드라마 <앨리스>는 시간여행을 소재로 가진 드라마다. 드라마는 시간여행을 할 수 있게 된 2050년을 배경으로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상황을 담는다. 그 세계에서 날아온 드론처럼 생긴 비행체가 그 곳에서 온 이들을 추적해 살해하기도 하는 그런 상황이 벌어지고, 심지어 죽어서 영원한 이별을 한 인물들이 시간과 차원을 뛰어넘어 다시 만나기도 한다.

본래 시간여행을 소재로 하는 콘텐츠는 서로 다른 시간대의 세계들이 부딪치면서 사건들이 전개되기 때문에 다소 복잡하게 그려지는 면이 있다. 하지만 <앨리스>는 백수찬 감독이 제작발표회에서 얘기한 것처럼 절대 복잡한 드라마가 아니며” SF라고는 해도 휴먼 드라마에 가깝다고 한다.

실제로 드라마는 2050년에서 1992년으로 넘어와 시간여행을 위협하고 있는 예언서를 찾는 윤태이(김희선)와 유민혁(곽시양)의 다소 SF적인 이야기에서 갑자기 모성애와 가족 간의 이별 그리고 재회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간다. 임신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윤태이가 방사능에 노출될 수 있는 웜홀을 통과해야 미래의 세계인 앨리스로 돌아갈 수 있지만 아이를 낳기 위해 1992년에 남게 되면서다.

박선영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아들 박진겸(주원)을 키우는 이야기는 모성을 내세운 전형적인 가족드라마의 코드를 담는다. 웜홀의 영향으로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로 태어난 박진겸을 키우는 박선영의 고충이 담기고, 급기야 학내에서 벌어진 여고생 자살사건에 연루된 아들을 구명하는 박선영의 모습에서는 다소 신파적인 이야기가 그려진다. 결국 미래에서 온 괴비행체에 의해 사망하게 된 박선영 앞에서 오열하는 박진겸의 모습까지 그렇다.

<앨리스>는 이처럼 SF 장르가 가진 과학적인 논리의 정교함보다는 죽음이 갈라놓는 인물들이 시간여행을 통해 다시 만나게 되며 만들어지는 감정에 더 집중하고 있다. 엄마의 죽음 이후 성장해 형사가 된 박진겸은 2020년 한 유괴사건을 추적하던 중 괴비행체를 발견하고 따라갔다가 죽은 엄마와 똑같이 생긴 인물과 마주한다. 이별과 재회. 하지만 엄마가 죽기 전 다시 만나면 절대 아는 척 하지 말라고 했던 그 말 때문에 그는 갈등에 빠진다.

<앨리스>SF보다는 휴먼 혹은 나아가 신파적인 요소들을 선택한 건 아직까지 우리네 시청자들에게 복잡한 SF스토리보다는 말 그대로 인간의 감정과 갈등이 주축이 되는 드라마에 더 친숙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게다. 실제로 이전에 이 시간대에 방영됐던 <더 킹 : 영원의 군주>가 김은숙 작가의 작품임에도 성공하기 어려웠던 건 그 복잡한 세계관을 좀 더 쉽게 설득해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앨리스>는 그런 세계관 자체가 아니라 인물에 집중하려 하는 것이지만, 이 선택 또한 적절한가 하는 의문은 남는다. 즉 어떤 장르든 인물에 집중하는 건 드라마 성패에 가장 중요한 일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SF 장르 특유의 세계관에 대한 설득과 그 논리가 주는 재미요소들이 바탕에 깔리지 않으면 자칫 무늬만 SF’ 같은 느낌을 줄 수 있어서다.

이제 첫 방일 뿐이라 그 성패를 아직 예단하긴 이르다. <앨리스>가 박진겸 같은 매력적인 캐릭터를 잘 세워둔 만큼 향후 그가 추적해갈 이 세계의 흥미로움 또한 장르적으로 잘 구현되는 것이 결국 성패의 관건이 되지 않을까 싶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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