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벌래’, 투기 조장 아니라지만 집을 투자대상으로만 보면
‘돈벌래’, 집방 전성시대가 갖춰야할 최소한의 공영성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2부작 파일럿으로 제작된 MBC <돈벌래>교양 있는 부동산 예능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다. 특정 지역의 건물 옥상에서 하는 오프닝은 그 지역을 내려다보며 그 곳에 있을 부동산 호재나 이슈들로 이야기를 연다. 김구라와 이유리가 프로그램의 전체를 이끌어가는 메인 MC이고 여기에 서울대 도시계획과 김경민 교수가 전문가로 참여해 부동산 관련 정보들을 전한다.

부동산 정보가 모두에게 공평하게 공유되지 않는다는 이른바 부동산 정보 비대칭문제를 꺼내놓으며 균형 있는 정보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 투기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김경민 교수는 얘기했지만 첫 회가 나간 후 투기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런 비판을 의식해 김구라는 2회를 열면서 이 프로그램이 투기 조장이 아니라 정보 제공에 있다는 걸 새삼 강조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벌래>는 의도는 아니라도 해도 그 자체로 문제가 있다는 지적들이 이어진다. 그것은 교양 있는 부동산 예능이라고 붙여 놨지만 프로그램은 어쩔 수 없이 제목에 담겨 있는 것처럼 이야기로 채워지게 되어 있어서다. 실제로 김구라는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나오는 이들에게 가장 먼저 전세자가냐를 묻고 얼마에 샀는데 지금은 얼마냐는 시세차익을 묻는다.

그리고 영등포 지역이나 문래동 지역을 찾아가 그 곳 부동산을 찾아가기도 하고 그 곳 주민과 대화를 나누기도 하는데, 여기서도 빠지지 않는 게 얼마냐는 이야기다. 그래서 “3년 만에 3억이 올랐다는 둥 그 때 샀어야 됐는데 안 사서 아쉽다는 이야기들이 더해진다. 물론 집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이 먼저 떠오르는 게 투자가치인 건 우리네 현실이지만, 방송까지 나서서 어느 지역에 얼마가 올랐네 하는 이야기를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걸 투기 조장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

최근 들어 집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부동산 정책이 쏟아져 나오고 그럼에도 집값 안정은 되지 않는 현실 속에서 대중들은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려한다. 어디가 얼마 올랐다는 이야기들은 없는 이들에게는 상대적 박탈감을 심어준다. 그래서 더 집을 투자의 대상으로 바라보게 된다.

지금은 집방 전성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MBC <구해줘 홈즈>가 성공을 거뒀고, SBS가 파일럿으로 내놓은 <나의 판타집>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코로나 시국이 되자 집은 많은 이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 되었고, 그래서 집을 소재로 하는 예능 프로그램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구해줘 홈즈><나의 판타집>처럼 집을 투자 대상이 아닌 진짜 살아가야 할 공간으로 담으려 노력하는 프로그램들과 <돈벌래> 같은 얼마를 벌 수 있을까로 집을 생각하는 프로그램은 같을 수가 없다. 그렇지 않아도 부동산에 대한 과열 양상이 그 많은 정책들 속에서도 꺼지지 않고 이어지는 마당에 방송까지 나서서 그걸 부추겨도 되는 것일까.

집에 대해 우리는 살(LIve) 집과 살(Buy) 집의 두 가지 관점을 갖고 있지만 이를 소재로 삼는 방송이 가진 기본적인 공영성을 염두에 둔다면 어디에 더 무게중심을 맞춰야 하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물론 부동산 가치로서의 집을 무시할 수 없지만, 지나치게 왜곡된 부동산 시장 속에서 그 돈의 가치로만 집을 바라보는 방송은 위험할 수 있다. 오히려 이런 돈의 가치로 지나치게 왜곡된 시선을 바꿔주려는 노력을 해도 모자랄 판에 말이다. 이것은 향후 어떤 집방이 또 시도된다고 하더라도 염두에 둬야할 문제가 아닐 수 없다.

Living vs Buying. 현실과 로망이 어긋나는 사고 싶은 집과 살고 싶은 집 사이. 엔터미디어 채널 싸우나에서 ‘구해줘 홈즈’, ‘바퀴 달린 집’, ‘여름방학’ 등 부동산가격만큼 뜨거운 집을 소재로 한 예능들의 특징과 공통점에 대해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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