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살래’, 집을 둘러싼 욕망의 패러다임은 과연 바뀔 수 있을까
‘빈집살래 in 서울: 확장판’, 집에 대한 다른 생각을 불러오다

[엔터미디어=TV삼분지계] ◾편집자 주◾ 하나의 이슈, 세 개의 시선. 각자의 영역을 가지고 대중문화와 관련된 글을 쓰고 있는 남지우·이승한·정석희 세 명의 TV평론가가 한 가지 주제나 프로그램을 놓고 각자의 시선을 선보인다. [TV삼분지계]를 통해 세 명의 서로 다른 견해가 엇갈리고 교차하고 때론 맞부딪히는 광경 속에서 오늘날의 TV 지형도를 그려볼 수 있는 단초를 찾으실 수 있기를.

MBC와 디스커버리 채널 코리아가 공동 제작해 지난해 11~12MBC <다큐플렉스>로 방영한 <빈집살래: Buy & Live>가 확장판 <빈집살래 in 서울: 확장판>으로 돌아왔다. 지난해 방영 직후부터 은은하게 입소문을 타고 화제가 되었던 <빈집살래>, 버려진 빈집을 산 뒤 자신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리모델링해 살기를 선택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빈집 구매비용부터 공사비용까지 드는 비용은 5억에서 6억원 남짓. 이 또한 작은 돈이라 할 수는 없지만, 서울 시내 아파트 전세 보증금 정도의 액수로 평생 살아갈 나만의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이야기에 많은 사람들이 솔깃해 했다.

[TV삼분지계]의 세 평론가는 어떻게 봤을까? 정석희 평론가는 ‘집방’의 시대에 뻔한 집 구경이나 집 자랑 콘텐츠가 아니라, 자신들이 추구하는 삶의 철학을 실현하기 위한 새로운 도전의 우여곡절을 지켜볼 수 있어서 뿌듯하다고 평했다. 이승한 평론가는 이 프로그램이 막연하게 빈집 리모델링의 장점만 늘어놓고 끝나는 게 아니라, 이 길을 선택했을 때 드는 비용이나 겪을 수 있는 시행착오와 돌발 변수들까지 비교적 담백하게 보여줌으로써 시청자들의 판단을 도왔다고 평했다. 반면 남지우 평론가는 프로그램 제작에 문화체육관광부, 서울시, 서울주택공사의 지원이 깊게 들어간 부분을 지적하며, 집을 ‘소유’하고 싶다는 욕망의 방향을 트는 대신 즉각적인 충족을 해주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를 물었다.

◆ 뻔한 집 자랑이 아닌, 새로운 도전의 우여곡절을 함께 보다

팬데믹으로 인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생활 방식이 바뀌고 있다. 뷰티, 패션에 대한 관심은 현저히 줄어든 반면 집에 대한 관심은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는 상황이다. 허나 관심이 생기면 뭘 하나. 턱 없이 높아진 집값이 발목을 잡는 것을. 그래서 사람들은 대리만족 삼아, 마치 아이쇼핑을 하듯 남의 집을 구경한다.

 

바야흐로 ‘집방’ 시대다. MBC <빈집살래>우후죽순 등장한 여느 ‘집방’들처럼 단순한 집 자랑이나 집 구경은 아니다. 오랜 기간 방치된 빈집을 사서 나의 상상력을 보태 새로운 집을 짓는 지난한 과정을 담고 있으니까. 뿐만 아니라 자산관리사에게 예산 상담을 한다거나 육아 휴직을 한 남편이 등장하는 등 요즘 젊은이들의 삶의 철학이나 남다른 가치관도 들을 수 있다.

흔히 집 한번 짓고 나면 십 년은 늙는다고 한다. 오죽 힘겨우면 그런 소리가 나오겠나. <빈집살래> 통해 내 집을 소유할 기회를 얻은 출연자들 역시 예상치 못한 난관과 만난다. 집이 반쪽이 잘려 나가질 않나, 지하실 벽이 무너져 내려 보강 공사를 새로 해야 하질 않나. 그렇지 않아도 빠듯했던 예산이 초과되고, 자금 압박에 부딪히고, 그런 이유로 집짓기를 포기해야 옳은가, 고민에 빠진다. 아무도 가보지 않았던 새로운 길에 도전한 사람들. 게임에서 온갖 장애물을 극복하고 엔딩에 도달하는 것처럼 우여곡절 끝에 자신이 바라던 집을 갖게 된 출연자들을 보고 있자니 시청자인 내 마음 또한 뿌듯했다.

정석희 TV 칼럼니스트 soyow59@hanmail.net

◆ 마냥 좋다고 권하지는 않는, 그래서 더 마음이 가는.

어떤 사람들은 결혼을 기약 없이 미룬다. 집을 구할 형편이 못 돼서. 어떤 사람들은 결혼을 예정보다 훨씬 서두른다. 따로따로 독신으로 살 때보다 부부가 되었을 때 청약 당첨 확률이 높아서. 어떤 사람들은 아예 서울을 떠난다. 서울 안에서는 집을 마련해 안정적으로 가정을 꾸리고 살 수가 없어서. 한국인들의 오랜 소망인 ‘내 집 마련’은 갈수록 점점 하늘의 별 따기가 되어간다. 아파트를 소유하는 일이 감가상각 없이 자산가치를 지키는 재태크의 주된 수단으로 변질된 서울 안이라면 특히나 더 그렇다. 그렇다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가격이 올라만 가는 아파트에서 고개를 돌려서, 오래 된 빈집을 개조해 살아보는 건 어떨까? 경제적인 이점만 취하는 게 아니라, 어쩌면 삶을 바라보는 관점도 함께 바뀔지 모른다.

<빈집살래 in 서울: 확장판>의 미덕은, 서울 시내 버려진 빈집을 인수해 리모델링해서 사는 삶이 꼭 모두에게 다 권할 만한 일은 아니라는 걸 담백하게 인정하는 태도다. 공사 과정 내내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시공이 필요한 상황이 닥치고, 예상했던 금액보다 4000만원가량 오버한 견적이 나오자 건축주들은 당황한다. 빈집을 인수해 리모델링하는 과정은 온통 돌발변수의 연속이라는 것을 가감 없이 보여주며, 어떤 사람에게는 아파트에서 사는 삶이 맞을 수도 있다는 걸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서울시와 서울주택공사가 추진하는 빈집 리모델링 사업의 장점과 도시재생의 장점을 설파하면서도, 현실적인 어려움과 고려해야 할 사안들을 외면하진 않는 것이다. 원래 물건 파는 사람들 중 가장 믿음이 안 가는 부류는 장점만 길게 늘어놓는 사람들이다. 이 집은 그러질 않는다. 어쩐지 더 마음이 간다.

이승한 칼럼니스트 tintin@iamtintin.net

◆ 선의로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을까

<빈집살래>는 정부와 유권자의 기묘한 만남의 장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제작 지원을 받고 서울시, 서울주택공사와 협업하는 모습에서, 각종 정부 주체들이 이 프로에 꽤나 심혈을 기울였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내 집 마련’의 꿈이 프로그램을 계기로 되살아나고 현실화된다. 발탁된 의뢰인(이자 유권자)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행운이다.

현 정부 최대 실책 중 하나는 부동산. 2화에 나온 표현을 빌리자면, 서울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는 10년 새 두 배가 뛰었고, 청년층의 또 다른 이름은 이제 ‘집포 세대’라고 한다. <빈집살래>는 착하지만 새로운 방식으로 ‘집값 대란’ ‘전세 대란’에 대응하겠다는 비장함을 안고 정치에 응답한다. 정부와 유권자가 합심해 만든 잘 짜인 공익 예능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의문이 든다. 선의를 가진 정부와, 우연히 행운을 거머쥔 몇 유권자들은 우리 사회 ‘내집 마련’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을까? ‘내 집 마련’은 필요일까 욕망일까. 필요는 복지를 동원해 충족되어야 마땅하지만, 욕망의 무한한 충족은 사회에 과부하를 낳는다. <빈집살래>는 작금의 부동산 사태를 낳은 욕망의 방향을 트는 데엔 관심이 없는 것 같다. 필요 아닌 욕망을 즉각적으로 충족시켜주고 그것을 자화자찬하는 모양은 정부 예능이 가야할 길이 아니다.

남지우 칼럼니스트 jeewoo1119@gmail.com

[사진·영상=MBC, 디스커버리 채널 코리아. 그래픽=이승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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