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사건사고는 결코 사적인 일이 아니다

꽤 괜찮은 드라마로 순항하던 차였다. 하지만 SBS 금토드라마 <날아라 개천용>에 깊은 암운이 드리워졌다. 주연배우인 배성우가 지난달 중순 음주운전 위반혐의로 입건됐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다. 배성우는 드라마 촬영이 없는 날 지인과 술을 마신 뒤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되어 향후 출석 소환 조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배성우는 소속사를 통해 변명과 핑계의 여지가 없는 저의 잘못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 모든 질책을 받아들이고 깊이 뉘우치고 반성한다고 공개 사과했다. 하지만 배성우의 이번 음주운전은 그가 현재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의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결코 그만의 사적인 문제로 끝나지 않게 됐다.

더더욱 뼈아프게 느껴지는 건 <날아라 개천용>이라는 작품에서 배성우가 연기하는 박삼수라는 기자가 사회 정의를 실천하는 인물이라는 점이다. 그런 정의로운 이미지의 캐릭터를 그 어떤 배우보다 실감나게 잘 소화해내고 있다는 호평을 받던 배성우였다. 하지만 이번 음주운전으로 드리워진 부정적인 이미지는 그의 사적 잘못을 넘어서 드라마 캐릭터 이미지에 대한 몰입을 깨는 공적인 영향까지 주게 됐다.

또한 <날아라 개천용>이 특히 시청자들에게 몰입감을 준 건, 너무나 드라마틱한 재심 변호사와 기자의 이야기가 실제 재심전문 변호사와 기자를 모델로 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심지어 이 작품은 박삼수라는 인물의 실제 모델인 박상규 기자가 대본을 쓰고 있다. 그러니 이를 연기하는 배성우의 역할은 그 무엇보다 중요할 수밖에 없다.

난감한 드라마 제작진 측은 고민 끝에 결국 배성우 하차를 결정했다. 이미 촬영을 마친 출연 분량을 최대한 편집해 방송하고 남은 분량은 배성우 없이 촬영을 진행키로 한 것. 이에 따라 3주간의 재정비 기간을 갖는다. 이 기간 드라마 서사와 등장 캐릭터의 대폭 수정이 불가피할 것을 보인다.

사실 연예인들의 사건사고가 결코 그들만의 사적인 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은 매 사안마다 드러난 사실이다. 드라마에서도 이런 일들은 적지 않았다. SBS 드라마 <리턴>이 제작진과의 불화로 인해 배우 고현정이 하차함으로써 대신 박진희가 그 역할을 이어받는 기막힌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배우 강지환은 드라마 촬영 중 준강간 혐의로 긴급 체포되면서 TV조선 <조선생존기>에서 하차해 이후 서지석으로 주인공이 바뀌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물론 <날아라 개천용>에서 배성우는 다른 배우로 교체되지 않고 하차할 가능성이 훨씬 높지만, 어쨌든 이번 사태가 막 날아오르고 있던 드라마를 곤경에 빠뜨린 건 실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모든 연예인 사건사고가 그렇지만, 드라마처럼 일관된 스토리와 캐릭터가 지속되어야 몰입할 수 있는 분야에서 그 파장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는 걸 이번 사태는 말해주고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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