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노엘 사건, 불공정한 우리 사회의 불쾌한 민낯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성매매 시도, 음주운전 교통사고, 행인 폭행에 이은 무면허 음주운전 교통사고 및 경찰관 폭행... 만일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이 이런 범죄 행위들을 하나라도 저질렀다면 어떤 벌을 받게 될까. 만만찮은 처벌이 내려질 게다. 하물며 이런 일들이 한 사람에게서 지속적으로 반복되어 벌어진다면?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는 없는 인물로서 법이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해줘야 하고 때론 사회와 격리시켜야 하는 게 마땅하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런 사건들을 연달아 벌이고도 사과 몇 마디 하고 벌금을 내고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이도 있다. 그는 국민의 힘 국회의원 장제원의 아들인 레퍼 노엘 장용준이다. 그는 지난 18일 서초구 반포동에서 무면허 음주운전 교통사고를 냈다. 그리고는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음주측정 및 신원확인을 요구하자 이에 불응했고 나아가 경찰관의 머리를 들이받는 등의 폭력을 행사했다.

경찰은 노엘을 음주측정 불응 및 경찰관 폭행 혐의로 체포 입건했지만 귀가조치 됐다. 경찰은 ‘술에 너무 취해 보였고 추석 명절을 배려해 귀가시켰다’고 밝혔다.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조처다. 특히 ‘추석 명절을 배려해’라는 이유는 상식적이지도 않다. 언제부터 범죄자가 명절이라는 이유로 배려의 대상이 되었나. 한국대학생진보연합 대학생들이 서초경찰서 앞에서 노엘의 엄벌 촉구와 국민의 힘 장제원 의원 규탄 1인 시위를 하며 이것이 “불공정 부모 찬스”라고 지적한 건 당연한 결과다.

노엘의 이번 사건이 더 충격적이고, 청년들에게 허탈감과 분노를 안긴 건 2017년 Mnet <고등래퍼>로 대중들 앞에 서게 된 그가 지금껏 끝없이 사건을 저지르며 구설에 올랐고, 놀랍게도 사과문 정도를 내면서 계속 연예계 활동을 이어왔다는 점이다(보통의 연예인이라면 상상도 못할 일이다. 음주운전 사건으로 활동이 거의 중지된 길의 사례를 보라.). <고등래퍼> 출연 당시 논란이 됐던 건 트위터를 통해 과거 성매매를 하려 했던 정황이 드러났던 것이었다. 결국 그는 사과문을 쓰고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아들의 잘못에 아버지도 사과문을 냈다. 국회의원이라는 위치가 가진 무거운 책임감 때문이었을 게다.

하지만 이러한 사과문과 자숙 선언이 진심이었는가를 의심하게 만드는 사건은 그리 오래지 않아 벌어졌다. 2019년 9월 노엘은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 오토바이와 접촉사고를 냈다. 당시 경찰이 출동해 음주측정을 한 결과는 면허 취소 수준이었다. 노엘은 또다시 활동중단과 자숙기간을 갖겠다고 밝히며 고개를 숙였다. 이 사건은 그 불똥이 아버지 장제원 의원에게 튀었다. 과거 “음주운전은 살인도구”라고 법안을 대표 발의하기까지 했던 그였다. 게다가 당시 그는 법무부장관 후보 조국과 그 딸을 ‘부모 찬스’를 언급하며 맹공했던 차였다. 그러니 노엘 사건은 ‘내로남불’이 되어 고스란히 그에게 만만찮은 비판의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법원은 2020년 당시 노엘 음주운전사고에 대해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40시간 준법 운전 강의 수강을 명령했다. 하지만 집행유예 기간에도 노엘의 갑질과 무개념 언동은 계속 됐다. 2021년 2월 부산에서 행인폭행 사건에 연루됐다. 하지만 이때 역시 놀랍게도 이 사건은 ‘공소권 없음’ 처분으로 끝을 맺었다.

지난 9월에는 자신의 음원 ‘이미 다 하고 있어’에 악플이 달리자(그는 활동중단을 하지도 않았다), 인스타그램에 ‘재난지원금 받으면 좋아서 공중제비 도는 XX들이 인터넷에서 XX센 척 하네’라고 막말을 올렸다. 재난지원금을 받는 국민 대부분을 비하한 이 막말은 일파만파 파장을 일으켰다. 논란이 커졌지만 노엘은 사과하지 않았다. 대신 인스타그램 게시글을 모두 삭제했다. 그리고 이런 구설과 논란이 계속 있던 차에 이번 무면허 음주운전 교통사고와 경찰관 폭행이 벌어진 것이다(그것도 집행유예 기간이었다).

노엘의 일련의 사건들에 청년들이 분노하는 건 죄를 저지르고도 상응하는 벌을 받지 않고 자숙의 태도조차 없이 살아가고, 심지어 보란 듯이 계속 사건들을 터트리는 것이 장제원 의원이라는 권력의 힘이 작용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무전유죄 유전무죄’처럼, 부모가 국회의원이라는 이유가 하나의 권력이 되어 그 자식에게도 특혜로 이어진다는 걸 노엘 사건은 그 사건들의 결과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더더욱 대중들을 분노하게 하는 건 노엘 사건으로 인해 장제원 의원 또한 의원직 박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이것 역시 힘 있는 대권후보의 비호아래 별다른 제재조치 없이 처리되고 있는 정치권의 현실이다. 현재 윤석열 캠프 종합상황실장직을 맡고 있는 장제원 의원은 이번 사건으로 사의를 표했지만 국민의 힘 대선후보 경선을 치르고 있는 윤석열은 이를 반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성인이 된 아들의 개인적 일탈 문제로 캠프직을 내려놓을 필요까지는 없다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마치 자기 사람은 끝까지 챙긴다는 식으로 미화되기도 했지만, 이런 조처는 ‘부모 찬스’를 받는 노엘처럼, 권력의 비호를 받는 특권층이라는 우리 사회의 불쾌한 민낯으로 대중들에게는 다가온다. “사람에는 충성하지 않는다”며 “충성할 건 국민과 국가뿐”이라고 말하던 대권주자가 어째서 이 사건에 분노하는 국민들을 외면하는 걸까.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고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이 말은 거꾸로 적용되고 있다는 자각이 대중들의 분노를 야기하고 있다. 천하를 평정하고(平天下) 국가를 통치하는 권력을 쥐게 되면(治國) 가족이나 일신의(修身齊家) 비리나 죄는 유야무야 처리되는 사회. 이런 사회에서 무슨 미래와 희망을 얘기할 수 있을까. 죄를 저지르고도 처벌받지 않으니 당연하게도 이들은 또 죄를 저지른다. 노엘이 저지른 일련의 사건들과 그 결과들은 그래서 왜 우리네 정치가 또 우리 사회가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후퇴하고 있는가를 에둘러 말해주는 것만 같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Mnet,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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