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주자 윤석열과 이재명, ‘집사부일체’가 담은 이미지는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지난주 윤석열 전 총장에 이어 이번에는 이재명 지사의 출연으로 SBS 예능 <집사부일체>는 최고 시청률과 화제성을 불러 일으켰다. 지난 회 7.4%(닐슨 코리아)로 전주에 비해 두 배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한 데 이어 이번 회는 9% 시청률로 동시간대 최강자였던 KBS 예능 <1박2일(8.6%)>을 앞질렀다.

양강 구도로 좁혀져가고 있는 내년 대선의 흐름을 염두에 두고 생각해보면 당연한 결과다. 시청자들은 이 유력 대권후보가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일종의 이미지 정치를 한다는 우려를 자아내면서도 동시에 이들의 일상이나 생각, 삶에 대한 태도, 가치관 같은 것들이 궁금하다. <집사부일체>의 이번 기획은 그래서 잡음들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시도만으로도 성과를 갖기에 충분하다.

이미 정치권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치열한 공방들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주 윤석열 편과 이번 주 이재명 편은 각각 이들의 어떤 면들을 부각시켰을까. 먼저 윤석열 편은 자택으로 초대해 윤석열 전 총장이 김치찌개와 계란말이를 직접 만들어 대접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콘셉트였고, 이재명 편은 이재명 지사가 어린 시절 지냈던 안동에서 MC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 채워졌다.

윤석열 편이 상대적으로 그의 정치철학이나 공약 같은 이야기들이 적었던 건 집에서 벌이는 쿡방과 먹방 콘셉트가 적지 않은 시간을 채웠기 때문이다. 물론 이건 그냥 그렇게 된 것이라기보다는 윤석열 측이 이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얻어내려는 목표가 ‘친근한 이미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라고 보는 편이 맞을 듯싶다. 실제로 프로그램이 끝나고 나서 가장 많이 회자된 이야기는 “그냥 형이라고 해”라고 말했던 대목이다.

워낙 검찰총장으로서의 범접하기 어려운 냉철한 이미지가 강한 윤석열 전 총장에게 <집사부일체>는 부드러운 이미지를 강조한 셈이다. 이러한 접근방식은 예능 프로그램이라고 해도 유력 대권후보의 정치에 대한 생각이 별로 담기지 않았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이처럼 정치가 아닌 일상적인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집사부일체> 측이 출연하는 대선주자들에게 공통적으로 요구한 사항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편에는 상당한 이 후보의 공약 관련 이야기들이 등장하니 말이다.

사실 윤석열 전 총장은 최근 하는 말마다 구설에 올라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주택청약통장을 만들어 본 적 있나”라는 질문에 “집이 없어서 만들어 보지 못했다”는 엉뚱한 답변을 내놓기도 했고, 손발로 하는 노동은 “아프리카나 하는 것”이라는 부적절한 발언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 밖에도 “일주일에 120시간” 발언이나 “부정식품” 발언 또 “페미니즘이 저출산의 원인”이라는 등등 윤석열의 말은 큰 논란으로 이어졌다. <집사부일체>가 말보다는 부드러운 이미지를 강조한 것이 우연처럼 보이지 않는 이유다.

반면 이재명 지사는 <집사부일체> 등장부터 “이슈메이커”라는 사실이 강조됐다. 그래서 먹방, 쿡방 같은 일상적인 이벤트 없이 곧바로 토크로 들어갔다. 윤석열 편이 <신발벗고 돌싱포맨> 같은 관찰카메라 방식을 도입한 일상 토크쇼 형식을 띄었다면, 이재명 편은 과거 <힐링캠프>처럼 특정 공간에서 집중적으로 나누는 토크쇼 방식을 취했다. 그만큼 말할 ‘이슈들’이 넘쳤기 때문이다.

‘사이다 토크’로 정평이 나 있듯이 이재명 지사는 갖가지 이슈들에 거침없는 답변을 내놨다. 친형 강제 입원, 형수 욕설 논란 등에 대해서 “욕했다”고 선선히 인정하고 그 이유로 형님이 자신을 진짜 간첩으로 믿고 있었고 그래서 어머니까지 협박하는 상황이 있었다는 걸 들었다. 김부선 스캔들에 대해서도 이재명 지사는 “몸에 점이 없는 것은 부모님에게 물려받은 훌륭한 재산”이라는 말로 에둘러 반박했다. 김부선이 2018년 이지사와의 내연관계를 주장하며 신체 특정 부위에 있는 점을 봤다고 한 주장에 대한 반박이다. 즉 윤석열 전 총장이 <집사부일체>를 통해 친근한 이미지를 강조했다면, 이재명 지사는 “위기는 기회”라는 말로 갖가지 이슈와 논란에 대한 해명의 시간을 가진 셈이었다.

윤석열 전 총장과 이재명 지사가 자신들의 성장담에 대해 내놓은 이야기에서도 두 사람의 차이점은 분명히 드러난다. 윤석열 전 총장은 사법고시 9수를 했던 사연을 주로 들려줬고, 이재명 지사는 어린 시절 너무 가난해 공장을 다니며 검정고시로 대학에 들어갔던 이야기를 주로 들려줬다. 사법고시 패스를 통해 검찰총장까지 올랐던 윤석열 전 총장의 성장사와, 검정고시로 대학에 들어가고 사법고시 패스로 변호사로 활동하다 시장이 되어 정치일선으로 들어오게 된 이재명 지사의 성장사는 그래서 확연히 다른 차이를 보인다.

특히 달랐던 건 공약과 정치철학에 대한 부분이다. 윤석열 편에서는 거의 나오지 않았던 이 부분들이 이재명 지사에게서는 자신의 성장사와 연결되어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홍보’처럼 나왔다는 점이다. 자신이 겪었던 어려운 시절의 경험이 ‘기본소득’ 같은 공약을 추구하게 된 계기라는 식이다. 물론 이에 대한 호불호는 시청자들의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게다.

이제 유력 대권후보들이 예능 프로그램 등에 나와 정치인으로서가 아닌 일반인으로서의 모습을 드러내는 일은 그리 낯선 풍경이 아니게 됐다. 이제 본캐와 부캐를 구분하는 시청자들이 예능의 이미지만을 보고 선택을 하는 일은 생길 가능성이 별로 없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도 저마다의 목적이 있기 마련이다. 그 일상적인 토크 속에서도 각 후보들이 어디에 목적을 두고 있는가를 잘 들여다보는 일. 섣부른 이미지와 언변에 휘둘리지 않는 방법일 게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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