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 복잡하지만 어렵지 않은, 그리고 통쾌한 액션물의 정석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tvN <루카: 더 비기닝>은 한국 드라마에서 흥하기 시작한 히어로물의 맥을 잇는다. OCN <경이로운 소문>이나 넷플릭스 <스위트홈>처럼 특별한 능력을 지닌 주인공들은 최근 한국 드라마의 중심에 서 있다.

하지만 <루카>의 지오(김래원)<경소문>의 소문(조병규)이나 <스위트홈>의 차현수(송강)가 보여주는 시원한 괴력하고는 차이가 좀 있다. 물론 지오도 전기발산의 능력으로 괴력을 가진 인물이기는 하다. 심지어 회차가 진행되면서 슈퍼파워를 얻는 소문이나 차현수와 달리 지오는 처음부터 이 슈퍼파워를 쓸 수도 있다.

하지만 시청자는 <루카>에서 히어로 주인공에게 통쾌함보다는 애잔함을 먼저 느끼게 된다. 아직 확실하게 비밀은 드러나지 않았다. <루카>의 지오는 커다란 사고 이후, 기억을 잃은 채 다시 삶을 시작한다. 이후 본인이 지닌 특별한 힘을 깨닫지만, 그 힘은 그를 오히려 불안하게 만들기도 한다. 또 그 힘 때문에 늘 그를 추적하는 악당들도 있다.

<루카>1,2회에서 배우 김래원을 통해 드라마가 그려내고자 하는 고단함을 잘 보여주었다. 계속 힘겹게 달리고, 그러다 지치고, 전기능력을 쓰는 슈퍼파워를 이용하기보다 그 힘에 끌려 다니는 듯한 인상마저 든다. 또한 영화 <해바라기>를 비롯해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증명했듯 김래원은 큰 눈과 입, 강파른 얼굴로 짠내풍기는 느낌에 최적화된 연기를 보여준다. 배우 권상우나 이종석이 지오를 연기했다면, 이런 느낌의 피곤한 짠내는 풍기지 않았을 법하다.

허나 <루카>가 지오의 짠내에 집중하느라 액션 히어로물의 짜릿함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루카>는 다소 무겁고 음울한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 액션 장면에 공들인 티가 나는 드라마다. 특히 <루카> 2회에서 이손(김성오) 일당이 의사로 가장해 의식불명인 지오를 납치해 가는 장면이 그랬다. 이들은 형사들을 자연스레 따돌리고 환자용 엘리베이터에 탑승한다. 하지만 간호사로 위장한 유나(정다은)를 의심한 하늘에구름(이다희) 형사는 이들 사이를 비집고 엘리베이터에 함께 올라탄다.

이후 유나는 가발을 벗고 붉은 머리를 드러낸 채 구름 형사를 구타하기 시작한다. 두 여배우들이 좁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보여주는 액션은 흥미롭다. 하지만 좁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지오가 의식을 차리면서 또다른 격투가 이어지며 액션 장면은 훨씬 복잡하고 입체적으로 변한다. 태오(김민귀)의 주사기공격과 이를 막는 지오, 그리고 이어지는 지오와 이손의 결투가 벌어진다. 한편 여기에 유나와 구름 형사와의 격투가 다시 한 번 겹쳐진다. 엘리베이터가 내려가는 동안 이어지는 이 숨 막히는 장면은 좁은 공간이 주는 폐소 효과 때문에 훨씬 더 긴장감이 넘쳤다.

이 긴장감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지오가 탈출한 이후까지 이어진다. 린넨실에 숨은 지오와 그를 쫓는 이손 일당의 추격신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후 <루카>는 후반부에 지하철 철로에서의 격투 장면으로 긴장감과 짜릿함을 동시에 전달하며, 액션 히어로물의 매력을 충분히 보여주었다.

앞으로도 <루카>의 무거운 플롯과 전기충격 같은 액션 장면들의 미묘한 시너지는 이 드라마의 시청자를 집중시키는 동력이 될 것 같다. 또한 <루카>의 이야기는 무겁고 많은 비밀이 숨겨져 있지만 의외로 줄거리를 따라가기가 굉장히 쉽다. 무겁고 복잡하지만 어렵지 않은 것은 <루카>의 또 다른 장점이다. 물론 <루카>가 어렵지 않은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면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비슷한 느낌의 할리우드 히어로물의 플롯이나 설정들을 적절히 활용했기 때문인 것도 같지만.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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