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혼산’ 같은 관찰카메라는 출연자 논란에 치명적이다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박나래의 인형을 통한 성희롱 논란으로 MBC 예능 <나 혼자 산다>가 또 다시 위기를 맞았다. 성희롱 논란의 불똥이 고스란히 <나 혼자 산다>로 튀어, 시청자게시판에 박나래의 하차요구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박나래의 이번 사태는 이전에 역시 잘못된 성적 표현을 한 웹툰이 문제가 되어 하차요구를 받았지만 사과 후 계속 방송에 나오고 있는 기안84의 문제까지 다시 수면 위로 끄집어내고 있다.
여기에 <나 혼자 산다>의 스핀오프인 <여자들의 은밀한 파티>에서 불거졌던 과거 성희롱 논란까지 더해졌다. 한강을 찾은 한혜진과 화사 그리고 박나래가 거기 많은 차량들을 보며 “흔들리는 차 있는 지 봐요.”, “습기 차 있으면 백방이다” 같은 성적 발언들을 던졌고, 스튜디오에서 이 장면을 보는 남성 출연자들의 난감해 하는 표정들이 리액션으로 더해졌다. 마침 헨리가 어색한 분위기를 깨기 위해 “추우니까요, 그 때 추웠잖아요.”라고 한 말에 박나래와 한혜진이 농담으로 “네 차냐. 회원님 차였어요?”라고 몰아가는 대목에서 ‘헨리 성희롱 논란’까지 불거진 일이었다.
박나래가 이런 성희롱 논란에 휘말리게 된 건, 자신이 넷플릭스에서 했던 <농염주의보>의 수위 높은 성적 농담들이 호평을 받았던 것과는 사뭇 대조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같은 농담이라도 하나는 고품격 19금 유머가 되고 다른 하나는 성희롱이 되는 건 그걸 하는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농염주의보>는 이미 그런 성적 농담들을 주고받는 것이 허용된 자리여서 누군가를 불편하게 하기보다는 오히려 금기를 깨는 시원스러움을 안겨줬다. 하지만 박나래가 유튜브 방송 ‘헤이나래’를 통해 한 농담과 성적 표현들은 거기 있는 사람들마저 불편하게 할 정도의 ‘희롱’이었다.
문제를 촉발시킨 건 남자인형의 특정 신체부위를 잡아당기며 수위 높은 성적인 묘사와 토크를 한 것이지만, 이전 방송부터 사실상 논란은 예고된 상황이었다. ‘전체이용가’ 대표인 헤이지니와 ‘19금’ 대표인 박나래가 처음 만나는 대목에서도 특정 성적 행위들을 하는 듯한 야릇한 동작으로 그 자리에 있던 이들을 모두 당황하고 불편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박나래도 자필 사과문을 올렸고, ‘헤이나래’에서 하차하고, 이 프로그램도 폐지 결정되었지만 논란은 계속 이어져 <나 혼자 산다> 하차요구까지 나오게 됐다. 혹자들은 박나래의 잘못이 분명하다 해도 <나 혼자 산다> 하차요구까지는 과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그것은 <나 혼자 산다> 같은 관찰카메라 형식의 프로그램을 잘 이해하지 못해서 나오는 반응이다.
<나 혼자 산다> 같은 관찰카메라는 사실상 거기 비춰진 출연자들의 ‘리얼 일상’이 핵심이다. 즉 진짜 모습을 담는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 따라서 프로그램 밖에서 벌어진 사안들도 고스란히 <나 혼자 산다>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박나래의 논란이 된 인형 성희롱 영상을 보며 불편함을 느낀 시청자들이라면 이제 <나 혼자 산다>를 예전처럼 보기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과거 전현무와 한혜진의 열애 사실이 밝혀졌을 때 이들의 하차가 결정된 이유이고, 기안84가 웹툰으로 인해 야기된 논란으로 <나 혼자 산다> 하차 요구가 나왔던 이유다. 물론 이런 요구가 당사자들에게는 과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결국 키는 시청자로 돌아온다. 시청자들이 바깥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하더라도, 어떤 논란 때문에 프로그램을 보는 게 불편해지는 건 명확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유튜브,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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