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바꿔! 스핀오프 전성시대 ‘바꿔줘 홈즈’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이번 주말 편성표에 흥미로운 점이 있었다. 공교롭게도 TV조선에서는 <미스트롯2>의 스핀오프 <내딸하자>, JTBC<싱어게인>의 스핀오프 <유명가수전>, MBC는 무려 <놀면 뭐하니?> 자리에다 <구해줘! 홈즈>의 스핀오프 <바꿔줘! 홈즈>를 편성했다. 편성전략을 서로 공유하진 않았겠지만 주말 예능 프라임타임에 스핀오프 콘텐츠가 대폭 늘어나는 것은 팬데믹의 영향과 관찰 예능의 고착화가 오래도록 지속되고 있는 오늘날 나타난 새로운 경향이다.

콘텐츠업계에서 금과옥조로 말하던 원소스멀티유즈는 여전히 유효하다. 최근 늘어난 유튜브를 활용한 서브 콘텐츠 생산이라든지, <미스트롯1>이나 <쇼미더머니> 공연, 대본집이나 레시피북과 같은 도서화 등 TV콘텐츠를 다른 장르나 2차저작물로 전환해 활용한 사례는 많다. 그런데 지금 두드러지는 현상은 하나의 콘텐츠가 곧 하나의 프로그램을 뜻하던 고정관념을 벗어나 하나의 방송 프로그램이 고스란히 다른 프로그램을 잉태한다.

이런 흐름을 본격화한 TV조선의 스핀오프 전략은 긍정적 아이디어이긴 했다. 물론 다소 뻔뻔한 면이 있긴 했지만, 화려한 무대가 끝나고 난 뒤 급속히 사라지는 영향력, 인기, 인지도를 IP(지적재산권)라는 관점에서 관리하는 전환이었다. TV조선은 이로써 예능 꼴찌 채널에서 명실상부 시청률로는 범접할 수 없는 수준으로 랭크됐다.

TV조선의 스핀오프는 경연예능의 스토리라인을 프로그램 밖으로 훨씬 길게 뻗어냈다. 대결이 없으니 한결 가볍게 경연에서 부수적이었던 인간적 매력을 발산하는가 하면, 무대가 끝났다는 아쉬움 달래기 적당했다. 일종의 갈라쇼와 같다. 그 전에도 나영석 사단의 <신서유기>시리즈에서 가지를 친 <강식당> 시리즈가 있긴 했지만, 한 프로그램의 세계관을 확장해 다른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에 대한 일종의 검열기준을 낮췄다는 데 포인트가 있다.

, 이미 히트를 친 콘텐츠를 비교적 적은 비용을 들여 변형하고, 재빨리 내보내 성과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춘다. 적은 비용에 빠른 시도로 측정할 수 있는 결과치도 도출하는 스타트업의 사업 방정식과 유사하며 예능식으로 표현하면 물 들어올 때 노 젓기인데 노 대신 모터를 다는 거다. 얼마 전 <유퀴즈>에서 파생된 <난리났네 난리났어>KBS <트롯 전국체전>에서 비롯된 <트롯 매직유랑단> 모두 같은 맥락에서 시청자들을 찾아왔다.

인기 예능 <놀면 뭐하니?> 자리에 기습 편성된 <바꿔줘! 홈즈>는 집, 공간에 관한 콘텐츠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관련 TV콘텐츠 붐을 이끌고 있는 <구해줘! 홈즈> 콘텐츠의 확장판이다. 2015~2016년도에 짧은 붐을 이뤘던 셀프인테리어 콘텐츠에 재도전한다. 기존 출연진이 매주 21조로 전문가와 함께 출연해서 시공현장과 스튜디오를 이원연결해서 언택트로 코칭하는 셀프인테리어쇼다. 첫 방송에선 메인MC와 대표 전문가로 활약하는 박나래, 김숙, 임성빈과 리포터처럼 현장을 뛰는 바꿔맨슬리피가 출연했다.

5~6년여 전에 실패로 끝난 셀프인테리어 콘텐츠로 다시 승부를 보기 위해 준비한 부분들이 많이 눈에 띈다. 가장 먼저 전문가가 시공하거나 시공된 전후를 보여주거나 아이디어를 전시하는 일반적인 메이크오버 콘텐츠가 아니다. 의뢰인이 실제로 직접 시공하는 12시간을 카메라에 담았다. 연예인이 직접 발품을 판다는 콘셉트를 계승해 의뢰인들이 직접 시공하는 셀프인테리어 현장을 스튜디오에서 지켜보며 실시간 코칭을 하고, 페인트칠하는 법 등의 팁을 알려준다. 밀키트의 영향을 받은 홈키트나, 언택트 코칭, 공간에 관심이 지대해진 라이프스타일 변화를 기획에 반영한 점 등 영민하게 움직인 부분들, 고민의 깊이와 아이디어 등이 돋보인다.

그러나 집 구경의 재미가 힘겨운 셀프인테리어 과정을 보는 것으로 전환됐을 때 직접적 효용 느낄 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좋은 집에 살고 싶은 것처럼 셀프인테리어가 로망에 해당하는지부터 사실 고민되는 지점이다. 아이디어를 얻거나 실행에 옮기는 독려가 될 수는 있지만 셀프인테리어 시장이 성장하다만 이유를 극복할 수 있을지 큰 숙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플랫폼 전쟁이 가속화되면서 IP는 방송가의 화두다. 그런 차원에서 모든 것이 미지수이고 큰 기회비용이 들어가는 새 기획보다 이미 성공한 콘텐츠를 바탕으로 비교적 적은 자원과 노력으로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스핀오프는 매력적인 제작방식이다. 시즌제가 자리 잡고, 예능에서도 세계관이란 작법, 개념의 도입이 보편화되면서 콘텐츠가 프로그램과 동의어 관계를 벗어나 스토리라인을 확장하고 있다. 다만, 예능 콘텐츠 시청자 입장에서 이런 기조의 본격화는 다양성 측면에서 아쉽다.

이번 <바꿔줘! 홈즈>도 그렇고 본격 스핀오프였던 <난리났네 난리났어>도 마찬가지인데 애초의 목표 자체가 기존 콘텐츠보다 낮기 때문에, 해당 콘텐츠의 팬이 아닌 다음에야 새로운 재미를 찾아서 유입되기 힘들다. 오디션쇼에서 파생된 콘텐츠는 경연 중 못다 담은 매력과 홀가분함, 여운을 담아낸다는 측면에서 확실한 매력과 이유가 있지만 TV를 트롯으로 물들게 만들었다. 스핀오프 붐이 새로운 시대의 도전일지, 기획의 후퇴일지 훗날의 평가가 궁금해진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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