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맛’ 초유의 조작방송 사태가 불러올 TV조선 예능의 암운

[엔터미디어=정덕현의 이슈공감] 결국 함소원도 TV조선 <아내의 맛> 제작진도 조작을 인정했다. ‘리얼이 생명인 관찰카메라에서 조작을 인정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그건 사실상 시청자들을 기만한 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방심위가 제대로 작동하는 상황이라면, 중징계가 마땅한 사안이다.

그런데 갖가지 의혹이 제기된 후 한참이 걸려서야 비로소 조작을 인정하는 공식입장을 내놓는 그 과정과 내용을 보면 아직도 제작진은 이 사태의 중대성을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느낌이다. 그토록 많은 조작 의혹들이 쏟아져 나왔을 때, TV조선 측은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그렇게 묵묵부답으로 일관했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방송을 지속했다.

그리고 사태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거란 걸 인지하면서, 함소원의 프로그램 하차 소식을 알렸다. 시청자들로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처럼 보일 수밖에 없는 행보였다. 함소원이 자청해 하차를 선택한 것이고, 프로그램을 이를 받아들인다는 식으로 이 사태를 마무리할 수 있다 여겼던 걸까.

하지만 함소원 하차에도 시청자들의 의혹제기와 제작진의 입장 요구는 멈추지 않았다. 함소원은 SNS를 통한 개인적인 활동을 이어갔고, 그럴 때마다 제기되는 조작 의혹에 대해서는 말할 가치가 없다는 식으로 일관했다. 무언가 문제가 없다면 당당히 사실을 밝히면 되는 일이었다. 답변을 계속 피하는 모습은 결국 문제가 있었다는 의혹만 증폭시켰다.

그리고 결국 뒤늦게 나온 공식입장은 조작 인정이었다. 하지만 그 공식입장도 어딘가 석연찮다. 제작진은 출연진과 촬영 전 인터뷰를 하고, 그 인터뷰에 근거해 에피소드를 정리한 후 촬영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했다. 이 말은 이 관찰카메라가 있는 그대로를 찍은 후 사후 편집을 통해 에피소드를 만드는 게 아니라, 인터뷰를 먼저 하고 에피소드를 정리한 후에 촬영하는 것으로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해서 에피소드를 찍는방식이라는 걸 드러낸다.

당연히 연출적인 요소가 들어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시청자들로서는 있는 그대로의 리얼 상황이라 여겼던 많은 장면들이, 실제 인터뷰를 통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다고는 하지만 일종의 설정된 촬영이었다는 사실이 놀랍게 느껴질 수 있다. 모든 관찰카메라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런 방식의 촬영이 관찰카메라 방식의 예능에서 드물지 않게 쓰이고 있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제작진은 공식입장에서 출연자의 재산이나 기타 사적인 영역에 대해서는 개인의 프라이버시 문제이기 때문에 제작진이 사실 여부를 100% 확인하기엔 여러 한계가 있다고 전제한 후, “그럼에도 함소원 씨와 관련된 일부 에피소드에 과장된 연출이 있었음을 뒤늦게 파악하게 됐다고 했다. 인터뷰 바탕으로 해서 에피소드를 촬영하는 과정에 과장 연출이 들어갔다는 내용인데, 그 인터뷰에서 함소원 개인이 이야기한 재산이나 사적 영역은 프라이버시 문제라 사실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즉 출연자가 거짓말을 하고, 그 거짓말을 바탕으로 에피소드를 촬영하는데 있어 과장된 연출까지 더해졌다는 뜻이다. 함소원이 한 번 그리고 제작진이 또 한 번, 이렇게 두 차례의 조작 혹은 과장 연출 방송이 만들어졌다는 것. 그런데 물론 프라이버시 문제라 다 알 수는 없다고 해도, 인터뷰(그것도 사적인 이야기들이 방송을 통해 채워지는 것이다)가 바탕이 되는 관찰카메라에 그 진위여부를 파악하지 않았다는 건 어딘가 앞뒤가 맞지 않아 보인다. 어차피 방송 자체가 이들의 사생활을 들여다보는 것이 아닌가. 제작진의 공식입장이 보여주는 논리대로라면 애초에 검증할 수 없는 영역을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방송으로 찍어 내보낸다는 뜻이다. 무슨 배짱으로 이런 위험을 감수한단 말인가.

이런 공식입장에 책임을 통감한다며 시즌 종료를 선언하는 것도 무책임하기 이를 데 없는 일이다. 폐지가 아닌 시즌 종료란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공식입장에서도 드러난 것처럼, 이런 방식으로 촬영되는 관찰카메라는 누군가 조작하려 하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위험성이 여전하다. 그런데 거기에 대한 아무런 안전장치나 보완책 같은 대안 제시 없이 시즌 종료라니. 시청자들로서는 황당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지난 1년 간 TV조선의 프로그램들은 시청률 고공행진을 거듭하며 승승장구했던 게 사실이다. 서혜진 국장이 TV조선으로 이적한 후, 처음 포문을 연 것이 그의 장기 중 하나였던 관찰카메라로서 <아내의 맛>이었다. 그 후 <연애의 맛>으로도 이어졌고, 최근에는 <우리 이혼했어요>로 이혼이라는 소재까지 영역을 넓혔다. 늘 시끌시끌한 논란의 요소들이 불씨처럼 존재했지만 그건 일종의 노이즈마케팅처럼 작용하며 프로그램과 채널의 인지도를 높여주었다. 여기에 <미스트롯>, <미스터트롯>이 트로트 오디션의 열풍을 만들어내며 TV조선에서 서혜진 국장의 입지는 더욱 단단해졌다.

하지만 최근 <미스트롯2>에서 불거진 갖가지 논란들과 그런 문제제기에도 아무런 공식 입장이 나오지 않았던 상황과, <아내의 맛> 함소원 사태가 더해지면서 서혜진 국장이 세워놓은 TV조선표 예능 왕국이 흔들리는 모양새다. 이 두 프로그램에 드리워진 문제는 달라 보이지만 사실은 같다. 그건 방송의 신뢰의 문제다. 믿을 수 없는 의혹들이 계속 쏟아져 나오고, 거기에 대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태도는 그간의 신뢰를 깎아 먹게 된 가장 큰 이유다. 방송이 결국 시청자와의 신뢰관계에서 소통이 가능해진다는 걸 생각해보면, 결국 조작으로 드러난 이번 <아내의 맛> 사태와 더불어, 아직까지 논란의 불씨들이 저 밑에서 계속 타고 있는 <미스트롯2>의 무대응과 소통부재 역시 더 심각한 국면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TV조선 이적 후 ‘아내의맛’, ‘연애의맛’, ‘우리이혼했어요’ 등으로 연전연승하며 서혜진PD가 주도하고 있는 한국형 관찰 예능의 현주소와 문제점에 대해 엔터미디어 채널 싸우나에서 정덕현 평론가가 얘기 나눠봅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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