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최강자 ‘원더우먼’, 적당한 멜로 사이다의 저력과 한계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SBS 금토드라마 <원 더 우먼>은 결국 이 시간대 시청률 경쟁에서 승리했다. 최고 시청률이 15%(닐슨 코리아)까지 올랐다. 동시간대 경쟁작인 <검은 태양>은 MBC의 야심작이지만 적어도 시청률에 있어서는 <원 더 우먼>에 밀렸다. 애초 기대했던 두 자릿수 시청률을 달성하지 못했고 후반부로 갈수록 하향세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

물론 시청률은 수치일 뿐, 작품의 성취를 이 숫자로 판단할 수는 없다. 실제로 <검은 태양>은 국정원 개혁이라는 묵직한 메시지를 첩보 액션물이라는 장르적 틀을 통해 담아낸 작품으로 <원 더 우먼>보다는 더 무게감이나 완성도도 높은 작품이다. 하지만 이러한 진지함은 대중적으로는 금토드라마 대결에서는 장애요소로 작용했다. 시청자들은 그리 큰 고민 없이, 너무 복잡하지 않으면서 달달하고 시원한 그런 드라마를 금토에 특히 더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 더 우먼>은 마치 그러한 시청자들의 욕구에 맞춰 만들어진 기획물 같은 성격이 짙다. 비리검사가 얼굴이 똑 닮아 차량 테러를 당하고 기억을 잃은 채 깨어나 보니 재벌가 며느리가 되어 그 역할을 대신 하게 되는 스토리는 우리에게 너무 익숙하다. 즉 ‘왕자와 거지’ 스토리를 여성 주인공을 내세워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 그래서 <원 더 우먼>은 그 설정만으로도 향후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를 어느 정도는 예측할 수 있는 작품이다.

하지만 <원 더 우먼>이 힘을 발휘하는 건 그런 뻔한 구도의 스토리 차용이 아니라, 그 속에 조연주(이하늬)라는 사이다 캐릭터를 세워 놓고 시청자들이 보고픈 시원시원한 장면들을 여러 각도에서 던져준다는 점에 있다. 조연주가 한주그룹 사람들이자 시월드에 대놓고 “감히 내가 누군 줄 알고 깝쳐?”라고 외치는 장면에서 가부장적 세계에 날리는 일침의 카타르시스를 준다면, 자신을 공격해 오는 조폭들과 저도 모르게 잘 싸우며 “나 왜 이렇게 잘 싸워?”라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걸 크러시의 짜릿함을 선사한다.

또한 조연주는 어쩌다 한주그룹 며느리인 강미나(이하늬)의 역할을 하게 되면서 자신을 이용하려는 한주그룹 사람들과 비리검사로서 법을 휘둘렀던 그 저력을 드러내고 저들이 저질러온 범죄들을 하나씩 밝혀나간다. 방화살인범으로 복역 중인 아버지 강명국(정인기)에 대해 분노해오던 조연주는 그것 역시 한주그룹에 의해 꾸며진 일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조연주는 그래서 재력을 바탕으로 법망을 빠져나가며 불법적인 일들까지 자행해온 한주그룹을 응징하는 정의의 사도 같은 캐릭터도 부여받는다.

그리고 멜로를 빼놓을 수 없다. 강미나 역할을 하고 있는 조연주의 실체를 알게 된 한승욱(이상윤)이 그럼에도 그를 진짜 사랑하게 되는 멜로는 ‘정체를 뛰어넘는’ 사랑이라는 점에서 짜릿하다. 이들은 함께 저 한주그룹의 비리를 캐면서, 유민그룹의 경영권을 방어해나가는 파트너이면서 동시에 연인관계로서의 달달한 멜로를 보여준다.

그러니 <원 더 우먼>은 거의 모든 사이다 판타지의 종합선물세트 같은 작품이 된다. 시원시원한 걸 크러시 액션이 있고, 시월드에 대놓고 맞서는 카타르시스가 있으며, 사법 정의를 구현해내는 사이다 전개가 이어진다. 여기에 달달한 멜로까지 더해져 있다. 게다가 이야기도 복잡하지 않고 대결구도도 명확해 시청자들은 한두 회쯤 빼먹어도 언제든 이 사이다 종합선물세트를 다시 즐길 수 있다. 이것은 진지하고 묵직한 메시지를 던지는 <검은 태양> 같은 작품과의 대결에서 <원 더 우먼>이 대중적인 우위를 갖는 이유다.

그런데 이건 SBS 금토드라마가 지금껏 일관되게 추구했던 드라마 색깔이다. 그런 점에서 되돌아보면 첫 금토드라마로 SBS 세웠던 <열혈사제>는 여러모로 <원 더 우먼>과 그 색깔이 비슷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선악구도를 확실히 세우고 액션과 코미디로 편안한 오락물로서의 즐거움을 주는 작품들이다. 사회정의의 문제를 사이다 전개로 보여줬던 <날아라 개천용>이나 <모범택시>도 그 일관된 금토드라마의 색깔을 보여준 바 있고, <펜트하우스> 역시 막장드라마지만 자극적인 사이다 코드를 활용한 드라마였다.

이러한 일관된 색깔은 시청자들이 금토에 SBS드라마에 대한 하나의 기대감을 형성하게 되는 이유로 작용한다. 그래서 만만찮은 경쟁작들이 등장해도 그 일관된 색깔을 세워놓은 드라마들은 작품의 성취와 상관없이 시청자들을 빨아들인다. 이것은 물론 SBS 금토드라마의 전략적 성공을 말해주는 것이지만, 과연 이런 흐름은 좋기만 한 걸까. 시청자들로서는 편안하게 금토를 즐길 수 있는 일이지만, 드라마를 너무 사이다 고구마로만 나눠 보게 만드는 관점은 보다 다양한 드라마들을 위축되게 만드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적당한 멜로와 장르, 사이다 전개 등을 섞어 성과를 내는 기획적 성공은 분명하지만 그것이 만들어내는 영향을 우려 섞인 시선으로 보게 되는 이유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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