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훈에 남궁민... 이러다 SBS 드라마 어벤져스도 가능할 듯
SBS 금토드라마가 쌓아놓은 서민영웅들, 통합 세계관 나올까

SBS 드라마 '모범택시2'
SBS 드라마 '모범택시2'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갑자기 SBS 금토드라마 <모범택시2>에 <천원짜리 변호사> 천지훈(남궁민)이 등장했다? 천지훈은 김도기(이제훈)에게 자판기 커피를 대접받고는 대뜸 도움을 주겠다고 나섰다.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딸 때문에 의료소송을 하려는 한재덕(정기섭)의 관련 소송기록을 읽어보고 “시작부터 불리한 게임”이라고 말해주면서 의뢰인이 겪었을 고통을 대신 말해준 것. 그러면서 “택시 승객들 중 법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소개시켜 달라며 김도기에게 명함을 내밀었다.

딱 맞춰 입은 수트에 선글라스를 끼고 특유의 너스레를 떨 듯 수다를 이어가는 천지훈이라는 인물은 이미 <천원짜리 변호사>를 통해 대중들의 뇌리에 각인되어 있는 캐릭터다. 남궁민이 찰떡 같인 소화해내 잠깐 카메오로 <모범택시2>에 등장했지만 순간 이 드라마가 <천원짜리 변호사>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공기를 바꿔놓는 신기한 느낌마저 주었다. 그만큼 이 캐릭터가 강렬했고 또 이를 소화한 남궁민의 명불허전 연기가 돋보였다는 뜻이다.

SBS 드라마 '모범택시2'
SBS 드라마 '모범택시2'

그런데 이 남궁민의 카메오 출연은 다름 아닌 <천원짜리 변호사>에 이제훈이 카메오 출연했던 것에 대한 보답이다. 영화제 장면에서 이제훈이 레드카펫을 밟는 모습으로 등장했던 것. 짧은 장면이었지만 이러한 카메오 맞교환(?)이 가능한 건 아무래도 SBS 드라마들을 내놓은 스튜디오S와 이들 배우들과의 관계가 끈끈하기 때문일 게다. 무엇보다 남궁민도 이제훈도 각각 <천원짜리 변호사>와 <모범택시>로 확실한 서민영웅 캐릭터들을 구축했던 배우들이 아닌가.

SBS 드라마 '천원짜리 변호사'
SBS 드라마 '천원짜리 변호사'

사실상 SBS 금토드라마가 그 시간대를 압도할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이러한 서민영웅 캐릭터들을 선명하게 세우고 답답한 현실에 사이다 판타지를 줄 수 있는 이야기들을 연달아 내놨기 때문이다. <열혈사제>가 그 포문을 열었고 <원 더 우먼> 같은 여성 히어로도 탄생시켰으며 <모범택시>와 <천원짜리 변호사>로 이러한 흐름이 이어졌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한주의 피로를 SBS 드라마를 보며 날리고픈 기대감이 만들어졌다.

특히 선명한 서민영웅 캐릭터를 세우고 다양한 사건사례들을 에피소드로 구성해내는 방식은 SBS 금토드라마의 성공방정식처럼 자리했다. 그 캐릭터가 강력하다는 걸 방증하는 건, 최근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드라마 <카지노>의 마지막 부분에 사이버 도박을 설계하는 인물로 등장했던 이제훈에서 <모범택시>가 자꾸 떠올랐던 대목이다. <모범택시>에서 이제훈은 적들을 깨부수기 위해 그들처럼 범죄자 연기를 하기도 했는데 바로 그런 모습이 <카지노>의 그 캐릭터에서 고스란히 느껴진 것. 그만큼 <모범택시>의 김도기라는 캐릭터가 강렬하다는 의미다.

SBS 드라마 '열혈사제'
SBS 드라마 '열혈사제'

이번 남궁민과 이제훈의 카메오 교환은 서로 다른 두 드라마의 세계관이 이렇게 연결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앞으로도 SBS 금토드라마가 다양한 서민영웅 캐릭터들을 만들어낸다면 이러한 세계관은 더 긴밀하게 연결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천지훈이나 김도기는 물론이고 <열혈사제>의 김해일(김남길)이나 <원 더 우먼>의 조연주(이하늬) 같은 캐릭터들이 <열혈사제>가 배경으로 삼았던 가상도시 구담시 같은 공간에서 보다 강력해진 빌런들과 대결하는 서사가 왜 불가능하겠는가. 물론 제작 상 쉽지만은 않겠지만.

SBS 드라마 '원 더 우먼'
SBS 드라마 '원 더 우먼'

어쨌든 이번 <모범택시2>의 카메오 교환은 그래서 그간 SBS 금토드라마들이 구축한 여러 세계관들이 얼마나 공고하며 나아가 그 통합 또한 가능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세계관 통합은 마블이나 DC만 가능한 게 아니다. 그들 같은 초능력을 가진 슈퍼히어로는 아니지만 K콘텐츠 특유의 서민 영웅들은 이제 시즌제가 가능할 정도로 강력해졌고 또 양적으로도 늘어가고 있으니 말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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