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와 ‘손 더 게스트’ 사이, ‘불가살’이 선 자리

[엔터미디어=정덕현] 애초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 스타일의 드라마를 기대했던 시청자라면 예상이 빗나갔다 여겼을 지도 모르겠다. tvN 토일드라마 <불가살>은 그것보다는 <손 더 게스트>에 더 가까운 장르적 특징을 갖고 있으니 말이다. 실제로 <불가살>에서 느껴지는 건 달달한 멜로 감정보다는 괴기가 주는 섬뜩한 공포의 감정이다.

민상운(권나라)과 함께 50년 전 죽은 그의 전생 김화연(권나라)이 있는 마을을 찾아간 단활(이진욱)이 갑산괴(갑산지역에서 불을 질러 사람을 죽이는 괴물)를 마주하는 장면이 그렇다. 김화연은 50년 전 화재로 가족은 물론이고 이웃까지 죽게 됐지만 이들을 구하지 않고 도망쳤다가 옥을태(이준)에게 살해됐다. 그 후로도 그 마을에는 계속에서 화재가 났고, 단활은 그것이 갑산괴가 환생한 무당 때문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무당의 아들이 옥을태의 사주로 단활과 민상운이 머물렀던 여관에 불을 지르려 한다는 사실을 알고 그를 막기 위해 단활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무당이 민상운을 유혹하는 장면은 <손 더 게스트>의 한 장면처럼 공포 그 자체였다. 절대 문턱을 넘지 말라는 단활의 경고에 불구하고, 옥을태가 가진 약점의 비밀을 알고 있다는 무당의 말에 저도 모르게 문턱을 넘어 그에게 다가간 민상운을 무당은 갑자기 공격하기 시작했다. 과거 단활에 의해 죽음을 맞이했던 갑산괴가 단활의 혼을 가진 민상운을 공격한 것.

민상운은 그 죽을 위기 속에서 갑산괴에 의해 놀라운 옥을태의 비밀을 들었다. 그것은 50년 전 옥을태가 김화연을 죽일 때 갑산괴가 목격한 사실이었다. 칼로 김화연을 찌를 때 옥을태도 똑같은 상처를 입고 괴로워했다는 것. 실제로 갑산괴가 민상운의 목을 조르자, 옥을태도 똑같은 고통을 호소했다. 옥을태와 민상운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 다행히 돌아온 단활에 의해 죽을 위기에 놓였던 민상운은 목숨을 건지지만, 어깨에 상흔이 없는 자신은 불가살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그는 전생에 가족까지 버리고 도망쳤던 김화연의 이야기를 듣고는 복잡한 심경에 빠진다. 자신이 진짜 악귀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눈물을 흘린다.

또 과거 단활의 아내였다 불가살에 의해 비참한 죽음을 맞이한 후 민상운의 동생으로 환생한 민시호(공승연)가 단활이 화재 속에서 구해내 함께 지내온 혜석(박명신)의 과거를 들여다보는 상황 역시 <손 더 게스트>의 공포가 떠오르는 장면이다. 접촉을 통해 타인의 과거를 읽는 능력을 가진 민시호는 50년 전 갑산괴에 의해 화재가 났던 김화연의 집에서 홀로 울고 있던 어린 혜석을 단활이 구해냈던 걸 확인하지만, 그 속에서 그에게 “내 혼의 기억을 가져가요”라고 말을 거는 어른 혜석을 마주하고는 엄청난 충격에 빠진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이 괴이한 일들이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와중에 단활과 민상운의 관계가 점점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처음에는 가족을 죽인 원수를 드디어 찾아낸 단활이 민상운에 대한 복수심을 드러냈지만, 또 다른 불가살 옥을태가 등장하면서 그를 제거하기 위해 손을 잡은 민상운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조금씩 단활의 마음이 풀어지기 시작한 것. 특히 전생에 화재 속에서도 혼자만 도망쳤다는 사실 때문에 괴로워하며 “나는 도대체 뭐였을까요?”라고 묻는 민상운에 대해 단활은 연민의 시선을 보낸다. 두 사람의 관계가 어딘가 멜로적 색채로 진전될 거라는 예감을 주는 대목이다.

사실 공포라는 장르가 주는 섬뜩함과 멜로의 달달함은 어딘가 어우러지기 어려운 이질적인 느낌을 주는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가살>에서 이 이질적 장르의 결합이 큰 이물감을 주지 않는 건 단활이라는 비극적 운명에 공포가 더해진 캐릭터 덕분이다. 그는 불가살이 되어 공포를 끄집어내는 괴물이지만 그 이면에는 600년에 걸친 비극이 그 시간만큼의 무게로 얹어져 있다. 그래서 단활이라는 불가살에게서는 공포와 연민이라는 섞일 수 없을 것만 같은 두 가지 감정이 겹쳐진다.

중요한 건 이런 두 감정을 모두 불러일으키는 복합적인 캐릭터를 배우가 제대로 소화해내는가 하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 쉽지 않은 캐릭터에 공포와 멜로의 감정을 모두 몰입시키는 이진욱의 연기는 이 작품에서는 특히 주목할 만하다 여겨진다. 그의 연기를 통해 살벌함이 주는 공포과 더불어 어딘가 느껴지는 처연함이 멜로로 연결되는 과정 또한 이질감 없이 전해지고 있으니 말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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