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와의 가시거리 좁힌 JTBC 드라마, 대중성과 완성도 잡아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이 정도면 JTBC 드라마의 화려한 부활이라고 해도 될 법 하다. 토일드라마 <기상청 사람들>의 시청률이 매회 상승기류를 타며 4회 만에 7.8%(닐슨 코리아)를 기록했다. 4.5%에서 시작해 두 배 가까운 상승세를 보인 것.

지난해 내내 JTBC 드라마들이 고전했고, 심지어 몇몇 드라마들은 0%대 시청률이라는 굴욕적인 상황을 경험했던 걸 떠올려보면 <기상청 사람들>의 성취는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 그간 잔뜩 찌푸리며 먹구름 가득했던 JTBC 드라마에 드디어 환한 해가 떠오른 상황이다. 그렇다면 <기상청 사람들>은 이전의 JTBC 드라마들과 무엇이 달라 이런 성과를 내고 있는 걸까.

사실 그간 JTBC 드라마들이 시청률에서 굴욕적인 고전을 면치 못한 건 사실이지만, 작품의 완성도면으로 보면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예를 들어 <인간실격> 같은 작품은 너무나 깊은 인간의 실존적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룬 작품이었고, 최근 종영한 <한사람만>도 죽음을 앞둔 시한부를 통해 죄와 벌 그리고 삶과 구원의 문제를 진지하게 담은 작품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대중성이었다. 진지함과 깊이는 좋았지만 너무 어둡고, 우울한 드라마의 기조는 그잖아도 삶이 무거운 시청자들에게는 버겁게 느껴지는 면이 있었다. 주제의식과 진지한 접근에서 나무랄 데 없는 드라마들이었지만, 시청률에서 고전한 건 그래서였다.

그런 점에서 보면 <기상청 사람들>에서 느껴지는 ‘대중적 접근’이 눈에 띤다. 이 드라마는 기상청을 배경으로 그곳에서 날씨를 예보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겪는 생생한 이야기가 색다르다. 장르물들이 다양한 직업의 세계를 다뤄왔지만 아직까지 기상청이라는 직업을 다룬 적이 별로 없어서다.

우리에게는 막연히 기상예보, 오늘의 날씨 정도로 인지되는 기상청의 이야기는 그러나 한 걸음 더 들어가 보자 흥미진진한 상황들이 전개된다. 사진으로 보이는 구름 한 점이 갑작스런 폭우를 쏟아낼 것인지 아닌지를 두고 호우주의보를 내려할지 말지 갈등한다. 그런 예보 하나에 막대한 예산이 낭비되는 리스크도 생겨나기 때문이다.

5월에도 체감온도가 영하로 떨어지는 이상한파가 벌어지고, 그 원인이 무엇인가를 찾아내려는 기상청 사람들의 이야기나, 꽃게잡이철에 예보 하나에 희비가 엇갈리는 서해 어부들의 이야기, 환절기 갑작스런 안개로 가시거리가 짧아져 사고로 이어지는 상황 속에서 예보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두고 갈등하는 이야기들이 흥미진진하다. 기상청의 예보 하나에 전국의 삶들이 연결되어 있어서다.

하지만 이러한 직업의 세계만이었다면 <기상청 사람들>이 대중적인 호응까지 얻어내기는 어려웠을 지도 모른다. <기상청 사람들>은 여기에 날씨로 은유한 멜로를 엮어냈다. 호우주의보에 대한 ‘시그널’을 소재로 가져와 결혼을 약속한 진하경(박민영)이 바람을 피운 한기준(윤박)으로 인해 파혼을 당하는 이야기로 ‘인간관계 변화의 시그널’을 이야기한다.

이상기온이 만들어내는 영하의 체감온도에 대한 이야기로 진하경 앞에 새로 나타난 이시우(송강) 사이에 급상승하는 체감온도를 은유하고, 날씨가 변화하는 환절기 이야기로 진하경과 이시우의 직장 상사와 부하직원이지만 연인 관계로 발전하는 과정에서의 그 애매한 상황을 풀어낸다. 급기야 이시우의 ‘진심’ 고백에 절대 사내연애는 하지 않겠다 선언했던 진하경이 돌아와 키스하며 직장 내에서도 둘만이 보이는 ‘가시거리’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날씨의 이야기로 은유한 점도 흥미진진하지만, 이 드라마가 다루는 멜로 이야기 자체도 ‘사내연애’여서 만들어지는 극적 상황들을 담고 있다. 즉 파경에 이른 진하경은 그 상대였던 한기준이 바람을 폈던 채유진(유라) 기자와 결혼을 하게 되면서 매일 같은 직장 내에서 이들을 마주쳐야 하는 고충을 겪는다. 새롭게 이시우가 등장해 진하경을 위로하며 그 마음을 얻지만, 사내연애가 발각되는 순간 끝이라고 말하는 진하경의 심경이 이해되는 부분이다.

이처럼 <기상청 사람들>은 기상청이라는 색다른 직업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색다른 사건들(?)을 가져와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멜로로 은유해냄으로써 이 작품만의 차별적인 완성도와 더불어 보편적인 대중성을 확보해내고 있다. 이것이 이전의 다소 고전했던 JTBC 드라마들과 <기상청 사람들>이 다른 지점이다. 과연 이런 흐름은 올해 JTBC 드라마에도 계속 이어져 그 상승세를 이어갈까. 속단할 수는 없지만 수목드라마 <서른, 아홉>에서도 완성도와 대중성을 아우르려는 시그널이 보인다는 점은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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