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다섯 스물하나’, 올림픽 빈집털이 후에도 기대되는 경쟁력

[엔터미디어=최영균의 듣보잡(‘듣’고 ‘보’고 ‘잡’담하기)] 지난 2주는 드라마에 있어 ‘빈집털이’ 기간이었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열리면서 중계에 나선 지상파 방송사들이 저녁 주요 시간대 드라마 방영을 중단했다. 그사이 경기 중계에 참여하지 않는 케이블 채널 tvN이나 종편 JTBC 등에서는 새로운 드라마가 여럿 시작됐고 이 작품들은 지상파 드라마 경쟁자들이 없는 상태에서 비교적 수월하게 첫선을 보일 수 있었다.

이런 드라마로는 tvN 토일 <스물다섯 스물하나>, 그리고 JTBC의 수목 <서른, 아홉>과 토일 <기상청 사람들>들이 있는데 모두 호성적을 기록했다. <서른, 아홉>은 2회 만에 5%(이하 닐슨코리아)를 돌파했고 <기상청 사람들>도 수직 상승하며 4회에 7.8%를 찍었다.

그리고 2회부터 8%를 넘어선 이래 상승세를 잇고 있는 <스물다섯 스물하나>가 빈집털이 기간 등장한 드라마 중 최고 성적을 기록 중이다. 올림픽 같은 국제 스포츠 행사는 시청자 집중 현상으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기는 하지만 그 기간 스포츠보다 드라마를 보고 싶어하는 시청층도 상당해 이런 결과가 가능하다.

역대 마지막 50% 돌파작인 <제빵왕 김탁구>도 2010년 남아공 월드컵 기간에 이룩한 결과다. ‘빈집털이’는 언뜻 부정적인 느낌이 있지만 과도한 동시간대 경쟁으로 좋은 작품이 제대로 된 평가를 못 받는 경우도 발생하는 상황에서 한 드라마에 대한 집중적이고 온전한 평가가 가능하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그리고 빈집털이라 해서 부실한 드라마도 실체 이상의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은 아니다. 경쟁이 좀 덜할 뿐 결국 완성도가 부족하면 빈집 털러 들어와서도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스물다섯 스물하나> 역시 이번 빈집털이와 별개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할 만한 호소력을 갖추고 있다.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지고 실패하는 것이 익숙해서 두렵지 않은’ 당찬 소녀 나희도(김태리 분)가 좌절의 시기 IMF 시절에 펜싱을 하는 고등학생으로 자신을 성장시키고 주변을 변화시키는 스토리다.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독한 드라마 홍수 속에 최근 반작용으로 늘어나고 있는 착한 드라마 계열의 작품이다. 지난해 사랑받은 <라켓소년단>과 <그해 우리는>, 그리고 착한 드라마의 스테디셀러인 <응답하라...> 시리즈까지 섞여 있는 듯한 모습이다.

<라켓소년단>의 풋풋한 시절의 열정과 도전, <그해 우리는>의 서툶과 방황, 관계의 갈등과 성장 그리고 나희도 현재 성인 시점의 다른 등장인물들에 대한 궁금증 자극 등 <응답하라...> 시리즈의 남편 찾기를 연상시키는 부분들까지 주요 착한 드라마의 흡인력 있는 요소들을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잘 배합해 흡수하고 있다.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모두 10대, 20대 시기가 주요 배경인 앞선 세 작품처럼 드라마 주 시청층인 30, 40대들에게 청춘 시절을 되돌려주면서 따뜻함과 설렘을 불러일으킨다. IMF 시절인 1990년대 후반을 환기시키는 추억의 소품과 설정들의 흥미로움도 쏠쏠하고 적당히 잘 배치된 코믹한 설정들도 드라마에 감칠맛을 더하고 있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이 드라마의 재미는 김태리의 하드캐리에서 나온다. 30대의 김태리가 10대 역할을 하는 것이 방송 전에는 좀 무리수처럼 느껴졌지만 <스물다섯 스물하나>에서 김태리의 나희도가 차지하는 절대적인 비중을 보면 이해하게 된다. 청춘을 다룬 드라마가 부실해지는 경우를 보면 연기가 불안정하고 어설픈 탓이 제일 큰데 10, 20대 배우 중에 나희도를 감당한 연기자가 잘 떠오르지 않는 것을 보면 김태리의 10대 연기는 괜찮은 선택으로 보인다.

현실에서는 서로 다 아는 사이가 되기 힘든 주요 등장인물들이 다 인연이 있는 관계로 연결돼 있는 설정은 좀 아쉽다. 한국 드라마에서 진부하게 반복되면서도 전개의 효율성을 위해 잘 개선되지 않는 문제 중 하나다.

하지만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앞으로의 스토리가 궁금한 드라마다. 다음 주부터 다시 시작될 지상파 드라마, 예능들과의 주말 저녁 격전지 시간대 경쟁에서도 빈집털이로 시작됐다는 것이 기억나지 않을 만큼 경쟁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되는 작품이다. <스물다섯 스물하나>가 착하고 재미있는 괜찮은 드라마로 이번 겨울의 끝을 따뜻하고 흥겹게 보낼 수 있도록 시청자 곁에 있어 주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최영균 칼럼니스트 busylumpen@gmail.com

[사진=tvN]

관련기사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